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거부에도 ‘야권 연대’ 고수하는 千·金, 총선 패배 회피 명분 쌓나

▲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철수 대표와 15일 담판짓겠다면서 수도권 연대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국민의당 지도부가 여전히 ‘야권 연대’ 문제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팽팽하게 대립했던 양측의 형세는 서서히 달라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야권 연대를 주장해 온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의원이 줄곧 ‘야권 연대’ 반대를 표명한 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탈당까지 거론하는 등 여러모로 압박했음에도 별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다가온 총선 일정에 쫓기게 되면서 이제 한층 마음이 급해진 쪽은 ‘연대파’가 됐다.
 
천 대표가 최종 협상 시한으로 못 박은 15일, 안 대표가 먼저 제안한 오전의 최종 담판에서도 별 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양측은 우선 “더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부분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표는 일단 당무 복귀는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이 이견 차를 좁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갈 길 바쁜 국민의당 지도부가 이제 ‘야권 연대’ 논란을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지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탈당’ 승부수로 安 압박하던 千·金, 압박카드 고갈?
 
천 대표와 김 의원은 지난 11일만해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것은 물론 김 의원의 경우 총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장 및 최고위원직까지 사퇴하는 등 초강수를 두며 안 대표를 압박한 바 있다.
 
하지만 안 대표 역시 만만찮아 이들의 당무 거부에 맞서 13일 김 의원의 선대위원장직 사의를 수용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 연대 반대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렇듯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현재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 대한 공천을 미뤄두며 혹시라도 국민의당을 탈당할 수 있는 김 의원의 복당을 수용할 듯한 모습을 취했으나 결국 14일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어제(13일)까지가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시한이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고 물리적으로 더 기다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그간 유보했던 지역을 다 발표했다”면서 비워뒀던 김 의원의 광진갑에 전혜숙 후보를, 박지원 의원의 목포에는 조상기 후보를 공천 확정했다.
 
이를 확인해주듯 더민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15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야권통합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희는 이미 (김 의원 등의 지역구에) 공천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번복할) 여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오히려 더민주 측에선 김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했는데 15일 김 의원의 지역구인 광진갑에 단수 추천 받은 전혜숙 전 의원은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김 의원께서 야권 승리를 말씀하신다면 야권 연대 자체가 불가능한 시점에 본인께서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 인해 광진갑에 저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돌아갈 곳도 없어진 김 의원 등 이른바 ‘야권 연대파’는 배수진을 치고 끝까지 안 대표와 협상해 결론을 낼 것인지, 아니면 불출마 선언이나 무소속 출마를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런 와중에 안 대표 측에선 14일 더민주의 공천 확정 마무리에 맞춰 천 대표와 김 의원, 박 의원 등 당 지도부 전원을 단수 공천하며 ‘회유책’을 제시하는 한편 안 대표 측 인사인 이상돈 선대위원장이 전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천 대표와 김 의원 등에 대해 “탈당은 없다고 본다. 떠난다 해도 당이 와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책’을 펴는 등 강온전략을 동시에 내놨다.
 
또 안 대표는 13일 오전 기자회견 당시 “지역별 후보 간 연대는 막을 수 없다”는 출구를 열어놓아 후보 개인들 사이의 자발적 선거 연대는 막지 않겠다는 타협점을 열어두면서도 당 차원의 연대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못 박아 ‘야권 연대파’에게 최종 타협안을 수락할지 거부할 것인지 우회적으로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이는 더민주가 광진갑에 공천 후보를 확정하는 등 국민의당 내 야권 연대파들이 이미 탈당할 타이밍을 놓쳐 ‘탈당’ 실현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더는 ‘탈당 위협’이 안 대표에 대한 압박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미 국민의당 공천을 받았음에도 특별히 거부하지도 않고 있단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야권 연대에 일찌감치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더민주와 적극 협의했던 정의당 역시 15일 이동영 서울시당 총선기획단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는 문재인 대표 때 (야권 연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들어서면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최근에는 지역구 더민주 후보들이 자력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야권 연대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혀 더민주에 더 이상 야권 연대의 뜻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김제남 의원도 “국민의당에 대한 느닷없는 통합 제의는 진정성 없는 공격”이라며 “시간 끌기로 더민주가 바라는 것은 소수 정당 후보의 사퇴”라고 더민주에서 내놓은 ‘야권 통합 제안’의 본질을 지적했다.

