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물류센터로 도약 vs 구체적 성과 전망 아직 불확실

▲ 하림이 10여년 간 개발이 중단됐던 ‘비운의 땅’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사진)를 사들이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올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하림이 10여년 간 개발이 중단됐던 ‘비운의 땅’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를 사들이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옛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를 4525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림그룹은 NS홈쇼핑의 자회사인 엔바이콘을 통해 해당 부지 9만1082.8㎡를 매입했다. 하림그룹은 이 부지에 물류 및 복합 유통센터를 조성하고 도심형 연구·개발(R&D) 지구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하림이 지난해 팬오션 인수에 이어 파이시티 부지 매입까지 총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붓자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하림은 지난해 팬오션 인수로 주요 계열사들의 부채가 적지 않게 늘었는데 파이시티 부지 대금까지 조달하기 위해서는 외부 자금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하림, 자금 조달 여력 자신감
물론 하림 측은 지난해 팬오션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바이콘의 자산 규모는 470억원에 불과하고 NS홈쇼핑의 자산규모도 4500억원 가량에 그친다. 파이시티 부지 대금이 NS홈쇼핑의 자산 규모보다도 큰 셈이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NS홈쇼핑이 600~7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고 있어 파이시티 인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NS홈쇼핑은 지난해 4064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89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677억원이었다.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이 평균 500~600억원에 달한다.
 
또한 현금동원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0년 613억원, 2011년 690억원, 2012년 475억원, 2013년 845억원, 2014년 1197억원, 2015년 435억원의 추세를 보였다. 4500억원 가량은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하림이 이 부지를 거액을 들여 인수하기로 한 것은 복합물류센터를 짓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양재동이 경부고속도로로 주요 도시에 쉽게 진입할 수 있어 물류 거점이 될 수 있는 좋은 입지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하림은 본업인 닭고기 유통뿐 아니라 홈쇼핑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종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면 파이시티 부지는 분명히 그룹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변수 지나치게 많아 우려도
 
▲ 하지만 증권업계에서 이번 하림의 파이시티 인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뉴시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 이번 하림의 파이시티 인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향후 건축비나 기부채납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집행될 예정인데 단지 부지 인수만으로 구체적 성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림은 확정되지 않은 해당 부지의 개발 가이드라인과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축비, 부지 용도 전환과 인허가의 어려움 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기부채납과 연구개발 시설도 개발 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개발 지침이 확정되도 서울시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고 인허가를 진행하는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데 시일이 얼마나 소요될지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 기간이 지연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증권업계는 또한 NS홈쇼핑이 상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주주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했다고 비판하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은 “풍부한 현금과 안정적 영업력에도 배당을 하지 않고 상장 1년 만에 계획에 없던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투자자에 혼란을 안겼다”고 평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파이시티 인수 결정을 두고 “추후 어느 정도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NS홈쇼핑의 목표 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직접적으로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하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하림의 부채는 2013년 2743억원에서 지난해 3921억원까지 늘었다. 차입 부채 역시 2014년 2572억원에서 지난해 3102억원으로 20% 이상 늘었다. 파이시티 부지 인수 계약으로 이 같은 재무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NS홈쇼핑은 이번 인수금 4500억원 중 500억원은 이미 집행했고 나머지 금액 중 1600억원을 보유 현금으로 조달했다. 나머지 2400억원은 사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 같은 우려에 이날 NS홈쇼핑 주가는 결국 전날보다 10.71%(1만8000원) 폭락, 신저가를 경신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