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원장, 정진석 원내대표 겸직 결론…외부 인사로 혁신위도 구성키로

▲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정진석 원내대표와 함께 11일 중진연석회의를 가진 가운데 비대위 구성 방향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0대 총선 직후 새누리당은 참패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로서 책임지는 과정도 없이 당시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최고위원들의 추대를 받아 비대위원장까지 겸하게 되자 비박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됐는데, 결국 비대위원장 겸직은 일단 없던 일로 하고 일단 차기 원내 지도부로 그 공을 넘긴 바 있다.
 
그토록 ‘뜨거운 감자’가 됐던 비대위 구성을 놓고 11일 열린 당 쇄신방안 논의를 위한 새누리당 중진연석회의는 지난번 친박계의 판정승으로 끝난 원내대표 경선 결과로 일찌감치 판세를 읽었기 때문인지 예상보다 저조한 참석률을 나타낸 가운데 마치 이미 정해놨던 듯 현재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것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이렇게 임시 지도부라 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직을 외부 인사가 아니라 기존 원내대표가 겸임하기로 결론나면서 다가올 전당대회 이전까지 그저 당 대표 대행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족하는 유명무실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비대위 구성은 백지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정 원내대표가 경선 과정에서는 물론 당선된 뒤에도 누차 당선인 총회를 통해 협의된 외부 인사를 모셔와 강력한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던 약속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또 다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회의에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내 별도의 혁신특별위원회도 설치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당에 실제로 반영될 혁신안을 내놓는 실질적 기구가 될 것인지 비박계를 비롯한 일부 여권 지지층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이라 사료된다.
 
다만 이번 결과가 거의 모두 친박계의 의도대로 흘러갔다는 점에서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내 친박계의 입김은 오히려 날이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비대위 구성, 사실상 ‘친박’ 뜻대로
 
지난 9일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7월 중에 전당대회를 해야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이미 여기서 살펴볼 수 있듯 ‘당 안정화’를 무엇보다 우선한데다 전당대회를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선 혁신안을 내놓을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 비쳐 11일 중진연석회의는 열리기도 전부터 이미 ‘관리형’으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관리형’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 때문인지 정 원내대표는 10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 비대위가 됐든 특위가 됐든 당의 쇄신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체를 단기간으로 가져가고, 전대 전까지 끊고 이건 아니다”라고 밝혔는데, 전대를 통해 차기 지도부가 출범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대위는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위가 됐든’이라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쉽게 흘려듣지 말아야 했다.
 
즉,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에서 그동안 요구해온 혁신 비대위 대신 별도의 특위 형태로 혁신위를 구성하고 비대위는 이와 분리하는 투트랙 체제로 가겠다는 복안을 회의 하루 전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관리형 비대위 형태는 분명하나 누가 두 달도 안 되는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였는데, 이 역시도 관리형인 만큼 시간을 들여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보다 당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로 임명하자는 목소리가 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그 중에서도 친박계 대표 초선인 정종섭, 백승주 당선인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 연찬회에서 적극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별도로) 거명된 인물은 없었다”면서도 “외부 영입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내부에도 개혁적 인사가 충분히 있고 경험 있는 분도 있으니 조속한 시간 내에 비대위를 구성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초 친박계에선 원내대표를 맡았었던 원유철 의원에 총선 직후 비대위원장을 겸직시키려 했었던 만큼 이날 친박계에서 내놓은 ‘내부 인사론’을 넓게 해석하면 현 원내대표에 겸직하는 형태로 결론 낼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원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요소가 됐던 새누리당 쇄신모임이 비박계의 원내대표 경선 패배를 전후로 해체된 상황이고, 비박계가 전체적으로 침묵하는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더는 방해할 세력이 없다는 점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실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11일 열린 중진연석회의에는 참석 대상자 18명 중 절반인 9명만 회의 시간에 맞춰 참석한 데다 각 계파의 거물급이라 할 만한 친박계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물론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은 결과를 예견했는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밖에 원유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 김재경, 정우택 의원 등도 불참해 다소 썰렁한 가운데 진행됐는데, 1시간 남짓 논의한 끝에 이날 모인 중진들은 전날 당선인 122명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서 응답자의 70%가 택한 관리형 비대위와 혁신위를 병행 설치하는 중재안을 따르기로 결정해 비대위는 정 원내대표가 겸임하고 당 쇄신을 위한 혁신위는 정 원내대표의 주도 하에 외부 영입을 통해 구성하기로 결론 내렸다.
 
