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에 이어 헨켈, 부적절한 대처로 사태 확산

▲ 독일계 기업들의 안일한 태도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초기에 위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하태경 의원이 기자회견하는 장면.사진/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강성기 기자] 독일계 유명 다국적 기업들이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사태를 키우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폴크스바겐의 인증서류 위조파문에 이어 글로벌 생활용품 회사인 헨켈이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사실을 은폐하다가 밝혀져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으면서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는 벼랑 끝으로 내 몰리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가 독일계로 알려지면서 독일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불똥이 애꿎은 독일계 기업 전체로 튀지 않을까’ 하며 전전긍긍하면서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 역시 최근 들어 독일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언론에 잇따라 노출되자 “독일 업체들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팽배한 분위기다.

독일 기업 제품판매 감소, 국가 이미지 실추 우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독일 기업들의 제품판매 감소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헨켈홈케어코리아는 독일계 다국적 기업 헨켈이 2004년 11월 한국크로락스를 인수한 후 사명을 변경하여 2005년 1월 설립한 생활용품 전문회사이다.

헨켈홈케어코리아가 세인의 관심을 사게 된 배경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헨켈이 가습기살균제를 지난 5년간 제조·판매한 사실을 은폐했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하태경 의원 “헨켈,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사실 은폐” 폭로
▲ 자동차 명품 브랜드 폴크스바겐에 이어 독일계 다국적 기업 헨켈이 적절치 못해 대처로 사태를 키워 소비자들의 불만이 자칫 독일계 기업 전체로 까지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사진은 헨켈홈케어코리아가 제조한 가습기살균제 '홈키파 가습기 한번에 싹' ⓒ하태경 의원실 제공
     
 


하 의원은 <모기살충제 1위 브랜드 ‘홈키파’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사실 은폐>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홈기파 가습기싹’은 2007년 ‘홈키파 에어컨청소싹’ 등과 함께 생활용품 세정제 시리즈로 출시되어 판매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랜 시간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음에도 소비자들에게 제품 성분을 밝히거나 안전성에 대한 해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태경 의원은 지난 22일 헨켈홈케어코리아에 독성정보와 유통량 등을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을 접수한 헨켈은 당일 전화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분실해 독성정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한 후 25일 하 의원실로 공문 답변서를 제출했다. MSDS는 화학물질의 유독성, 취급주의사항, 응급조치요령 등을 다룬 문서이다.

더 이상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하태경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헨켈 측의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실 은폐를 공론화한 것이다.

하 의원은 “시중에 유통된 제품인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전수조사에 걸리지 않자 지난 5년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친 매우 악의적인 태도”라고 헨켈 측을 맹 비난했다.

하 의원은 또 “시판된 제품의 MSDS를 분실했다는 헨켈 측의 답변이 굴지의 생활화학제품 회사의 시스템상 가능한 일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면서 “헨켈이 소비자 앞에 당당하다면 성분 정보를 공개하고 피해자 구제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하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진행된 법무부 현장조사장에서 헨켈을 국정조사 대상기관에 포함하기로 긴급 의결했다.

헨켈, 제조 판매사실 시인하고 사과입장 밝혀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헨켈 측은 26일 오후 <‘홈키파 가습기 한번에 싹’ 판매에 대한 헨켈의 입장> 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입장을 밝혔다.

헨켈 측은 사과문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에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들 물질은 과다하게 노출되면 호흡기와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에서 제조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와 동일한 성분으로 현재 SK케미칼은 국정조사 대상기관이다. 하태경 의원의 성분 공개요구에, ‘관련 서류가 남아있지 않아 성분 확인 불가’라던 입장을 하루만에 번복한 것이다.

헨켈은 또 “2007년9월부터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기 시작해 2009년 1월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면서 “같은 기간 동안 총 21,576개의 제품을 생산해 그중 11,028개 제품을 판매했고 나머지는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판매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서 현재까지 소비자로부터 피해신고가 접수된바 없다”면서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마무리했다.

하태경 의원은 “연매출 5000억원의 기업이라면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면서 “헨켈은 지금부터라도 은폐와 거짓 답변으로 일관하던 태도를 버리고 더 이상 속이거나 숨기는 일이 없이 국정조사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홍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볼 때 이에 대처하는 글로벌 기업의 대응방안에 실망했다”면서 “위기관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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