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슈’ 띄우려는 국민의당, ‘미온적’인 더민주에 파상공세

▲ 사드 이슈에서 강경하게 배치 반대 목소리를 내오던 국민의당이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자 전략적 모호성을 띠고 있는 더민주를 집중 공격하며 이슈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공수처 신설 및 새누리당 공천개입 파문, 대북관계 등 여러 현안에서 그간 같은 목소리를 내왔던 야권이 유독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파열음을 내고 있어 이대로라면 야권 공조 체계가 흔들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사드 배치 지역 선정 과정에서 지역민과의 합의 부족 등 절차적 문제만을 지적할 뿐 사드 배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보인 반면 국민의당은 사드 체계의 실효성, 전자파 유해성, 대중국 무역 악영향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더민주는 내홍 재발 가능성으로, 국민의당은 출구전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더민주의 문제가 당내 문제로 국한되는 데 반해 국민의당의 고민은 현재 사드 배치에 대해 당이 펴고 있는 전략 자체에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더민주를 압박하는 형식 외에는 현 시점에선 선택지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양당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더민주 ‘전략적 모호성’, 언제까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더민주가 내놓은 ‘전략적 모호성’이란 입장은 당내 계파 갈등을 표면화하지 않으면서도 이념적 색채를 완화시켜 정권교체에 필요한 지지층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다만 수권정당을 표방한다는 이유로 민감한 안보 현안에는 애매모호한 모습을 취해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를 자극하지 않고 지지층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모호성’이 당내 최대 계파인 문재인계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는 점은 사드 이슈와 관련해 최대 고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사드 문제에 더민주가 모호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 지도부를 보수적 색채를 가진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이끌고 있는 데 반해 당내 다수이자 주류인 친노·문재인계는 김 대표와는 다른 입장을 띠고 있다는 데에 원인이 있다.
 
김 대표는 사드 배치 자체는 안보적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인 반면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의당처럼 사드 배치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 19일 당내에서 열린 사드대책위원회에선 김 대표 체제 하에서 유지해온 ‘신중론’에 반발해 홍익표 의원의 경우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협화음이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찬반 중 어느 일방을 당의 입장으로 공식화하게 되면 과거 있었던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측의 신경전이 또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전히 이 같은 고육책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김 대표의 비대위 체제가 끝나는 이후에도 현재의 전략적 모호성이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벌써 차기 당권주자들부터 당내 주류인 친노·친문계를 의식해 현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더민주 당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던 송영길·추미애 의원은 지난 17일 나란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반대 입장을 피력해 이런 모습을 보여줬는데, 당시 송 의원은 “북의 미사일 공격 방어효용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사드의 전력운용을 우리 군이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질세라 추 의원도 “저 추미애는 사드배치를 분명히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는 국회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한층 강한 논조로 배치 반대 주장을 펼쳤는데,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8·27 전당대회 이후 새로 구성되는 차기 지도부에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와는 달리 친노·친문계의 입장이 대폭 반영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계의 수장인 문 전 대표가 앞서 국민의당의 압박에 못 이겨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했던 점이나 현재 문 전 대표와 지지율 경쟁을 벌이는 대선후보군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나 안철수 의원이 모두 안보정책에 있어 ‘강경대응’보다 ‘대화’를 중시한다는 점도 향후 더민주가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일부에선 현재 김 전 대표 체제가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하는 데에는 차기 대선에서 ‘보수층’의 지지까지 염두에 둔 문 전 대표의 ‘암묵적 용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또 김 대표와 친문 측 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사드 문제에 있어 ‘전략적 모호성’을 당의 공식 입장이 되도록 힘쓰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애당초 범주류로 분류되는데다 친노의 지지를 받아 그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 점 역시 ‘전략적 모호성’이 문 전 대표의 의도에 따라 나오게 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에선 더민주의 ‘전략적 모호성’을 어그러뜨려 김 대표 체제가 끝나기 전 다시금 문 전 대표와 충돌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사드 배치 반대 입장에 확실히 동참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 ‘출구 없는’ 국민의당, 더민주 압박 외엔 대안 없나
 
