"김병종 - 생명의 노래"전

바야흐로 봄, 모든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다. 계절 탓인지 요즘 곳곳에서 봄향기를 물씬 풍기는 전시들, 자연과 피어오르는 꽃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을 모은 각종 전시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있는데,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김병종 화백의 <생명의 노래>전은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독창적인 면모를 띠고 있는 전시이다. 어느 정도 '태만'하다는 느낌을 주던 한국화의 행보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인물로 잘 알려진 김병종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전형적인 '화선지 위의 붓놀림'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닥종이판 위에 몇 가지 단색조로 사물을 표현해내는 독특한 화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통에 새로운 실험적 요소가 가미되어 벌이질 수 있는 복합적인 감흥, 즉 고전 수묵화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여백의 활용에서 느껴지는 시원하고 담백한 느낌과 형태의 정형성에서 벗어나 '심안'으로서 바라보는 표현기법을 통해 얻어지는 생동감이 함께 녹아내린 모습으로서, 복합적인 감흥과 함께 절묘하고 통렬하다는 인상 또한 짙게 드리운다. 닥종이 특유의 누르스름한 색상 위에 굵고 힘있게 그려진 새, 물고기, 꽃, 나비, 말, 아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생명의 향기를 한껏 안은 느낌을 전해주면서도, 동시에 누르스름한 바탕의 재질로 인해 '자연화'가 주는 일률적인 밝고 건강한 느낌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되고 편안한, 어찌보면 '좋았던 옛날'에 대한 그리움으로까지 번져갈 수 있는 감흥을 전해주고 있다. 김병종 화백은 특히 최근 작품행보에서 이전보다 훨씬 미니멀리즘과 크래쉬-이미지즘에 기댄 구도, 즉 보다 강하고 거친 획과 극도로 단순화된 사물의 형상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화통한 화풍, 필획의 기로서 펼쳐보인 역동적인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테마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봄에만 공감할 수 있는 쾌감을 넘어서 아득함과 여유로움을 세계를 안겨다 줄 수 있을 듯 싶다. (장소: 가나아트센터, 일시: 2004.03.26∼04.18)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