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박 전 대표, 위조증권으로 1억원 차용” 주장

▲ 현대페인트 비상대책위원회가 박 모 전 대표가 새롭게 발견된 위조 증권을 대출에 사용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제시된 증권은 지난해 9월 24일자로 발행된 5억권이지만 당시 현대페인트는 10억권 3매만 발행했다. ⓒ현대페인트 비상대책위원회
잦은 대표 교체와 잇단 경영권 분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페인트에서 발견됐던 위조 증권의 제작 배경에 대해 의문이 쏟아졌던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가 박 모 전 대표가 새롭게 발견된 위조 증권을 대출에 사용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12일 현대페인트 비대위에 따르면 현대페인트 박 전 공동대표 집행임원은 위조 증권 담보로 T사로부터 1억원을 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대페인트는 전날 박 전 대표가 공동대표 집행임원직에서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비대위가 제시한 위조 증권은 지난해 9월 24일자로 발행됐다고 표기된 제4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증권이다.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권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전환사채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무기명식이기 때문에 누구나 권리자가 될 수 있으며 권리를 갖고 있는 쪽은 정해진 기간 내에 이 증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고 만기시 정해진 금리를 받을 수도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T사로부터 5억원 짜리 증권을 담보로 1억원을 차용증을 작성했지만 현대페인트는 당시 10억권 3매를 발행했을 뿐 5억권을 발행한 적이 없다. 이에 비대위는 이 5억권이 위조 증권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 1만주권 30매(30만주), 당시 시가로 총 4억원에 달하는 위조주권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바 있어 투자자들은 또 한 차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비대위 “박 전 대표, 위조증권 담보로 대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4일 현대페인트는 운영자금 20억원과 기타 자금 1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9월 24일 만기인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권을 발행했다. 20억원은 대신에셋인베스트먼트, 10억원은 안모 씨가 투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집행임원이 T사로부터 1억원을 차용하는 데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증권은 현대페인트가 발행한 적이 없는 5억권이다. 비대위가 제시한 차용증에 따르면 박 전 대표 집행임원은 지난 1월 15일 이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5억권이 발행된 가장 최근의 시점은 지난해 12월 11일이다. 현대페인트는 카이로스대부를 대상으로 발행한 35억원 가량의 제4회 무기명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권을 발행하면서 10억권 3매와 5억권 1매를 발행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집행임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5억권은 발행일이 지난해 9월 24일이고 만기가 2018년 9월 24일로 돼 있다. 각각 지난해 12월 11일과 2018년 12월 11일로 돼 있는 5회차 증권과는 확연히 다르다.
 
비대위는 “현재 회사에서 투기자본들끼리 경영권 분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임직원이 회사의 정상화를 염원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면서 “투기자본의 하수인들인 전·현직 대표 집행임원 및 관련자들의 불법행위와 사기적 행위들을 찾아 검찰 고발, 금감원 조사 청원, 한국거래소 청원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위는 이번 건에 대해서도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대위는 지속적으로 현대페인트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 버린 상황을 개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노조 등이 한국거래소 앞에 모여 상장 폐지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뉴시스
◆경영권 분쟁에 위조 증권 이슈까지 이중고
일각에서는 이번 비대위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앞서 위조 주권 발견 당시 겪었던 주가 하락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위조 증권이 발견된 경위도 이번 경우와 유사하다.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39살 A씨가 B씨로부터 담보로 받은 현대페인트 주권이 위조된 것 같다며 사기 혐의로 B씨를 고소하면서 위조 증권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말 4억원 규모의 위조 증권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흘러나오자 다음날 현대페인트 주가는 단박에 8% 이상 급락했다.
 
전·현직 경영진의 지속적인 경영권 분쟁도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대페인트는 이번 박 전 대표임원의 사임을 포함해 대표 교체만 6번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였던 이안 전 현대페인트 대표는 현재 주가 조작 등으로 218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다. 박 전 대표 집행임원의 사임으로 단독 대표 집행임원으로 등극한 최모 대표집행임원은 이안 전 대표의 구속 이후 직에 앉았다가 두 세달 사이 뺏고 뺏기는 공방을 벌였다.
 
김준남·김동하 전 대표 등은 인천지방법원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11일 인천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현 경영진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이태일 전 현대페인트 부사장도 이사회 의장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전 경영진이 귀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반면 현 경영진은 직무정지 가처분 및 출국금지 판결을 받아들게 됐다.
 
◆잦은 최대주주 변경 속 혼란 가중
비대위는 지속적으로 현대페인트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 버린 상황을 개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심지어 노조 등이 한국거래소 앞에 모여 상장 폐지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임직원들은 월급까지 반납하며 회사를 살려놨더니 경영 정상화가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며 침통한 분위기다.
 
지난 1960년 도료의 제조와 판매, 화학약품 매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현대페인트는 1989년 상장 이후 경영진들의 잇단 투기와 외형 불리기 등에 치이면서 1998년 부도를 맞았다. 이후 회생에 성공했지만 대주주들이 자주 바뀌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당초 최규선 게이트로 잘 알려진 최규선 회장이 지배주주였던 유아이에너지가 최대주주였지만 최규선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 유아이에너지가 상장폐지되고 현대페인트도 자본잠식이 50%를 초과하면서 현대페인트는 2013년 5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인수합병과 보유자산 매각 등을 이행한 현대페인트는 자금조달을 위한 감자 및 유상증자를 이어가며 최대주주가 잇따라 변경됐다. 유아이에너지에서 토마토2저축은행으로, JTC로 이어졌다. 이달 초에는 다시 토마토2저축은행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비대위 측은 이 과정에서 주가가 널뛰기 장세를 반복하고 회사가 지속적으로 주가 조작, 횡령·배임 등에 휘말리는 등 투기자본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그간 서너 차례에 걸쳐 투기자본으로 인해 빠져나간 돈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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