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친박 좌장’ 최경환에 견제구…친박후보 난립 현실화

▲ 새누리당 내 다수인 친박계가 단일화가 아닌 후보 난립 양상을 띠면서 기존 예상과 달리 전당대회가 친박계와 비박계 간 대결 구도가 아니라 개별 후보 간 경쟁 구도로 흐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친박계인 최경환, 이주영, 이정현 의원 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오는 8월 9일 열릴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1달여 앞두고 유력후보들이 속속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그간의 예상과 달리 계파보다는 후보 간 대결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친박계에선 최소 3인 이상 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보여 비박 후보들끼리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친박계 표심 분산에 따른 반사이익을 적잖게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단일화에 선을 그은 친박계 후보들도 이에 따른 우려가 없는 바는 아니지만 20대 총선 결과로 확인했듯 이제 ‘계파 프레임’에 갇힌 상태에서 벗어나 후보자 자신만의 색채를 살리다보면 어느 계파의 표라도 끌어올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서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총선 직후에도 여전히 공천 문제로 앙금이 남은 친·비박계는 비대위 구성 등 각종 사안을 두고도 줄곧 맞부딪히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기에 장차 치러질 전당대회는 자연히 양 계파 사이의 기나긴 ‘기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계파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하지만 결속력이 강해 자연히 친박 단일화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친박계 후보들 사이에서도 예상과 달리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무계파나 계파 척결을 내세워 개별 출마에 힘을 싣고 있어 당권 판세는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일부 친박계 후보는 계파 간 이견 차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는 지도체제 개편안 등에 대해서도 자신이 속한 계파와는 다른 입장을 내놔 이번 당권 경쟁 과정을 통해 계파 해체까지도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 이정현 이어 이주영도 ‘친박 단일화’ 일축…최경환 압박
 
지난 3일 친박계 5선 의원이며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이주영 의원이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계 김용태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 의원은 출마 첫 일성으로 “계파라는 구속에서 벗어나겠다”며 이날 자신이 속한 친박계의 입장과는 다른 발언을 쏟아낸 것은 물론 친박계 후보군 중 가장 유력한 단일화 후보인 최경환 의원에게도 포문을 열어 의외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출마 선언 도중 최 의원을 겨냥한 듯 “대혁신의 첫 관문은 책임 있는 인사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데 있다. 무엇보다 자숙해야 한다”며 “계파에 의존하는 편파적 리더십, 계파이익을 우선하는 독선적 리더십이 아니라 아우르고 통합하는 진정성 있고 강한 리더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이 의원은 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책임이 있는 분들은 자숙하는 것이 옳다”며 출마 시 자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최 의원에 대해 거듭 불출마 압력을 넣었다.
 
아직 출마 선언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혀온 이정현 의원만 여태 친박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을 뿐 범친박이며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 의원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다는 것은 대체로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이정현 의원 때보다 더 시사하는 바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친박계 후보들이 자체적으로 계파 내 후보군 정리에 들어가기보다 오히려 서로 출마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친박 단일 후보로 유력시되는 최경환 의원이 누구보다 계파색이 짙고 총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또 차기 지도부는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계파색이 옅고 계파 갈등을 해소할 만한 인사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 역시 최 의원이 선뜻 당권도전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최 의원만 아니라면 저마다 당권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만큼 최 의원보다 선수가 높은 이주영 의원은 물론 한선교, 홍문종 의원 등 친박 내에서 다선 중진이라 꼽힐 만한 인사들은 최고위원은 제쳐두고 대체로 당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 친박 난립 속 비박계, ‘어부지리’ 가능할까
 
비박계 역시 일찌감치 정병국 의원이 당권도전에 뜻이 있음을 여러 차례 밝힌 가운데 3선의 김용태 의원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당권 도전을 당내 후보군 중 처음으로 공식 선언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정 의원과 김 의원은 서로 난립한 친박계 상황과 달리 후보 단일화에도 긍정적 입장을 내놔 비록 현재 수적으로는 친박계에 밀리지만 다수의 친박 후보가 출마할 경우 비박계 단일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도 이를 감안한 듯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일각에서 후보 정리를 위해 ‘컷오프 도입’ 주장을 펴는 데 대해 “다수의 출마자들을 미리 적정한 투표대상으로 정리하기 위한 컷오프는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후보 난립 가능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
 
다만 비박계 표심이 현실적 차원에서 이 의원과 같은 범친박 후보에게로 분산될 여지도 없지 않은데, 이를 노린 듯 이 의원은 전날 출마 선언에서 자신을 ‘친박’이라 분류하는 데에도 “제가 당 대표가 되는 순간부터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화합적 융합의 용광로가 돼서 당 대통합을 이루고 정권창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계파와는 선을 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비박계 복당자인 유승민 의원 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이미 복당은 다 완료됐기 때문에 우리가 포용해서 함께 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최근 계파 갈등 재발 우려를 높이고 있는 지도체제 개편안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번 비대위에서 합의했다고 하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선거, 합의했으면 어떤 계파 이익을 위해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비박계의 손을 들어줬다.
 
자칫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에도 이 의원이 굳이 비박계 측의 입장에 지지를 표한 것은 해수부 장관을 지내면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얻은 신뢰로 당청 간 소통에 있어 적임자란 부분에서 친박의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근저에 깔려 있기에 비박의 지지만 이끌어낸다면 친박 후보가 난립한다고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의원은 비박계가 친박계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만큼 당선이 불분명한 비박계 후보에 표를 주기보다 현실적 판단에 따라 그나마 친박계 중 계파색이 분명한 최 의원보다는 비박계에도 우호적인 자신에게 표를 줄 것이란 점도 계산한 것으로 예상된다.
 
▲ 비박계 당권후보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4일 범친박 후보인 이주영 의원을 향해“예전처럼 수직적 당청관계로 원만한 게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 오산”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비박계 후보인 김용태 의원은 비박계 표까지 노리고 있는 이 의원의 의도를 간파한 듯 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을 매섭게 공격했는데, 이 의원이 내세운 ‘원만한 당청관계’가 장점이 아니라 오히려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3당 체제라는 것은 새누리당이 청와대하고만 관계가 좋다고 국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은 오산”이라며 “(이 의원과 같이) 예전처럼 수직적 당청관계로 원만한 게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 오산”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그는 이 의원이 총선 패배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저와 의견이 똑같다”면서도 “다만 누가 끝까지 이 막장공천을 막아내기 위해 노력했는지, 그 후 이 막장공천의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게 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는 국민과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이 의원보다는 자신이 적임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 친박 내 강경파, 위기감에 ‘서청원 추대론’까지
 
이런 가운데 최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빠진 일부 강경 친박계 측에선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주장까지 펴고 있는데, 일단 서 의원 측근들은 하반기 국회의장을 생각하고 있는 서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한 목소리로 일축하고 나섰다.
 
서 의원 역시 4일 국회에서 기자들로부터 자신을 당 대표로 추대하려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 “지금 얘기를 들었고 기사도 아직 못 봤다”며 “생각도 전혀 없다. 맞지 않는 얘기”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가 이렇게 명백히 거절 의사를 드러내는 데에는 지난 2014년 7월 전당대회에 나섰다가 김무성 전 대표에 큰 표 차로 패배한 데 따른 충격도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일단 서 의원 출마는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최 의원이 지금처럼 출마에 소극적인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전대가 가까워지면서 당내 강경 친박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더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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