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스탠드로 따져보고 결정해야

▲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재계에선 매각설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수조원대 적자 누적으로 ‘계륵’과 같은 입장에 처해 있는 계열사 정리를 시작으로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사진/시사포커스DB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재계에선 매각설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수조원대 적자 누적으로 ‘계륵’과 같은 입장에 처해 있는 계열사 정리를 시작으로 지분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핵심 계열사를 처분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매각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알짜배기 사업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핵심 계열사를 팔아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백척간두에 놓인 회사를 버릴 수는 없는 일. 기업들은 매각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성장동력과 유동성 확보 과연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핫한 기업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조직의 체질개선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탈바꿈하고자 인력조정과 사옥 매각 사옥 이전, 계열사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물밑에선 진행 중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신사업분야를 놓고 글로벌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 사물인터넷, 전기차용 배터리, 자동차 전장부품, VR(가상현실) 등 신 성장동력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이었던 스마트폰, 조선, 건설 가전에서 예전만 못한 실적이 이어지자 사업재편의 하나로 매각설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 매각설의 진원지는 재일기획과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금융계열사로는 예전부터 돌고 있는 삼성카드 등이다.

3월 말 판교로 사옥이 이전되는 삼성물산은 주택사업부가 KCC로 매각 및 합작법인 설립 추진 보도가 나오자 한국거래소가 사실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를 삼성물산에 요구하면서 매각설의 진위 여부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주택사업부 매각설을 공식 부인했다.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매각설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KCC가 백기사로 나서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엘리엇 매니지먼트 공격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지자 KCC가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들여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삼성물산의 공식입장이 나오면서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KCC도 이날 삼성물산 국내 건설·주택 사업 인수 및 합작법인 설립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인수 및 합작법인 설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지분 매각을 통한 매각 외에도 사옥이나 부동산으로 통한 매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적악화로 인한 누적적자가 불어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파는 경우로 삼성엔지니어링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옥이 대표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영업 손실이 무려 1조 4천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입주한지 3년 만에 사옥을 매물로 내놨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서울 본사 사옥을 매물로 내놨다.  재정건전성이 양호함에도 매물로 내놓은 것도 많다. 불확실성한 경제 상황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란 판단이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본사를 매각하고자 매물로 내놨다가 시민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아 한동한 내홍을 겪은바 있다. 시민단체는 삼성생명 사옥 매각은 이재용 부회장 자본금 확보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지만 삼성에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으로 일축한 바 있다.

◆경영권 경쟁, 시너지 확보, 법적장치도 필요
▲ 경영권 인수 추진을 위해 장내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적대적 MNA 라고도 부르는 경영권 분쟁은 한마디로 회사 경영권을 놓고.   ⓒ뉴시스
이렇듯 매각은 기업 입장에선 ‘계륵’과 같아서 앞으로 기업의 미래를 가늠할 잣대로도 인식되고 있다. 일각에선 수익성이 좋은 핵심 계열사를 어쩔 수 없이 매각하는 일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신중한 스탠드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사업위험 측면에서 안정적인 매출 및 영업수익성을 가진 계열사 사업부문의 매각은 사업부문간 상호 보완을 통한 실적 변동성 완충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기업의 사업기반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존재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사업적 측면의 부정적 요인과 영업수익성 및 현금창출능력 저하 우려에 대응해 일련의 구조조정을 통한 고정비 절감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추진 성과에 따라 향후 회사의 현금창출능력에도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경영권 인수 추진을 위해 장내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적대적 MNA 라고도 부르는 경영권 분쟁은 한마디로 회사 경영권을 놓고 둘 이상의 주주들이 경쟁하는 구도다. 따라서 특정 기업 경영권을 놓고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그럴 가능성 높은 기업에서 지분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1, 2대 대주주 간의 지분 경쟁이 벌어진다. 즉, 경영권을 차지하는 수단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기업의 주가도 급등하게 된다.

이때 법원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지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해 이사 수를 줄이는 방안 등으로 기업의 현금성 자산만 노리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사회를 현 경영진으로 구성하고 경영권을 방어하고자 이사수를 줄여 주요 주주들의 선임을 막고자 하는 것은 현 경영진의 노림수다. 
 
반대로 현 경영진이 아닌 지분 매입을 통해 최대 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가져오게 되면 사업부문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편, 경제개혁연대측에 따르면 부실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M&A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M&A의 핵심 주체인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필요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M&A 활성화 대책이 부실기업을 구제하는 수단으로 오남용 될 가능성도 있어 채권단 자율협약에 의한 구조조정 절차에는 투명성·책임성을 확보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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