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채권단의 뒤늦은 구조조정이 ‘화’ 키워

▲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 3년2개월 만에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채권단이 쏟아 부은 자금만 무려 4조5000억 원, 결국 혈세만 낭비한 채 잘못된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의 시선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STX조선해양
[시사포커스/ 김용철 기자]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 3년2개월 만에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채권단이 쏟아 부은 자금만 무려 4조5000억 원, 결국 혈세만 낭비한 채 잘못된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의 시선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정부의 늦은 구조조정도 도마에 오르면서 정부의 안일한 시각이 화를 키웠다는 책임을 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 몰락 M&A 부메랑
▲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보유한 지분을 모두 잃고 배임 횡령 혐의로 사법당국의 칼날에 쓰러지는 아픔을 맞보게 된다. STX그룹 침몰의 전주곡으로 강 전 회장은 STX그룹 몰락과 함께 샐러리맨 신화는 문을 닫게 된다. ⓒ뉴시스

STX조선은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STX조선으로 바꾸면서 출범한 조선사다. 당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STX팬오션(전 범양상선)과 STX에너지(산단에너지), STX조선해양(대동조선)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외형 확장에 나섰다.

재계서열도 13위에 올라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지칠 줄 모르고 성장한 STX조선해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그룹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한 게 독으로 작용한 것. 조선업 호황기에 중국 유럽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08년 4월 중국 다롄에 대규모 투자로 다롄조선소를 가동하고, 18개 조선사를 거느린 STX유럽까지 사들이면서 외형은 확장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박 수요가 급감하면서 일각에선 무리한 공격 경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2011년 12월 40억 달러 수출탑 수상 경력도 헛된 일이 돼버렸다.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 물량 공세에 저가 수주로 맞받아치면서 출혈경쟁이 가속화되자 적자는 해마다 늘어나 부실 악화가 가속화 된 것이다. 무리한 M&A가 불러온 ‘승자의 저주’였다. 그 결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보유한 지분을 모두 잃고 배임 횡령 혐의로 사법당국의 칼날에 쓰러지는 아픔을 맞보게 된다. STX그룹 침몰의 전주곡으로 강 전 회장은 STX그룹 몰락과 함께 샐러리맨 신화는 문을 닫게 된다.  

2013년 부실적자로 경영난이 악하되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그룹 재건에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맺고 STX조선에 4조5000억 원 자금을 투입하고도 1조5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도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이 호전되지 않자 4천억 원을 추가 지원하며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만드는 구조조정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농협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국책은행만 남은 채 채권단에 합류했던 신한은행·우리·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탈퇴하면서 자율협약의 구조조정 한계를 드러냈다.

특수·국책은행은 정부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단점이 예전부터 나온 상황이라 총선 전에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에도 아랑곳없이 구조조정을 늦춘 게 작금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체적 뒷북 대응 자율협약 구조조정 문제 드러나
경실련 관계자는 “부실 위험이 감지될 때 전문가들 사이에서 구조조정을 시급히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채권단이 출자전환 외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며 “채권단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이 부실 위험이 커지자 뒤늦은 대응이 부실 위험을 크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채권단에 따르면 추가자금을 지원해도 회생기미가 안 보인다는 게 법정관리로 전환한 판단이다. 또한 자본잠식상태인 STX조선 재실사 결과 5월 말 결제대자금조차 낼 수 없는 것도 작용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더욱이 정치권에선 조선 ‘빅4’를 죽일 수 없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론을 꺼내며 어떻게든 희생시켜야 한다며 채권단을 압박한 것이 시기를 늦춘 꼴이 된 것. STX조선이 파산하면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되며 협력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더 이상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중단하고 법정관리라는 카드를 꺼내며 정리에 나선 상황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추가자금을 지원해도 회생기미가 안 보인다는 게 법정관리로 전환한 판단이다. 또한 자본잠식상태인 STX조선 재실사 결과 5월 말 결제대자금조차 낼 수 없는 것도 작용했다. 더욱이 조선업 경기 회복 기미가 불투명한 것도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중단한 배경이다.

현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이 STX에 물린 보증금과 대출금액만 각각 3조원, 1조원, 1조1000억 원에 이른다. 경실련 관계자는“채권단이 자율협약 과정에서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관리 감독을 했지만 조선 해운 불황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음에도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이 법정관리까지 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법원의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 기업으로 결정되면 모든 채무가 동결돼 채권단은 채권행사를 제약받는다. 3개월 정도 법정관리 합당 여부를 심의하며,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하면 파산절차를 밟거나 항고·제항고 할 수 있다.

이로써 STX그룹은 해체 수순이나 다름없는 길로 접어들면서 STX그룹의 신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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