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탈당’ 진영 의원 등 더민주-국민의당 영입 경쟁

▲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오는 24일로 예정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일을 채 한 주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새누리당은 공천안 의결을 두고 친·비박계 사이에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더는 당에 기대할 것도, 총선 준비에 남은 시간도 없다고 판단한 의원들은 발 빠르게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 출마 출마 채비를 갖췄다.
 
중도 정당을 표방한 국민의당은 현재 당 구성 의원들의 성향이 진보 쪽으로 좀 더 기울어있는 만큼 일찌감치 보수정당 출신인 이들에 눈독을 들이고 영입에 공을 들이려하는데 더불어민주당까지 영입 경쟁에 가세하면서 한층 상황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원조 친박 인사로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맡았던 진영 의원은 기초 노령연금 문제로 박 대통령과 이견 차를 보이다가 스스로 장관직을 사임하고 원내 복귀해 비박계로 돌변한 인물인 만큼 그간 새누리당 내에서 컷오프된 다른 의원들과 달리 야권에서 서로 데려가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진 의원 외에도 마찬가지로 친박 핵심이었다가 비박으로 변한 유승민 의원을 따르는 유승민계 의원이나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은 비박계 의원 등 탈당행렬도 이어지고 있어 야권은 이들 중 일부를 흡수해 총선 전 지지층의 외연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심산이다.
 
◆ 與 비박 낙천자 탈당 가속화…야권 어부지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면서도 여전히 재심 가능성에 매달려 머뭇거리던 비박계 의원들이 전날 진영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18일부터 봇물 터지듯 탈당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더민주나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이뤄진 야권 지지층과 달리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여권의 경우 총선 직전 탈당을 감행한다는 것은 의원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권의 총선 승리에 발목 잡는 것으로 자신의 유권자들에게 잘못 비춰질 수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그런 연유로 이들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의사는 내비치면서도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쉬이 표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전날 이번 컷오프를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진영 의원이 탈당을 감행한 데 이어 18일 무소속도 아닌 야당에 입당할 가능성까지 흘러나오자 부담을 한결 덜게 된 새누리당 낙천 의원들은 재심은커녕 파행을 이어가는 공관위에 기대를 버리고 탈당을 선언했다.
 
18일 인천 중·동·강화·옹진을 지역구로 둔 인천시장 출신의 비박계 재선인 안상수 의원은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겨냥해 “이한구 위원장은 국민을 우습게 보고, 무시했다”며 “나를 공천 배제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일갈했다.
▲ 안상수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4월 13일(총선일)은 이한구를 심판하는 날”이라면서도 “국민의 분함을 달래기 위해 잠시 당을 떠나 국민의 성원을 받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안 의원은 이어 “4월 13일(총선일)은 이한구를 심판하는 날”이라면서도 “국민의 분함을 달래기 위해 잠시 당을 떠나 국민의 성원을 받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혀 무소속으로 당선될 경우 복당하겠다는 가능성은 열어놨다.
 
또 그는 기자회견 뒤엔 비박계 공천 탈락자들과 연대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동병상련이니 많은 부분에서 뜻이 통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의 뜻을 점검해보겠다”고 말해 ‘무소속 연대’ 결성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과거 친이계의 공천 학살에 반발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친박연대를 결성한 친박계 의원들의 행보와 궤를 같이 할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컷오프 대상으로 분류되자 격하게 공관위를 비판했던 3선의 유승민계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도 이날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천명했다.
 
조 의원 역시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정권을 세우고 국정 성공을 바라면서 대가 없이 헌신해온 분들이 이번 공천 결과를 보고 실망과 배신감, 분노, 한숨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저는 당과 주민의 대표자로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표로서 확인시켜줄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컷오프한 공관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 통합 선거구란 점을 꼬집어 “광대한 선거구를 책임질 사람은 3선의 경륜 있는 중진 정치인 뿐”이라며 “(유권자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8년 경험과 관록 3선 의원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이제부터 한달동안 당을 떠난다”며 “깨끗한, 부패하지 않는, 정직하고 양심적인 참된 보수정당의 기치를 들고 돌아오겠다”고 한시적이나마 무소속으로 활동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그는 아예 재심 요청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는데 “당 지도부, 최고위원회가 (재심)하게 돼 있는데 엉터리 공천이 진행되기까지, 당 지도부가 한 일이 뭐냐”면서 “수수방관한 분들이 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맞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다른 낙천 의원들과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선 “거취를 안 정한 분들이 많고 아직 생각이나 말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가치를 공유하는 분들이 힘이 되는 길이 있다면 그런 논의는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유 의원의 최측근으로서 유승민계 첫 탈당 인사가 된 조 의원에 대해 유 의원까지 조 의원의 기자회견 직전 “용기 있게, 힘 있게, 당당하게 하라”며 그간의 침묵을 깨고 격려함에 따라 이에 자극받은 다른 유승민계 의원들의 추가 탈당도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유승민계 외에도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부터 재심 문제를 두고 최고위까지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주호영 의원 역시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고 있어 일각에선 새누리당 탈당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 더민주-국민의당, 불 붙은 영입 경쟁
 
이런 가운데 야권은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에 따른 부수효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17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진영 의원 영입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데 국민의당과 경쟁한 끝에 더민주가 한 발 앞선 모양새다.
 
진 의원 탈당 당일만 해도 국민의당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진영 의원님은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박근혜 정부에 의해 공천 탄압을 당한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우리 정체성에도 맞고 영입하고 싶은 0순위 의원”이라고 한껏 추켜세웠다.
 
하지만 더민주 입당설에 무게가 실리는 듯 보이자 김 위원장은 18일 “(더민주에 간다면) 그간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일이 결국 더민주에 가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 되고 폄하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와 친노 세력이 우글거리는 정글로 들어가는 것은 어떤 명분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까지 나서 “진영 전 장관이 온다면 대환영”이라며 한층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는데, 김 대표는 진 의원과의 회동과 관련해선, “아직 만난 적은 없다”면서도 내심 진 의원의 합류를 원하는 기색은 숨기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 선거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후보임을 의미하는 기호 1번을 떼어내 더는 미련이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는데 진 의원이 만일 야당으로 옮긴다고 해도 얼마나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에 따라 다른 여권 의원들의 야권 입당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원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 당 지지도가 대체로 높은 여권 지지층의 특성상 오히려 야권으로 옮겨간 의원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돌아설 수도 있어 진 의원이 자신의 지지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은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