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규모 감소에다 매각 '이중고'... 아동복은 호황

3월 17일 한국의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7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업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업체들의 시설투자 규모는 총 109억4천만원으로 지난 2002년 117억7천만원보다 7.0% 감소했다. 또 이들 업체의 올해 투자계획은 총 91억5천만원으로 집계돼, 작년보다 16.3%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재봉기 등 주요 의류생산 설비의 규모는 지난 2001년 2만4천51대에서 2002년 2만3천989대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2만932대로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지속했다. 수출여건 악화와 중국 생산기지 이전으로 의류업체 '대위기' 이는 내수 침체로 인한 의류업계의 불황에다 기능 인력 부족이나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전반적인 투자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의류산업협회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조사대상 업체의 생산공장 702개중 자가공장의 비율은 12.8%로 전년 13.2%보다 낮아진 반면 하청공장은 87.2%로 전년 86.8%보다 높아져, 자가공장 보유보다는 하청형태의 생산방식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생산공장 평균 가동률은 자가공장이 85.2%, 하청공장은 83.6%로 나타나 전년(자가 90.2%, 하청 89.0%)대비 하락하면서 적정가동률 90%에 크게 못 미쳤다. 의류산업협회는 "수출여건의 악화와 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등이 가속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규모의 의류 생산공장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휴·폐업이나 시설감축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 등 저임금 국가로의 공장 이전과 저가 의류의 수입이 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면서 "품질위주의 소량 생산체제나 반응생산체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매각 협상 진행 중인 중견 의류기업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의류회사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3월 16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중견 의류기업인 나산과 진도는 법정관리 졸업을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세계물산은 모회사인 SK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 중에 있다. 진도는 16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세양선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진도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인 세양선박과 2주일 내로 실사를 마치고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진도는 앞으로 3월말까지 실사작업을 마친 후 본 계약 성사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세양선박 측은 "의류부문을 제외한 진도의 사업부문인 콘테이너 제작과, 철강제조가 세양선박과 합병될 때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여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류기업으로 잘 알려진 진도는 사업분야가 콘테이너 제작과 철강제조, 의류사업부문 등 3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따라서 세양선박이 진도를 인수한 후 시너지 효과가 없는 의류부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올 초 매각주간사를 선정한 나산도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나산은 상반기내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산 관계자는 "올해 내로 법정 관리를 탈피할 수 있도록 매각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옛 대우어패럴로 지난 2002년 SK네트웍스로 인수된 세계물산도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SK네트웍스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K테트웍스가 보유한 세계물산 지분 46.31%을 일괄 매각하는 방식이다. SK네트웍스 채권단 관계자는 "세계물산이 부실을 상당부분 털어낸 데다 바쏘, 페리엘리스, 옴파로스 등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갖고 있어 대기업을 포함한 중견 의류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물산 매각은 늦어도 4월 초면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명품족' 겨냥한 아동복 업계는 번창 이렇게 의류업계가 전반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유독 아동복 업계에서는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유명 브랜드의 출시가 늘고 있다. 3월 10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가을 아동복 시장에 `디올베이비'와 `앙드레김키즈'가 출시된 데 이어 올 봄 시즌에는 버버리나 베르사체 등 해외 명품 브랜드의 아동복 브랜드가 줄줄이 선을 보일 예정이다. 올해 출시될 아동복 명품 브랜드는 버버리 칠드런과 DKNY 키즈, 소니아리켈 앙팡, 베르사체영, 카발리 앤젤&데블, 미스블루마린, 비블로스주니어, CP컴퍼니 언더식스틴, 타미힐피거 키즈, 트루사르디 키즈, 기스바인 키즈, 돌체앤가바나 주니어 등 1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브랜드는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거나 고급 전문 매장을 열고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고가의 가격대를 지향할 예정이다. 이러한 명품 유아복의 잇단 출시는 전반적인 의류시장의 부진에도 유·아동복 시장만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업체들이 소위 '명품족'으로 불리는 일부 부유층을 겨냥한 이른바 '타깃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국내 전체 의류시장 규모는 7조4천29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1% 감소했고 남성복이나 여성복, 내의 등 모든 부문이 큰 폭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으나, 아동복 시장은 9천320억원으로 2.9% 증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 90년대 고가 유아복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가 유통망 구축 실패로 사업을 중단한 적이 있고, 국내 시장에서 고가 아동복의 실구매자층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무분별한 시장 진입에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아복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부모들의 욕심이 있어 마케팅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들 고가 브랜드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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