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컷오프 이변…‘친노·친문 전대’ 비판은 피할 듯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 통과한 추미애, 이종걸, 김상곤(오른쪽부터)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오는 27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권 후보들이 5일 치러진 예비경선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당초 선발주자로 나서 당권 경쟁을 벌여왔던 범주류 추미애, 송영길 의원이 앞서는 가운데 뒤늦게 당권 후보군에 합류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컷오프를 앞두고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송영길 의원이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또 예비경선 이전에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기관마다 1위에 차이는 있었지만 줄곧 송 의원이 추 의원과 선두 경쟁하는 구도로 나온 바 있어 이번 결과를 두고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이 같은 의외의 컷오프 결과가 나온 배경과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후끈 달아오른 당권 경쟁으로 벌써부터 본선을 향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예상 못한 송영길 컷오프…경쟁후보들도 어안 벙벙
 
지난 전대에 비해 거물급이라 할 만한 후보들이 특별히 없는데다 친노 일색 후보들만으로 이뤄져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진행되던 더민주 당권 경쟁 도중 전대 후보자 등록일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던 비주류 이종걸 전 원내대표이 결국 뛰어들면서 발동된 ‘컷오프’ 룰에 뜻밖에 송 의원이 발목 잡혔다.
 
송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진행된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 된 뒤 기자들에게 “예비경선이다보니 순위가 안 나오고 전략적 배제 등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나름 탈락 이유를 분석했지만 “(탈락) 예상을 못했다”며 당혹스러운 심경을 감추진 못했다.
 
앞서 전날 추미애·김상곤·이종걸 세 후보가 송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연설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당 선관위에 ‘불법선거운동’을 한 만큼 제재하라고 촉구했을 만큼 송 의원에 대한 다른 당권 주자들의 견제는 상당했다.
 
또 송 의원 본인 역시 예비경선 투표를 목전에 두고선 네거티브 공세보다 ‘사드 재검토’를 위해 국회비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추진하겠다는 등 공약 제시 쪽에 무게를 둬 본선 진출은 어느 정도 자신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기에 그동안 친문 구애를 이어온 것도 모자라 예비경선 정견 발표 자리에서도 송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유능한 경제정당,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론을 계승·발전시키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주류와 비주류 모두에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예선에서부터 낙마하게 되자 자신이 ‘전략적 배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기자들이 그가 내놓은 ‘전략적 배제’의 의미에 대해 묻자 송 의원은 “될 거라 생각하니까. 다른 사람을 찍었겠지”라고 답했는데, ‘탈락에 어떤 영향이 있었던 것 같나’라는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엔 “모르겠다. 누구나 다 될 거 같은 거 아닌가”라며 허탈한 속내를 드러냈다.
 
예상외의 결과에 심기가 불편한 듯 다른 후보를 지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됐습니다”라며 단호히 일축했다.
 
송 의원 본인 뿐 아니라 얼떨떨한 반응을 보인 건 당초 언론에서 유력한 컷오프 후보로 거론되던 김상곤·이종걸 후보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김 전 혁신위원장은 “오늘 결과는 예상 외의 사건”이라고 평했고 가장 늦게 당권 도전에 뛰어들어 컷오프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전 원내대표도 “이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해 초반부터 송 의원과 신경전을 벌여왔던 추 의원은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 송영길 탈락, ‘86그룹’ 당 장악 우려 탓?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왼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탈락된 뒤 무대에서 내려오며 인사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송 의원의 탈락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더민주 중앙위원들이 ‘86그룹’ 맏형 격인 송 의원처럼 운동권 출신이란 점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즉, 현재 원내 지도부 구성원 중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기동민 원내대변인 등 운동권 86그룹 출신이 상당하기 때문에 당 대표까지 운동권 출신이 장악하게 되면 이들이 서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대선가도를 닦아야 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당 통제력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친노·친문 측의 우려가 이번 컷오프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송 의원이 그간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온 원내 지도부와 달리 내내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명해왔음에도 실상 친문 측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작 ‘친문 구애’ 전략이 별 효과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친문 측의 외면 외에 지나친 친문 구애 행보로 비주류 측 표심마저 이반된 것은 물론 총선 이후 당권 출마와 관련해 송 의원이 자신이 소속됐던 통합행동 출신인 김부겸·박영선·이종걸 의원 등과 함께 단일 후보를 내기로 했으나 결국 단일화 논의 전에 송 의원이 먼저 출마했다는 점도 컷오프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 전 원내대표가 ‘비주류 단일후보’를 표명하고 출마한 점이 당초 송 의원에게 가려던 비주류 표심까지 분산시킨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이날 최약체로 여겨졌던 이 전 원내대표가 본선에 진출하고 송 의원은 탈락하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한 당 관계자는 “비주류 표가 분산된 것 같다”고 견해를 피력한 데서 이를 눈치 챌 수 있다.
  
낙마가 분명해 차라리 출마하지 않는 게 낫다는 비주류 인사들의 만류와 충고를 뿌리치고 이 전 원내대표가 끝내 출마를 단행한 만큼 비주류 측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비주류 대표 후보’라며 나선 이상 예비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친문계가 다수인 당내에서 비주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를 과시하려는 차원에서라도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이 전 원내대표에 비주류가 몰표를 줬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 결과는 예비경선 선거인단 363명 중 263명이 참여해 72.4%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무효표는 4표가 나온 것으로만 밝혀졌을 뿐 각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 수는 공개되지 않아 어떤 계파 혹은 지역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게 된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경쟁후보는 이번 컷오프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김 전 위원장은 “제가 원외이고 평당원인데, 선거인단들 사이에서는 우리 당이 혁신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는 걸 느꼈다”며 원외 출신이란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해 예선을 통과하게 된 것이라 자체 분석했다.
 
◆ ‘1강2중’ 구도의 본선 ‘3파전’…추미애 미소 짓나
 
일단 4명의 후보 중 1명이 컷오프로 당권후보군에서 이탈하며 본선까지 범주류의 추 의원과 김 전 위원장, 비주류의 이 전 원내대표라는 3파전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예상밖으로 비주류 후보가 선전한 셈이어서 ‘친문 일색 전대’라는 비판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추 의원과 경합하던 강력한 경쟁 상대인 송 의원이 낙마해 ‘1강 2중’ 상태가 되면서 원외 출신인 김 전 위원장과 비주류 출신인 이 전 원내대표는 그저 전대의 대표성을 살리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후보일 뿐 사실상 이번 예선을 통해 본선 결과까지 결정된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문계의 지지가 본선에서 당락을 좌우할 텐데 비주류인 이 전 원내대표는 논외로 하더라도 김 전 위원장의 경우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을 지낸 경력으로 친문계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원래는 계파색이 옅은 편인데다 아무리 원내 기반이 약한 원외 출신이라 해도 지금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며 문 전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친문계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혁신위가 해체된 뒤에도 자신이 만들었던 혁신안을 수정하려는 시도가 비대위 체제에서 일어나자 원외에서 강하게 반발한 점 등으로 미루어 특정 현안에 있어 문 전 대표와 이견 차가 생길 경우 김 전 위원장은 현재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 못지않게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예비 경선에서 통과가 유력했던 송 의원조차 친문계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탈락한 만큼 추 의원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을 거란 주장도 펴고 있는데, 끝을 알기 힘든 이 혼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약 3주 뒤 열릴 전대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