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법안 처리 ‘합의 파기’ 내세워 더민주에 맹공

▲ 2일 청와대에서 제5회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9일 본회의에서의 원샷법 처리를 파기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청와대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오랜만에 공동으로 야권을 향해 맹렬히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부터 새누리당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등을 처리키로 합의한 것을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맹비난을 쏟은 데 이어 청와대 국무회의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마찬가지로 더민주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최근 ‘권력자’ 발언을 비롯해 친박과 비박 간 불협화음이 새누리당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임에도 맞대응을 자제할 만큼 별 반응을 내놓지 않던 청와대가 이번엔 적극 지원사격에 나선 것은 법안 처리의 시급성 뿐 아니라 곧 있을 총선까지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해 개혁에 시동을 걸고자 하는 정부여당은 전날(1일) 더민주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성장론’ 제시로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총선 전 ‘경제 정당’ 이미지를 확립하려 하자 이를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 계파 문제를 덮고 우선 공동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제3당으로 창당한 국민의당까지 더민주의 김 비대위원장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더민주는 소위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당에 위기로 작용할 것인지 아니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장차 더민주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與 더민주 겨냥 ‘합의 파기’ 사과 요구 봇물
 
여야 간 지난 29일 본회의에서의 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된 이유는 정부 정책 추진이 시급한 만큼 먼저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을 처리한 뒤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자는 여당에 반해 더민주 측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선거구 획정을 먼저 결론낸 뒤 쟁점법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하면서 충돌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양측이 본래 처리키로 합의했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마저 손도 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듯 끝내 1월을 넘기게 되자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두 법을 무조건 양보해서라도 선거법을 타결 짓자는 합의가 있었다”며 “29일 (여야 간) 합의 내용엔 많은 이면 합의가 있었고 중요한 건 선거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2+2 회담’에서 선거법을 타결하자는 합의가 있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갑자기 일정이 있다고 해 만남을 파기하면서 합의의 전제 하나가 무너진 것”이라고 ‘본회의 법안 처리’가 무산된 원인이 김 대표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다음날인 2일 새누리당은 발끈하고 나섰는데 “있지도 않은 이면합의를 운운하며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더민주를 성토했다.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겠다고 양당 원내대표가 국민들에게 약속했다”며 “그런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휴지조각처럼 버린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그 지도부는 아무런 사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겠다고 양당 원내대표가 국민들에게 약속했다”며 “그런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휴지조각처럼 버린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그 지도부는 아무런 사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이면합의는 없었다.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통과하고 나면 본회의 직후 바로 원내대표, 당 대표 회동을 해서 나머지 법안과 선거법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모든 책임은 더민주에 있음을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의 경우엔 지난 1일 더민주가 ‘더불어성장론’을 발표하며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건 것을 의식한 듯 “공약 발표 전에 합의 파기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게 순리”라며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놔도 적반하장식 태도를 취해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더민주의 공약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김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파기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를) 같이 하면 총선에 불리할까봐 29일 본회의 합의를 파기했다”며 더민주의 공약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경제살리기 법안은 파기하면서 진정성이 의심되는 경제 공약을 내놨다”고 혹평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 하에 이날 오후 이뤄질 예정이던 여야 지도부 회동에 대해서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과 사과가 먼저”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의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파기한 양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대해 아무 일 없다는 듯 의장이 주재하는 어떤 형태의 회동이든 합의 당사자인 제가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앞으로 국회 운영에 있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불참 방침을 전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을 주재하는 정 의장을 향해서도 “야당이 국회 운영을 계속 비정상적, 파행적으로 운영하겠다면 국회 운영의 책임을 맡은 국회의장이 필요한 조치를 해주리라 믿겠다”면서도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부에 대해 (의원들의) 불만이 가득한 건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더 이상 직권상정을 주저할 경우 정 의장도 야당과 동일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우회적으로 역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29일 원샷법 처리) 합의 파기를 선언한 건 옳지 못한 일”이라며 “거기에 대해 잘못했단 얘기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해 김 비대위원장 측에서 먼저 사과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도 원 원내대표처럼 정 의장이 중재하는 여야 지도부 회동에 대해 “(야당) 자기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유감을 표명해야 만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며 야당의 사과를 회동 참석의 전제로 내걸어 결국 이날 오후 회동에 불참하게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당은 이날 김영우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까지 “야당과 더 이상의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연이어 비난 기조를 이어갔다.
 
◆ 朴 대통령 “국민 앞 입법 서약도 깨는 상황…기가 막혀”

 
더민주를 향한 비판을 쏟아낸 것은 비단 새누리당만이 아니었다.
 
그간 잠잠하던 청와대 역시 ‘원샷법’을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약속을 더민주가 파기한 데 대해선 “국민들께선 여야가 국민 앞에 서약까지 해놓은 입법 사항을 하루아침에 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 기가 막히실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이 직접 주재한 청와대에서의 국무회의 도중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제게는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규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울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이라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에까지 이르는 국민들의 간절한 부름에 지금이라도 응답해야 한다”며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지 명확한 해당 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은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법 처리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세대 간 상생 고용의 생태계를 만들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을 왜 의료 민영화와 나쁜 일자리, 쉬운 해고로 둔갑시켜서 가로막는지, 과연 그게 누구를 위한 건지 의문”이라고도 더민주의 ‘발목 잡기’ 행태를 규탄했다.
 
아울러 야당이 의료민영화를 우려해 반대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도 그는 “관련 법을 고치지 않고선 공공성을 훼손할 수 없단 것이 자명한데도 근거 없는 이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3차례나 발표했고 보건의료 분야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도 적극 추진해온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에 근접했다가 끝내 무산된 테러방지법에 대해선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은 국민 안전에 대한 절실함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지 (국회에)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끝으로 박 대통령은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전세계가 우리나라 정치권이 우리 민족의 삶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라며 “부디 이번만은 이 법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약 22분에 걸쳐 기존 8개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처리를 강조한 데에 그치지 않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새로이 10개의 민생·경제 법안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하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한편 야당에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새누리당과 한 목소리로 공세에 나선 배경은 지난 1일 더민주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늘날 경제가 이 상황까지 이르게 된 건 정부 자체의 경제 정책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입법이 지지부진한 것도 여당이 자기네 입장만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현재 어려운 경제상황과 입법 정국 정체 국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정부여당으로 돌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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