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비방그림 인터넷 유포자 체포 논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야당을 비방하고 야당대표를 희화한 그림을 인터넷에 유포한 대학생을 경찰이 긴급 체포한 것을 놓고 네티즌이 `과도한 법적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3일 자신의 사이트와 유머사이트 등 14개 인터넷 사이트에 "탄핵을 통과시킨 야당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내용의 합성그림을 올려 유포한 혐의로 대학생 권모(21)씨를 긴급 체포했다. 인기 PC게임과 만화 변형해 허위사실 공표 권씨가 사이트에 올린 그림은 인기 PC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전투장면을 담은 정지화면을 변형한 것으로 야 3당이 열린우리당 의원과 국회로 설정된 `유닛'을 공격해 승리를 거두지만 결국 총선에서 국민에게 파괴된다는 합성그림 70여장이다. 또 권씨는 모 스포츠신문 만화의 대사를 바꿔 야당 대표들이 총선에서 패배해 노숙자 신세가 된다는 만화 등을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권씨에게 적용한 법조항은 선거법 250조 2항의 허위사실공표죄. 이는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방송, 통신 등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경찰관계자는 "야당 대표들이 총선에 져 노숙자가 된다는 것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복원된다"는 점이 허위 사실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허위 사실을 자신의 사이트에만 공개하면 법적용이 힘들지만 유포를 하려고 다른 사이트에도 수 차례 올렸고 다른 네티즌이 합성그림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해둔 점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네티즌과 시민단체, '표현의자유' 침해 논란 그러나 권씨 긴급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각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치 풍자와 패러디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지금이 군사독재 시대냐'라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권씨가 합성그림을 통해 탄핵안을 통과시킨 야당 전체를 싸잡아 희화했지만 경찰이 적시한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것인지 그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정치상황을 풍자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일일이 사법적 제재를 가한다면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과도한 법 적용이 아니냐'는 것이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권씨는 "신문 만평이나 TV 코미디 프로에서도 그 정도 풍자는 허용되는데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네티즌이 단순하게 자신의 견해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 이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사이트를 폐쇄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밝힐 수 없다"고 함구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야당 비난하는 글 쇄도 한편 이밖에도 선관위와 경찰에 따르면 국회에서 노대통령 탄핵안이 가결 된 직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국회의원 웹사이트 등에는 탄핵 안을 발의했거나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비난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토론장에는 "OOO, 니 인생도 끝났다" "이 ×같은 △△당 의원놈들아, 특히 OOO 너" 등의 제목으로 특정 국회의원 비방 글이 올라왔으며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도 "인간 쓰레기집단 △△당" 등의 글이 올라 선관위가 이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다. 또 각 사이트를 돌면서 탄핵안을 발의했던 의원들의 명단과 이들을 비난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게시한 네티즌들에 대한 IP추적 등의 작업에 착수했으며, 선관위 사이버검색반과 경찰 사이버테러 대응센터는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그러나 선관위와 경찰은 탄핵가결 이후 워낙 많은 네티즌들이 '명단퍼올리기' 와 '인신비방성' 글을 게시하고 있는데다, 검색대상 범위도 워낙 방대해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그동안 탄핵반대 운동을 지지하는 글 가운데 선거법위반혐의가 있는 내용을 다수 확보한 상황"이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자료를 확보한 뒤 특정인이 상습적이고 계획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한 글을 올렸거나 악의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경우 곧 바로 수사에 착수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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