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비대위-혁신위 원점 재검토” - 비박 “원안대로 가야”

▲ 전날 비대위-혁신위 무산 사태로 내홍이 극에 달한 새누리당에서 현재 사령탑인 정진석 원내대표마저 18일 돌연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에서 칩거에 들어가면서 당이 방향을 잃고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전날 비대위-혁신위 무산 사태로 내홍이 극에 달한 새누리당에서 현재 사령탑인 정진석 원내대표마저 18일 돌연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에서 칩거에 들어가면서 당이 방향을 잃고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과 비박 양측의 갈등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어 타협보다는 어느 한 쪽이 굴복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여기에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에 있어서도 양 계파 간 주장은 대척점에 서 있어 당 내분은 상당 기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친박, ‘정진석 책임론’ 제기…비대위, 외부 영입 주장
 
지난 17일 친박계의 전국위 집단 보이콧으로 새누리당 비대위-혁신위가 사실상 백지화된 가운데 양 계파는 18일 서로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격한 설전을 벌였다.
 
친박계에서는 우선 비박계도 문제로 여기지만 이들을 주요 당직에 끌어들인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1차적 원인이 있다고 봐 날을 세웠고, 비박계에선 수적 우위를 내세운 친박계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분개하며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먼저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 원내대표를 겨냥해 “자기가 독배를 마실 각오가 있다, 이런 얘기를 했으니 말한 대로 행동했으면 좋겠다”며 “사과를 하고 백지에서 시작하든가 아니면 본인께서 정말로 자기는 이런 상황 속에서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 그러면 본인 스스로 사퇴하든가 그 두 가지 결정을 저는(해야 한다고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 의원은 전날 전국위 불참에 대해서도 “상임전국위원 같은 경우 52명인데 이 중 참석을 16명 했다는데 제 생각에는 그 상임전국위원 중 낙선한 분들 같은 경우가 10여명 가까이 된다”며 “친박 비박을 떠나서 많은 분들이 불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친박계에만 책임지우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비박계 위주의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는데 “청와대 공격하고 친박 공격하고 이미 그랬는데 임명도 되기 전에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데 앞으로 미래에 대한 우리 당이 화합으로 가야 될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건 커다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며 “혁신위원회도 새로 꾸려야 되고 비대위도 새로 꾸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원장은 용퇴하셨고, 비대위원들도 제가 보기엔 이 상황에서 비대위원 할 수 없겠다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을 다시 구성하는 방법 외에 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라고 새로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김 의원 등의 견해에 힘을 실었다.
 
홍 의원은 비대위 인선에 대해선 “저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계파로부터 좀 자유로운 사람들이, 객관성을 담보하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인명진 목사님, 김황식 총리나 중립적인 인사들이 와서 혁신위원회를 맡고 비대위를 맡고 이러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구체적인 후보군까지 거론했다.
 
이는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친박계 내에서 내심 정해 둔 비대위, 혁신위 후보까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비박계 인사들의 비대위-혁신위 선임은 애당초 용인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또 홍 의원도 김 의원처럼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것이 친박계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는데, “친박이 상임 전국위원회에 참석 안 해서 상임 전국위가 열리지 못했다고 하는데 물론 친박도 있지만 비박이란 분들도 많이 참석 안 했다. 대표적으로 나경원 의원이나 이런 분”이라며 “그것(불참)이 친박의 뭐다 라기보다는 당원들이 정진석 리더십에 관해 의문을 표한 것”이라고 ‘정진석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 (비대위-혁신위원장 인선) 결정을 내릴 때 상당히 고독한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아무하고도 상의하지 않았다”라며 “정 원내대표께는 죄송하지만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해 미리 소통하고 당내 협치를 이뤘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재차 정 원내대표에 책임을 물었다.
 
정진석 책임론은 심지어 정 원내대표와 같은 충청권 출신이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외 또 다른 ‘충청대망론’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까지 제기하고 나섰는데, 18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나온 그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인선을 할 때 계파를 안배해서 했다면 이렇게까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를 몰아세웠다.
 
