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식 사퇴…김종인 등 7인 체제 출범

▲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비대위 구성 안건을 의결하기에 앞서 자신의 대표직 사퇴 이후 모두가 비대위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7일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당 대표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지난해 2·8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직에 올랐던 그는 끊임없는 당 내홍과 분열 끝에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평의원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날 있었던 더민주의 지도체제 개편을 계기로 문 대표의 취임부터 사퇴에 이르기까지 영욕의 354일을 되돌아보고, 동시에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김종인 체제의 면면을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 문재인 퇴진…더민주 쇄신 계기될까
 
그간 당내 비주류 측과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을 이어가면서도 절대 내려놓지 않아 내분 사태로까지 비화된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 문제가 오랜 논란을 접고 27일 확실히 매듭지어졌다.
 
또 이번 문 대표의 사퇴와 동시에 최고위원단도 기 약속한대로 동반 퇴진하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더민주 지도부가 한꺼번에 개편되는 모양새를 띠었다.
 
이날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문 대표는 감개무량한 듯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문 대표는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근소한 차로 당시 박지원 후보를 제치고 당 대표에 올랐으나 뒤이어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 4곳의 선거구 모두 낙선하는 패배를 겪으면서 불과 두 달여만에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이 때부터 고개를 든 문 대표 퇴진론은 이날 사퇴하기까지 근 1년 동안 그를 끝없이 괴롭혔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도부 책임론에 휩싸였던 문 대표는 공천혁신과 지역분권정당, 네트워크정당 등 3대 혁신 추진단을 제시하며 진화에 나섰으며 지난해 5월 말엔 김상곤 위원장을 앞세워 출범한 혁신위원회를 통해 마련된 혁신안으로 반전을 시도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천혁신’을 내세웠던 혁신위는 오히려 파벌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혁신위원 구성부터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혁신안 의결에 따른 당직 임명을 두고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비주류 측은 ‘친노 패권주의’를 문제삼으며 사무총장직에 최재성 의원이 임명되는 데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양측 간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았는데 혁신위는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그 역할은 5개 본부로 분할하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간신히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럼에도 이후 주승용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 등을 비롯해 호남계 의원들이 문 대표 퇴진에 대한 목소리를 점차 높여가기 시작하면서 8월 중순에 이르면 당 내홍이 재점화될 조짐이 명확해지는데, 여기에 안철수 의원까지 가세해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의 미흡한 점을 구실로 자체 혁신안을 제시하는 등 9월 초부턴 갈등 양상이나 그 깊이에서 더는 손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 같은 비주류의 총공세 앞에 문 대표는 9월 9일 혁신안과 당 대표직을 묶어 ‘재신임 투표’라는 배수진을 쳤고 극단적 대치로 당의 분열을 우려한 중진들이 직접 나서 문 대표를 설득함으로써 겨우 재신임 투표로까지 이어지진 않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었고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10·28 재보궐 선거마저 참패하게 되자 비주류 측에선 하루빨리 선대위를 구성하고 문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라는 주장을 다시금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에 절박해진 문 대표는 사실상 당권을 분점하는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란 타협안을 제시하며 안철수 의원을 회유하려 했으나, 안 의원은 이를 일축하고 ‘혁신정당대회’ 개최를 역제안하며 계속 맞대응하고 나섰다.
 
이에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혁신전대’를 명확히 거부한다며 맞불을 놨는데, 이를 명분삼아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탈당을 결행, 이후 상당기간 지속될 연쇄 탈당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더민주를 압박했다.
 
안 의원 탈당 후폭풍에 직격당한 문 대표는 분당 위기에 직면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각계각층의 인재를 연일 영입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고, 그 중 김종인 박사를 영입한 걸 바탕으로 결정적 전기를 맞게 돼 극적으로 탈당 기류를 잠재우고 당을 안정세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문 대표는 이를 기회로 더 이상 안철수의 국민신당 측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난 19일 자신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선대위에 전권 위임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안철수 측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세를 점해 비주류와의 기나긴 충돌에서 아직까지는 승기를 잡은 상태다.
 
