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호남 대통령론’, 문재인과 ‘균열’ 조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총선 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 관계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사퇴 의사까지 내비쳤던 비례대표 논란으로 인해 친노 진영이 결국 백기투항하고 크게 위축된 반면 김 대표는 이 기세를 몰아 친노와의 신경전을 끝맺을 심산인지 친노 수장으로 꼽히는 문 전 대표에게까지 칼날을 들이미는 분위기다.
 
당초 총선은 물론 멀게는 대선 승리까지 당을 견인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김 대표를 영입한 뒤 2선으로 물러난 문 전 대표는 아직 ‘비례대표 갈등 앙금’이 풀리지 않은 듯 보이는 김 대표가 ‘호남 대통령론’까지 거론하자 내심 초조한 모양새다.
 
앞서 비례대표 사태가 수습된 직후에도 ‘당 정체성’ 논란을 일으키며 이견차를 드러낸 만큼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벌써 서로 회복할 수 없는 관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자 총선을 목전에 두고 당 내홍이 있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는지 우선 문 전 대표가 ‘갈등설’을 일축하고 나섰는데 여전히 의혹을 확실히 풀 만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불안한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당 정체성’ 언급하며 文과 갈등 표출한 김종인
 
비례대표 논란을 종식하고 다시 돌아온 김 대표는 당내에서 이의제기 자체가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당 정체성’ 문제부터 ‘호남 대통령론’까지 자칫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거침없이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이는 종전 문 전 대표를 위시한 친노 계파 중심의 당 주류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발언인데 비례대표 문제로 한풀 꺾인 친노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대로는 총선 직후 당 내홍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지난 23일 김 대표는 비례대표 논란을 매듭지은 자신의 당 잔류 선언 회견 도중 당 정상화를 위해선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대선에 임할 때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밝혀 자신을 집중 공격한 친노 운동권 세력을 먼저 배제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간 친노 측과 김 대표 간 충돌에도 김 대표가 사퇴 가능성을 표명하기 전까지는 일절 나서지 않고 침묵을 지켰던 문 전 대표는 이 같은 김 대표의 발언에는 즉각 반박했는데, 지난 24일 이번 총선에 마포을로 출마하는 손혜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가운데 “진보, 민주화운동 세력, 시민운동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분명히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또 문 전 대표는 자신이 대표에 재임하던 시기 최고위원을 지냈으며 마포을을 지역구로 둔 정청래 의원이 당에서 컷오프된 데 대해서도 “정청래 의원이 이번 공천에서 배제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혀 김 대표측과 입장을 달리했다.
 
이런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박이 불편했는지 김 대표는 25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이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전 대표의 견해일 뿐 할 말이 없다”면서도 “국민이 바라는 정체성에 배치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하루 뒤인 26일엔 “광주전남 분들은 내가 문재인 대리인 비슷하게 (왔다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저는 바지사장 노릇은 못한다”고 거리를 둔 데 이어 영광에서 열린 이개호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선 “(내가) 누구의 앞잡이가 아니냐, 혹은 선거 끝난 뒤 홀연히 사라지고 옛날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 김종인 ‘호남 대통령론’…文과 경쟁 구도 형성하나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권 후보로서 문 전 대표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낸 것인데 김 대표는 호남 방문 첫날인 26일 무안 서삼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번 총선이 끝나면 정치 지형이 많이 변할 것”이라며 “당의 대통령 후보가 다 정해진 것처럼 그런 생각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호남 민심을 의식해 내놓은 ‘표심공략용’ 발언일 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면 하루 뒤인 27일 김 대표가 지역 언론사 사장단과 조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도 ‘호남에 애정을 갖는 대통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던 만큼 가벼이 흘러들을 얘기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또 호남을 대변할 인물에 대해서도 앞서 26일 서삼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호남을 대변하는 사람이 당에 없다는 말을 하는데, 제가 호남을 대변하기 위해 절대적 노력을 할 것이란 걸 여러분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해 본인이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래선지 김 대표는 27일엔 이례적으로 “(호남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했다”며 “뿌리가 여기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해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비례대표 파동 전인 지난 16일에 있었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만 해도 문 전 대표를 가리켜 “굉장히 정직하고 절제가 있는 분”이라며 사회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 방법에 대한 준비만 하면 대선후보로 결함이 없다고 평했던 김 대표가 이젠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김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 당시 기자들이 대선후보로서 손학규 전 대표는 어떤지 평가해달라고 하자 “정계 은퇴하신 분인데 평가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일축했던 모습과 달리 28일 충북 괴산군에서 열린 충북 후보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우리 당 당원이니까 선거에 지원을 해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직접 러브콜을 보내가며 손 전 대표를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 백의종군한 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유세 지원에 나선 문재인 전 대표가 28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의 불화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김 대표는 총선 후보 지원 유세와 관련해 문 전 대표에겐 일언반구 요청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심경이 반영된 것인지 문 전 대표는 선대위 관련한 어떤 직책도 없지만 자발적으로 총선 지원에 나서고 있으면서도 김 대표와는 연일 동선을 엇갈리게 나가고 있어 세간에서 제기되는 김 대표와의 불화설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실제로 김 대표가 26일부터 1박2일간 호남에서 유세 지원에 나선 뒤 28일엔 충청, 29일엔 부산·울산과 수도권을 돌고 있는데 반해 문 전 대표는 27일에는 수도권, 28일에는 경남, 29일엔 충청을 돌며 김 대표의 유세와 절대 겹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김 대표가 ‘호남 대통령론’, ‘호남 대변인론’을 주창한 호남 지역은 더민주의 전통적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는 여전히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다.
 
◆ 야권연대, ‘김종인’ 뒤엎을 文의 마지막 카드?
 
또 최근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연일 제안하고 있는 야권 연대와 관련해서도 문 전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권연대는 공학이 아니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승리의 그릇”이라며 무조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김 대표는 앞서 야권 통합이 아닌 당대당 차원의 야권 연대에는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어 이 역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총선 전략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양측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야권 연대가 끝내 이뤄지거나 성공해 총선 승리의 결정적 변수로까지 이어질 경우엔 비례대표 사태 이후 입지가 위축된 친노와 문 전 대표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는 만큼 일부에선 문 전 대표가 거듭 역설하는 야권 연대는 대선후보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김 대표로부터 당내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란 분석을 내놓기도 하고 있다.

이렇듯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갈등이 총선 이후엔 수면으로 급부상하는 것 아니냐며 당 내홍은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이를 의식했는지 문 전 대표는 28일 정영훈·서소연 후보 지원유세차 경남 진주 중앙시장을 찾은 가운데 김 대표의 ‘호남 대통령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즉답은 피하면서도 “저와 김종인 대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론에서 이간질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서둘러 ‘불화설’을 진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비례대표 사태로 당 내홍 양상이 잠시 표출되자마자 총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었던 만큼 적어도 이들의 갈등은 총선까지는 일시 봉합 수준에 머문 채 긴장 상태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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