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할당, 이벤트, 광고 등 총력…불완전판매 가능성 우려도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를 위한 사전 물밑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한 가운데, 은행권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증권사들이 과도한 판촉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
내달 출범을 앞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를 위한 사전 물밑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한 가운데, 은행권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증권사들이 과도한 판촉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주 가량 남은 소위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 출범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잇따라 유치 물량 목표를 직원들에게 할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A는 1인 1계좌만 허용되고 한 번 가입하면 5년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은행들과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사전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특히 지점수에서 은행권에 뒤질 수밖에 없는 증권사들은 초기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어떤 증권사가 영업직 1명당 100좌를 할당했다거나 다른 증권사가 직원 1명당 30좌를 할당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문제는 이 같은 목표가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부분이다. 30분이 훌쩍 넘는 계좌 개설 시간을 감안하면 영업직 직원들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소요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일부 증권사는 계좌 개설을 위해 노조와의 합의 하에 단기 계약직 채용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전 가입 이벤트도 한창이다. 한 증권사는 사전 가입자에게 5%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일부 증권사들은 모바일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 기프티콘을 증정한다거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는 거액의 광고비를 들여 TV광고에 나섰다. ‘증권사와 ISA(이사)하세요’라는 구호를 담은 이 광고는 금투협 황영기 회장의 제안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이 회원사와 공동으로 TV광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총 18억원 중 금투협이 5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가의 잇단 사전 유치 활동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직 수수료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가입자 유치가 불붙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불완전판매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ISA에 대한 신뢰성도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예·적금 상품을 담아 이자소득세를 면제받더라도 신탁수수료를 감안하면 별 실익이 없고 주식형 펀드는 이미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채권형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파생상품, 리츠(REITs) 펀드 같은 상품 정도가 혜택이 가능한 상품들인데 이 상품들은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원금 손실도 가능하다. 5년 이상 자금을 묶어둬야 하는데 이 정도로는 굳이 ISA에 가입해야 할 유인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ISA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ISA는 소득·세액공제 혜택도 없고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면 위험성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5년간 자금을 묶어놔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서 “현재 정부와 금융사들이 앞다퉈 ISA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구체적인 상품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뭘 믿고 가입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벤트에 현혹된 소비자들이 나중에 실체를 접한 후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지금은 주의를 더욱 기울여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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