▲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5일 “우병우 한사람을 한사람(박근혜 대통령)이 지키니 온 국민이 분노하고, 한사람(김종인 대표)이 사드 배치 결정하니 한사람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국회동의촉구결의안을 제출하지 못한다”고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제3당인 국민의당은 야권 내 최대 정당인 더민주가 애매한 입장을 표방한 이상 야권 지지층만을 타깃 삼아 확실하게 ‘사드 반대’를 내세우며 강하게 야당 색채를 띠는 전략을 폈는데, 사드 문제가 공론화되는 시점엔 반대 입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가장 주목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상 정부가 배치를 확정 발표한 상황에선 더는 이슈를 주도할 수 없다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앞서 우병우 의혹, 친박 녹취록 논란 등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데에 있어선 더민주와 비슷한 견해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만큼 더민주와 가장 차별화된 부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이슈는 사실상 ‘사드 배치’ 문제뿐인데, 원내 제3당으로선 정부에 큰 압박을 넣기 어렵다는 점도 있어 배치가 기정사실화된 시점에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갈수록 대중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아직 많은 사안에 있어 협조가 필요한 더민주를 굳이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한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21일에는 12시간에 걸친 ‘사드 배치 반대’ 장외 필리버스터까지 온라인을 통해 실시했지만 그 역시 여론의 호응을 크게 이끌어내지는 못해 ‘출구전략’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국민의당은 결국 좋든 싫든 거대 정당인 더민주에 공세를 펴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난번 더민주에 대한 공세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번엔 문 전 대표가 아닌 김 대표를 겨냥했다는 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병우 한사람을 한사람(박근혜 대통령)이 지키니 온 국민이 분노하고, 한사람(김종인 대표)이 사드 배치 결정하니 한사람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국회동의촉구결의안을 제출하지 못한다”고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원래 그 두 한사람은 한배를 탔던 사람들이니 한사람 생각을 따르는지 그 한사람도 여당으로 가시려는지 복잡한 현실”이라며 비꼬았는데, 그간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온 김 대표보다 문 전 대표를 공격하던 박 위원장이 표적을 김 대표 쪽으로 집중하게 된 건 김 대표가 새누리당 소속이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사드 배치에 계속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더민주에 야권 지지자들이 등 돌리게 만들려는 계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내 계파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서인지 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에선 “당의 전략적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사드배치를 공개적으로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님 등을 비롯한 절대다수의 더민주 의원들, 특히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추미애·송영길 두 후보께 경의를 표한다”며 한층 압박 수위를 높였는데, 전대 이후 김 대표 체제가 끝나면 이 같은 ‘이간책’을 쓸 기회마저 거의 없어진다는 점에서 촉박하게 강공을 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촉박한 국민의당 사정을 보여주듯 이날 비대위에선 주승용 비대위원과 김성식 정책위의장까지 야당으로서 사드 배치 반대에 더민주도 역할을 다하라고 호소한 데 이어 정동영 의원까지 B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더민주의 ‘전략적 모호성’을 정치적 이득만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또 사드 배치가 확정된 이후 정부가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는 적극 해명하고, 배치 지역 주민들의 시위에는 강경 대응하는 이중전략으로 논란을 완화시키면서 사드 문제 자체가 점차 여론의 관심 사안에서 멀어지는 것도 걱정거리인 국민의당은 이미 퇴진한 천정배 전 대표까지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민족의 운명이 걸려있는지도 모르는 사드배치 문제를 왜 군사쿠테타 하듯 결정하고 실천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론할 만큼 ‘사드 재이슈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내달 전당대회 개최에 원내 거대 양당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미 배치가 결론 난 사드 문제 외에 아직 많은 쟁점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민의당 의도와 달리 사드 논란을 통해 향후 얻을 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데에는 많은 이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