다만 정 의원은 “인선 문제를 지금 이대로 가져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비대위-혁신위 투트랙으로 갈 것인지, 원점으로 돌아가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는 쪽으로 문제를 접근할 것인지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전날 비박계가 급히 요구한 당선인 총회 개최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의원은 “이미 개인적으로 의견 개진을 한 바 있지만 비대위와 혁신위를 이원화하지 말고 혁신 비대위를 구성해 전권을 갖고 쇄신과 혁신을 해 나가는 것이 좋다”며 비박계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또 비박계가 제기해 온 총선 책임론에 대해서도 “친박 감별사 활동을 자청하고 다녔던 분들은 이번에도 많은 실패를 가져온 계기를 줬다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런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 한마디 하고 자숙하는 기간을 가지면 그에 대한 용서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해 오히려 친박계도 자숙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중립적 입장을 내놨다.

◆ 비박, “정진석 원안대로 비대위-혁신위 구성해야”
 
반면 비박계는 친박계의 이 같은 주장에 비난 공세로 맞대응하고 나섰는데, 이번 사태로 혁신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했던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경 시편 1장 1-6절을 인용해 친박게를 ‘악인’에 비유하고 자신을 비롯한 비박계를 ‘의인’에 비유해 격앙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18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정당민주주의를 지금 4·13 총선 이후 올바르게 실행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도 부족할 판인데 이런 인식과 분위기는 너무 큰 문제”라며 친박계를 질타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용태 의원과 가까운 친김무성계인 김성태 의원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정당민주주의를 지금 4·13 총선 이후 올바르게 실행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도 부족할 판인데 이런 인식과 분위기는 너무 큰 문제”라며 친박계를 질타했다.
 
그는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까지 거론하며 압박하는 데 대해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 가지고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되느냐, 안 그러면 원내대표를 사퇴해야 되느냐,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라고 일축하면서도 “(만일 정 원내대표가) 나가버린다는 것은 지난번 유승민 전 원내대표 같은 불명예스러운 하차다”라며 내심 사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친박계에서 비대위-혁신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비대위 인선에 대해 아무런 원칙이 (없는 것)”이라고 못 박은 뒤 “혁신위원장도 당선인, 의원총회라든지 총의를 모을 장소가 있다면 거기서 정진석 20대 첫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반려해야 한다”며 앞서 김용태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을 번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본래 비박계지만 아직 입당 허가를 받지 못해 현재 무소속으로 잔류 중인 안상수 의원도 이번 새누리당의 내홍에 대해 “일부 야심가들이 자기들 사리사욕 때문에 당을 파행으로 하고 있다”며 친박계를 비판했는데, 그는 이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서 ‘친박계가 자신들의 야심으로 전국위에 조직적 대응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 전국위에서 수십명이 불참한 데에는 아주 직접적인 종용이 있었을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그는 당내 비박계 인사들과는 달리 비대위-혁신위 구성에 대해선 이견 차를 내비쳤는데, “지금 혁신위를 해서 다시 분란을 벌이고 하다 보면 수습이 어렵다. 어제 잘 통과가 됐으면 그대로 갈 수도 있지만 지금 이 판에서 그걸 똑같이 밀고 나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혁신위는 안타까운 얘기지만 다시 새 지도부에서 하도록 하고, 일종의 공약 사항으로 해서 당원이나 국민들에 알리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의원은 혁신위보다는 비대위에 방점을 두었는데, “비대위 출범을 빨리 해서 다른 역할보다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기로 해서 전대를 빨리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정당성을 부여받은 지도부가 빨리 형성되고 그 지도부에 따라 당이 운영되면 수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친박과 비박 내부에서도 비대위-혁신위 구성을 놓고 조금씩 이견 차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날 오후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의 사무실에 들어앉은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는 내 편이 없다. 나는 당에서 혼자다. 주변에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격하게 치고받는 친·비박 모두를 싸잡아 “무슨 계파 타령들이냐. 이제 (계파 문제는) 그만해야 한다”며 “언론도 무슨 계파 계파 하면서 편가르기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계파 갈등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핵심 쟁점인 비대위-혁신위 구성에 대해선 아직 확실히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는지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상경시점에 대해 물어도 “한번 보자”고 즉답을 피해 지도부 공백 사태까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