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범죄·정신질환범죄? 중요포인트는 여성들은 많이 참았다는 것

▲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여성들 '분노의 이유'.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강민욱 기자]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관련 당국은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경찰은 행정입원 등 범죄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점검 및 솎아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24일, 경찰에 의하면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대 부설 치안정책연구소에 혐오범죄에 대한 연구를 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벌어진 살인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사건의 장본인 K씨(34·구속)가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의 진술을 하면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서 심지어 추모현장에서의 시민들 간 감정서린 설전 및 갈등까지 일어났다.
 
 
경찰 측 프로파일러 및 의료계 및 각계의 견해는?
경찰은 22일 오전 브리핑을 열면서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측 프로파일러는 범행 당시에 K씨가 조현병에 의한 망상이 심화된 상태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하는 한편 혐오범죄(hate crime)와 구분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해당 프로파일러는 "피의자의 망상적 사고와 함께 표면적인 범행 동기가 부재하고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요인이 없는 사건으로 '묻지마 범죄' 중 정신질환 유형에 해당돼 '혐오범죄(hate crime)'와는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 및 관련기관의 견해는 어떤가.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 전문의)에 따르면 조현병(정신분열증)은 극히 소수 타해 위험환자 등을 빼면 통계적으로 살인과 관련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료에 의하면 정신질환 중에서 ‘공격성 · 잠재적 범죄’ 등을 증상으로 하는 질환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한가지 뿐 이며 조현병(정신분열질환) 환자들은 범죄 및 폭력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복지부의 이 자료는 일부 환자 중 충동조절이 안되고 자해·타해 위험성이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마저도’ 타해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그밖에 대검찰청이 내놓은 2011년 범죄분석 보고서에서 정신장애인들의 범죄율은 정상인 범죄율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알려지는 상황이다.
 
 
학계의 뼈있는 ‘일침’... 여성들은 왜 분노 하는가
24일 학계에 따르면 가톨릭대 정인경 교수는 “성차별의 희생자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인식이 한국에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며 포스트페미니즘 시대 여성혐오를 조직하는 기본정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이는 ‘역차별’이라는 이름하에 "이제 성차별의 피해자는 남성이다"라는 주장이 여성혐오를 이루고 있는 ‘근본 뼈대’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또한 국내최고 프로파일러이며,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인 표창원 씨는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해 '삐딱한' 남성중심주의 하위문화가 존재함을 언급한다. 표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근 "(해당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단정 짓긴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나 '모르거나 관계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계획범죄임은 분명하다'라고 비판하며 이러한 정서에 일베 및 소라넷 등으로 일컬어지는 '삐딱한' 남성중심(우월)주의 하위문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결국 이와 같은 견해와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살인사건의 장본인이 불치의 질환 때문에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건 여성을 혐오해 계획범죄를 저질렀건 단 두 가지 포인트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나는 장본인 K씨의 ‘본능’이다. 그 본능은 ‘이 정도 몸집’이기에, ‘약해보이는 여성’이기에, 살인을 저질렀던 본능. 속된 말로 ‘만만’해 보임을 인지한 본능이다.

필자는 질문한다. 그가 과연 신장 2m가 넘는 강하고 건장한 여인을 맞닥뜨렸다면 그의 본능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둘째는 지금 여성들이 표출하는 분노는 단순히 ‘이 사건’때문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커리어우먼' 혹은 잘나가는 여성 및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비뚤어진 시각과 냉소주의(예로 여가부에 관한 냉소 및 모 여대에 관한 냉소)에 대해 여성들이 그간 쌓여왔던 '울분'이 결코 없다고 남성들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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