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의 "유리가면"

'자우림'은 의외로 찬반논쟁이 일지 않는 밴드이다. 수많은 모던 록 밴드들 중에서도 확실하게 자신들의 스타일을 규정지어 버린 밴드에 속하기에 얻어진 '고정성'이겠지만, 정작 '자우림'의 중심에 서있는 김윤아 독집앨범은 이런 '고정성'을 고의적으로 깨고자 애쓰는 듯 보인다. 일단 이번 독집 2집 "유리가면"의 주요 '변화점'을 들자면 역시 새롭게 가미된 '탱고' 리듬과 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집에서도 '의외로' 느껴졌던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부드럽고 음울하게 베이스로 깔리던 피아노 음색이 제어된 대신 들어서 있는 이 '탱고' 사운드는 그녀가 은연중에 표현하고자 했던 '여성적 음울함'을 넘어서, 거의 '음침함'에 가깝다는 인상을 전해주고 있는데, 이런 기묘한 음악적 방향성을 소화해내는 김윤아의 보컬 또한 기묘하기 이를 데 없다. 탱고라는 장르에 녹아들려 하지도, '자우림'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로움을 들려주려 하지도 않으면서, 김윤아는 아직 어색하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새로운 창법 - 원톤의 미니멀리즘 창법이나 재즈보컬적인 거친 음색 등 - 을 꾸준히 구사하고 있는 것.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한 마디로 혼란스러운 감흥을 전해주며, 좀 독하게 말하자면 야심만 컸지 정작 이루어낸 부분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다. '락'적인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 애쓴다는 점은 여러모로 가상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몸부림'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김윤아의 독집음반들은 그 자체로도 이미 큐리오에 가까운 상황인데, 이번 "유리가면" 앨범은 이에 옅은 자만심과 강한 허영심이 느껴져 더더욱 솔로로서의 김윤아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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