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신기남 징계 두고 뒤숭숭…친노 반기드나

▲ 김종인 비대위 체제 첫 날인 지난 28일부터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나흘 전 징계를 받은 의원들에 대해 구명 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새로 출범한 체제의 방향과는 ‘거꾸로’ 가는 행보가 나타나고 있어 일각에선 기성 정치권에 밀려 모처럼 내세운 ‘혁신’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로 인해 ‘김종인 체제’로 지도부 개편에 들어갔지만 새 지도부를 적극 지원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당내에서 벌써부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첫 날인 지난 28일부터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나흘 전 징계를 받은 의원들에 대해 구명 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새로 출범한 체제의 방향과는 ‘거꾸로’ 가는 행보가 나타나고 있어 일각에선 기성 정치권에 밀려 모처럼 내세운 ‘혁신’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최고위원에서 퇴진한 정청래 의원까지 징계 의원들을 두둔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건이 자칫 당 내분으로까지 비화되는 건지를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된서리’ 맞은 신기남·노영민 탄원운동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안병욱 원장)은 의원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노영민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을, 로스쿨 졸업시험에 낙방한 아들을 구제할 방법을 물으러 로스쿨 원장을 찾아갔다가 외압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신기남 의원에겐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노영민·신기남 의원은 각각 3선과 4선을 지낸 당 중진에 속하는데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데 총선을 두달여 남긴 시점에서 이 같은 징계를 받았단 것은 사실상 총선 출마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이어서 당내 일각에선 이들을 동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가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난 것이 전날 있었던 김성곤 의원 등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일어난 노영민·신기남 탄원서 서명운동이다.
 
김 의원은 두 의원의 ‘갑질 사건’에 대해 28일 “고의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라기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위”라며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라고 두둔했다.
 
또 그는 당 윤리심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두 의원의 행위에 대한 징계의 정도가 사실상 출마를 봉쇄하는, 현역 의원에겐 정치적 사망 선고”라며 “지난 10여년동안의 공은 다 묻혀버리고 완전히 파렴치한 정치인으로 평생을 낙인찍히게 되는, 이건 좀 너무 과한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특히 친노로 분류되는 두 의원을 위해 비노계인 김성곤 의원이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계파 차원에서의 행동이라기보다 같은 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온정주의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김 의원의 경우 이미 총선 불출마도 선언한 바 있어 김종인 위원장을 의식하지 않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문제의 의원들’에 대해선 과감히 공천권을 박탈키로 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8일 오후 늦게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격노해 중단을 지시했고 결국 서명운동을 시작한지 반나절도 못 돼 김 의원이 “신기남·노영민 의원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 중징계가 과하므로 재고를 요청한다는 탄원서에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으나 이것이 새롭게 출발하는 지도부와 당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에 일단 더 이상의 서명 작업을 보류키로 했다”며 끝내 중단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이날 서명이 이뤄진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동안 김 의원 등은 더민주 소속의원 109명 중 3분의 1이 넘는 40명 이상의 의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아냈단 점에 비춰 당내에 김 위원장과 이견을 보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이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 김 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한 첫날부터 타 의원의 징계 사안에 대해서도 이 같은 돌출행동이 일어날 정도라면 머지않아 이보다 민감한 총선 공천 시점이 다가왔을 땐 과연 김종인 체제에서 예고한 대로 ‘친노 물갈이’ 공천을 단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문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비대위 지지를 호소한 바 있는데다 이런 시점에 징계의원 구명운동을 하는 데 대해 지탄하는 당내 여론도 만만치 않았는데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이철희 뉴파티위원장의 경우 개인 성명을 내고 “지금은 티끌같은 잘못조차 대들보처럼 크게 받아들이고 추상같이 다스리는 참회운동이 필요한 때”라며 “온정주의는 당의 혁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자제돼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이보다 앞서 이철희 위원장을 영입한 문 전 대표 역시 대표직 사퇴 하루 전인 지난 26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중장기 경제어젠다 전략회의 참석 뒤 두 친노 중진의원에게 공천 배제란 징계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지금 총선을 앞둔 시기이기 때문에 그런 무거운 징계결과가 더더욱 아프다”며 “안타깝다. 앞으로 또 재심절차도 있다”는 선에서 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일부에선 한 발 더 나아가 “탄원서에 서명하는 의원들의 명단이 이번 총선 물갈이 대상 명단”이라는 극언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서명운동을 주도한 김 의원 등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을지로위원회 행사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정치인이 저런 (구명운동)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것에 대해 굉장히 단호해야 한다”면서 “왜 우리가 일반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정치가 됐는지 냉정하게 반성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과거처럼 소리나 지르고 구호만 외치고 이런 식으론 이제 국민의 신망을 얻지 못한다”며 “‘인정에, 또는 동료의원이니까 참 안타깝다, 적어도 다시 구제해야겠다’ 이런 식의 행위를 취할 것 같으면 희망이 없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이 발표되기도 전인 지난 25일 오전 처음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정치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분들은 당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확실히 강조한 바 있어 노영민·신기남 두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에 내주 초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지만 앞날이 불투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 범친노 정청래, ‘온정주의’ 논란 다시 불붙이나
 
▲ 친노 재선의원인 정 전 최고위원은 2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두 의원의 징계가 과하냐’는 질문을 받자 “당내에선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답해 김 위원장의 ‘불관용’ 태도에 대해 자신을 비롯해 당내 일각에서 수긍하기 어려워 한다는 식의 반응을 내놨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렇듯 김 위원장이 ‘잘못’에 대해 강력한 ‘불관용’ 의지를 내비치며 수그러드는 듯 했던 노영민·신기남 의원 징계 논란은 29일 정청래 전 최고위원이 동정론을 앞세워 이들을 옹호하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다시금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친노 재선의원인 정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두 의원의 징계가 과하냐’는 질문을 받자 “당내에선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답해 김 위원장의 ‘불관용’ 태도에 대해 자신을 비롯해 당내 일각에서 수긍하기 어려워 한다는 식의 반응을 내놨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정치에도 눈물이 있고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도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의 인간적 행위에 대해 이런 과도한 비난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두둔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그의 시각을 놓고 일반적인 여론은 노영민 의원의 ‘시집 강매’ 등이 과연 ‘인간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고 국회의원끼리 ‘편들기’ 인식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선 더민주가 개혁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주장대로 현재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데 대해 “그럴 수 있다”면서도 “10여년 동안 정치를 해 오신 분들의 정치생명을 거의 끊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안타까워하는 것도 전 또 하나의 ‘미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놔 두 의원의 ‘갑질 논란’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일반 국민들과는 괴리된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연이어 두둔하는 그의 모습에 사회자가 ‘두 의원이 비노계였어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느냐’고까지 묻자 정 전 최고위원은 “그것(계파)은 관계없는 일”이라면서 “다른 의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온정주의는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그의 반응에 대해 이렇듯 얼마 전까지 당 지도부에 있었던 인사의 발언이 현재 김 위원장 체제의 입장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향후 ‘온정주의’ 등이 작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안이 쟁점화될 경우 ‘자기 목소리’가 강한 정 전 최고위원이 현 지도부와 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거 막말 논란으로 당 윤리심판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다가 동료들의 탄원 끝에 복귀할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에 비춰 동병상련의 심정에서 나온 개인적 차원의 발언일 뿐 이를 당 내분의 전조로까지 확대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주장도 적지 않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전망된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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