이렇게 이미 천 대표와 김 의원이 통합과 연대를 해야 할 상대로 여겼던 더민주부터 ‘야권 연대’의 뜻을 접어버림으로써 이들의 명분은 갈 곳을 잃은 상황이고, 현실성이 떨어진 야권 연대를 내세워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국민의당을 탈당하는 ‘돌출 행동’을 감행해봐야 앞서 있었던 더민주 탈당까지 합해 두 번이나 탈당하는 이력만 남겨 정치적 부담만 가중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는 만큼 김 의원과 천 대표의 탈당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확인해주듯 김 의원 측 인사는 15일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는 김 의원의 탈당설에 대해 “추측에 불과하다”며 일축했고, 천 대표 역시 앞서 지난 12일 전남 해남 울돌목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을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단언했다.
 
◆ 물 건너 간 千·金 ‘야권 연대론’, 당권 노린 전략?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더민주가 야권 연대에 더는 뜻이 없고 김 의원과 천 대표 역시 탈당 가능성은 낮아지면서 이들이 내세우는 ‘야권 연대’가 사실상 안 대표와의 당권 경쟁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창당 초기와 달리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이후 지지율을 급격히 회복한 더민주가 지금에 와선 야권 연대를 할 이유가 없으며 수도권에서는 더민주가 연대를 하지 않아도 국민의당 지지율이 미미해 굳이 연대를 하고자 한다면 더민주는 호남권 후보 단일화를 분명 요구할 것인데 그나마 호남에서 더민주에 앞서왔던 국민의당은 결코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더민주가 국민의당과의 연대 의사를 확실히 접은 이유는 수도권과 달리 여권 후보가 힘을 못 쓰는 호남 지역에선 더 이상 경쟁상대인 국민의당과 선거 연대를 하지 않더라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에 비춰 자체적으로 국민의당을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실익 없는 야권 연대 주장을 펴 봐야 국민의당만 더민주에 의석을 내주게 되는 셈인데 천 대표와 김 의원이 창당 초기와 달리 국민의당 경쟁력이 더민주에 비해 떨어진 상황에서 더민주와의 야권 연대가 성사될 것이라 믿는 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 실제론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안 대표 측과의 기 싸움이 이번 논쟁의 실체라는 것이 당권경쟁설을 주장하는 자들의 설명이다.
 
천 대표도 이미 어그러진 야권 연대론을 두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면서 물러나려면 안 대표가 형식상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지 14일 “수도권 연대의 문을 열겠다는 이야기가 되면 수준이나 방법 등은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며 타협안을 내놨다.
 
다만 그는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생각하는 연대는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당 차원에서 하는 연대를 의미한다”며 안 대표의 개별 연대안과는 분명히 색을 달리해 안 대표와 어느 선에서 타협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 김한길 의원은 15일 야권 연대가 어려워지면 한 달 뒤 총선 결과에 야권 지도자 모두 책임져야 한다면서 총선 패배 책임론을 일찌감치 제기했다. 이는 국민의당이 총선에 패배할 것이라 전망하고 선대위원장직도 사퇴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야권 연대 제안도 책임 회피를 위한 사전 전략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원명국 기자

특히 천 대표나 김 의원은 자신들이 현실성 여부를 떠나 당내에서 ‘야권 연대론’을 강력히 주장했다는 명분을 이번에 세워놓으면 후일 총선 패배란 결과가 있더라도 당연히 제기될 지도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지는 한편 안 대표를 밀어내고 당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고, 단지 총선 일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연대론 주장’을 빨리 매듭짓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총선 패배와 당론 분열의 책임이 역으로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연일 ‘최후통첩’ 형식으로 ‘시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와중에 박지원 의원 등 당내 일부 ‘야권 통합파’는 야권 연대를 위한 실제적 행동에 적극 나섰는데 김민석 전 의원과 원외 민주당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14일 국민의당에 합류케 한 것이 그것이다.
 
앞서 박 전 지사는 박 의원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국민의당과 원외 민주당 간 통합 논의를 이어왔는데 김 전 의원 등과 잘 성사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원외정당의 한계라는 점 때문에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의원의 경우 그와 달리 합류하지 않고 원외 민주당에 잔류해 당을 유지하는 행보를 보여 박 전 지사와의 입장차를 보여줬다.
 
하지만 박 전 지사도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탈당 이후 세웠던 신민당 대표였던 만큼 박 전 지사의 국민의당 합류 자체도 상징적 측면에서 야권 통합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어 더민주를 제치고 제1야당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데 1차적 목표를 둔 국민의당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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