◆ ‘당권’ 노린 친박, 혁신안 마련 시한 ‘전대까지’로
 
이날 회의 결과와 관련,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각각 따로 구분된 비대위와 혁신위의 역할을 설명했는데, 비대위에 대해선 “최고위원회를 대신할 임시지도부 성격의 당 비대위는 전당대회 실무준비 등 통상적인 정당활동을 담당한다”고 밝혔고, 혁신위에 대해선 “별도로 당 혁신위를 구성해 전당대회까지 당 지도체제와 당권·대권 분리 문제, 정치개혁안 등 혁신안을 완성한다”고 전했다.
 
또 혁신위원장과 혁신위 구성 전권은 앞서 결정했듯 정 원내대표에 위임하기로 하면서도 혁신안에 대해선 혁신위에 전권 위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 대변인은 “전당대회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마치기로 했다”고 말해 전당대회 개최를 기존 7월에서 한 두 달 정도 더 미룰 수도 있음을 시사했는데 혁신위의 혁신안을 전당대회 전까지 완성한다고 밝힌 만큼 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전대 연기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당대회 이후에도 혁신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정 원내대표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비대위원장 겸직에 대한 소견을 묻자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많이 된다”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고 말해 이번 결과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음을 내비쳤다.
 
▲ 정진석 원내대표는 11일 중진연석회의에서 혁신위 인선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것과 관련,“(혁신위원장 영입에) 한 1주일에서 10일 정도 말미를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 안에 되면 좋겠고,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라면서도 “이제 서둘러서 접촉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그는 혁신위원장 영입 문제에 대해선 “한 1주일에서 10일 정도 말미를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 안에 되면 좋겠고,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라면서도 “이제 서둘러서 접촉해야 한다”고 상당히 촉박하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총선 패배 뒤부터 거의 한 달 가까이 원내대표 선출 외엔 별 다른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는 점에서 전대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혁신위를 하루라도 빨리 출범시켜 어떤 혁신안이라도 내놔야 전당대회 전까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돌아선 민심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 한시적 혁신위, 용두사미 될 것인가
 
문제는 혁신위가 국회의원 기득권과 공천 개혁을 포함해 당 지도체제 개편 등 계파 갈등이 재발할 소지가 큰 민감한 사안들을 다룰 수밖에 없다보니 계파 갈등이 재발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부작용이 두려워 제대로 손대지 못하다 보면 반대로 용두사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점도 있어 최대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결정에 대해 과거 김무성 전 대표 시절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위원장으로 했던 보수혁신위원회를 떠올리며 괜한 ‘보여주기식’ 기구로만 이용한 뒤 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드러내고 있는데, 실제로 당시 보수혁신위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약 6개월 간 활동하면서 적잖은 당 혁신안을 내놨으나 총선 공천 시점을 앞두고 이한구 공관위가 출범하면서 조용히 뒤안길로 사라진 만큼 전대까지 실권 없는 한시적 기구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혁신위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외부 영입 인사들 역시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에 휩쓸릴 가능성도 적지 않아 친·비박 양측에서 객관적이라 평가받는 인물을 영입해야 하는 부분도 혁신위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점사항으로 떠오르는데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황식 전 총리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이수성 전 총리,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인명진 목사, 김진흥 목사,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 황창규 KT회장 등도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떤 인물이 혁신위원장에 오르든 친박이 강세인 현 상황에선 적어도 친박계의 입장을 거스르지 않을만한 인물인지에 중점을 두고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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