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S7가 예약 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도전장을 내민 LG전자의 G5도 이달 말에서 내달 초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G 시리즈가 판매량 면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올해는 모듈 기반 교체 방식을 도입한 LG전자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LG전자의 G 시리즈가 G3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밀렸던 점을 감안하면 도전자인 LG전자의 출사표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G5가 G3를 넘어 1200만대 이상 팔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12년 LG전자는 일명 ‘회장님폰’으로 불렸던 ‘옵티머스 G’를 내놨다. 피처폰 시절 ‘초콜릿폰’ 등으로 명성을 누렸던 LG전자 MC사업부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S에 비해 스마트폰 시대로의 트렌드 변화에 대응이 늦어지면서 2009년 1조33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가 2010년 7088억원의 영업손실로 거꾸러졌다. 1년 만에 줄어든 영업이익 폭이 무려 2조원으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2011년 ‘옵티머스 LTE’ 등으로 LTE 폰을 처음으로 내놓고 100만대를 팔았지만 여전히 275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LG전자 입장에서는 당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주자 격이던 애플의 아이폰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와 종종 비교되는 것에는 자존심이 상했을 법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를 출시하고 10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순식간에 대만의 강호 HTC를 밀어내며 4위를 꿰찼다. 이어 2011년 내놓은 갤럭시S2가 4000만대 이상 팔리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소위 삼성전자가 ‘폭풍 질주’를 거듭하던 시기다. 게다가 2011년 국내에서는 2위 자리를 팬택에 내주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처럼 2010~2011년은 LG전자 MC사업부에 ‘흑역사’나 다름없는 시기였다.
 
일부 외산 스마트폰보다도 떨어지는 인지도와 평가에 고심하던 LG전자는 한 방이 필요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G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 옵티머스 G.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알려져 ‘구본무폰’ 또는 ‘회장님폰’ 등으로 명명됐던 옵티머스 G는 최고급 사양과 뛰어난 디자인을 갖추고 LG전자 MC사업부에 반전을 가져다 준다. 실제 디스플레이에 LG디스플레이, 터치 기술과 카메라 모듈에 LG 이노텍, 배터리에 LG화학 등 전 계열사가 일심동체로 역량을 보탰다.
 
옵티머스 LTE가 판매 호조를 보이던 흐름을 타고 2012년 9월 출시된 옵티머스 G는 3개월 만에 글로벌 250만대를 넘기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옵티머스 G에 힘입어 같은 해 4분기 LG전자 스마트폰은 총 휴대폰 판매량 1540만대 중 860만대를 차지, 처음으로 피처폰 판매량을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지옥으로 떨어졌던 MC사업부가 본격적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던 순간이다. 물론 같은 해 앞서 출시됐던 갤럭시S3가 전세계에서 무려 6500만대나 팔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지만 추락하던 LG전자 MC사업부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소득으로 남았다. 아직도 “LG 폰 디자인은 옵티머스 G가 최고였는데...”라고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 면에서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옵티머스G 등으로 2012년 586억원의 흑자로 돌아선 LG전자 MC사업부는 2013년 초 대화면 시리즈인 옵티머스 G 프로 출시로 연타석 안타를 쳤다. 하지만 스마트폰 판매는 늘어가는데 MC사업부 영업이익은 1분기 1328억원에서 2분기 61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경쟁 심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 탓이다. 이에 2013년 8월경 ‘옵티머스’를 떼고 출시된 G2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휴대폰 명가였던 LG전자가 옵티머스 G로 반등을 시작한 만큼 갤럭시S2처럼 G2도 LG전자에 효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던 것. 전원 버튼과 기대에 부응하듯 G2는 전작을 크게 뛰어 넘는 800만대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갤럭시S2가 갤럭시S에 비해 400%를 웃도는 판매 신장률을 보였는데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판매량 면에서 본격적으로 LG전자 스마트폰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G2가 출시된 이후 MC사업부의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뒤늦게 뛰어든 탓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면서다. 당시 G2에 쏟아부어진 마케팅 비용만 200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3분기 LG전자 MC사업부는 797억원의 영업손실로 다시 적자전환했다. 4분기에도 434억원의 영업손실이 기록됐다. 다만 LG전자 측은 도전자의 입장이니만큼 수익성보다 판매량 증대 등 파이 확대와 브랜드 입지 강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700억원 가량으로 최종 집계됐다. 같은 해 출시된 갤럭시S4는 역대 최대인 글로벌 7000만대를 판매,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2014년 LG전자 MC사업부는 스마트폰 사업을 개시한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맞는다. 글로벌 제품으로 등극한 G3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다. 2014년 5월 말 출시된 G3는 초콜릿폰 이후 끊긴 ‘단일 제품 1천만대 판매’ 고지를 당시 점령하고 효자로 등극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고 G2 이후 적자 흐름이 가속화되던 MC사업부는 G3의 ‘히트’에 힘입어 다시 천덕꾸러기에서 효자로 거듭났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3년에 비해 24%나 늘어난 5910만대로 최대를 기록했고 MC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은 3119억원으로 기록됐다.
 
G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586억원의 흑자에서 2년여 만에 6배 가까이 폭증한 수준이고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5년 내에 최대의 실적을 올린 셈이다. 당시 갤럭시S3와 S4의 흥행을 이어가지 못한 삼성전자가 갤럭시S5의 판매 부진(이라고 해도 4500만대지만)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이례적으로 LG전자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LG전자 MC사업부로서는 자신감에 가득찰 수 있었던 시기다.
 
다만 2014년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은 LG전자 MC사업부가 제대로 축배를 들어 보기도 전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보조금 상한선 규제와 공시제 등으로 브랜드 네임에서 밀리던 LG전자는 단통법으로 인한 프리미엄 시장의 축소 기조 속에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출시된 G4는 단통법 쇼크에 가죽 디자인 논란 등까지 겹치며 총 500만대 가량을 판매하는 데에 그쳤다. G2 만큼도 안 팔린 셈인데 실제 사용자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평을 보냈지만 실패작에 가까운 성적표를 낸 것이 사실이다.
 
G4의 부진 속에 MC사업부는 2015년 2분기 한 자릿수인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한 데에 이어 3분기에는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결국 6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하반기 내놓은 V10이 선방하기도 했지만 4분기에도 4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결국 연간 영업손실이 48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도 메탈 소재 및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가했던 갤럭시S6가 4000만대 안팎(추정치) 판매에 그치면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여전히 굳건함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에 희비가 다시 엇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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