이제부턴 문 대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어떻게 총선 승리를 이끌지가 관건이 될 전망인데 문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도 백의종군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로 출범할 비대위와 선대위가 우리 당의 총선승리를 잘 이끌어줄 수 있도록 당원동지와 국민께서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 7인 체제 구축한 ‘김종인 비대위’, 총선까지 순항할까
 
▲ 더물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7일 19번째 영입인사인 문미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문 대표 퇴진 후엔 앞으로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이 신규 영입 인재를 소개해나갈 방침이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날 19번째 영입 인재를 소개하는 걸 끝으로 문 대표는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 평의원으로 돌아갔고, 동시에 오후 개최된 당 중앙위에선 더민주 비대위 구성안이 의결돼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한 ‘김종인 체제’가 본격화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선대위 인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나는) 누가 친노이고 아닌지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며 무엇보다 당의 화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뒤 15명의 선대위원 중 10명을 당내 인사로, 5명은 외부 영입 인재로 구성한 바 있다.
 
27일 당 중앙위에서 밝혀진 비대위 구성 또한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다만 지난번 선대위원 발표 당시 일각에서 친노에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던 만큼 비대위원들은 계파색이 옅고 중도온건 성향 위주의 인사들로 구성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6명의 비대위원들 중 비주류에 속하는 변재일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체로 선대위원들 중에서 선발했으며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위의장을 맡은 바 있는 박영선, 변재일, 우윤근 의원과 이용섭 의원을 당 출신 비대위원으로 꼽았다.
 
또한 이 네 명 중 현역의원인 3명은 3선 의원으로 원내 경험이 풍부하단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출신 지역에서도 수도권(박영선)과 충청(변재일), 호남(우윤근, 이용섭) 등 적절히 배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27일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며 자신을 포함한 7명의 비대위 체제로 총선 채비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를 증명하듯 김 위원장은 이날 “과거 원내대표였던 2명과 정책위의장을 지낸 2명, 정책에 관해 활발한 토의를 할 수 있는 분으로 구성했고 지역적 배려도 참고했다”고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4명 외에 나머지 비대위원직에는 새로 영입된 인재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의장이 임명됐는데 김 위원장은 “김 의장과 표 전 교수는 과거에 정치에만 매달린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유력하게 비대위원직 물망에 올랐던 아종걸 원내대표는 끝내 제외됐는데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 때마다 항상 참석해 같이 의논할 계획”이라며 “원내대표를 빼고선 원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비대위를 운영할 수도 없다”고 말해 불필요한 의혹에 미리 선을 그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중앙위 의결 직후 인사말에서 “언론들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을 예측하고 있고 야권 역시 총선을 절망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낙제점이라 해도 77일 남은 총선까지 하루 1점씩 전진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安 국민의당, 지지율 회복 안간힘

 
더민주가 이처럼 조금씩 총선준비 체제를 갖춰가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떨어진 호남 민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5일 천정배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이어 이날 호남 중진인 박주선 의원도 합류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전에 둔 것은 물론 지난 4일 이희호 여사 예방 자리에서 녹취를 한 것으로 논란을 일으킨 실무자의 사표를 이날 수리하면서 낙상으로 입원 중인 이 여사를 안 의원이 직접 문병하는 등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해 진력을 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당은 지역민심이 떠난 현역 호남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이런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더민주에서는 물의를 일으킨 노영민, 신기남 의원에 대해 공천 배제 징계 결정을 내리며 현역 의원 물갈이에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한 바 있어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라도 국민의당 역시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대표적으로 호남 현역 물갈이론을 주장해오던 천정배 의원은 26일 “국민의당 전북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제가 즐겨 사용해온 ‘뉴DJ’라는 용어를 써가며 신인들을 양성하는데 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고 말해 이미 안 의원도 어느 정도 호남 현역 물갈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다만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호남 현역 의원들에 대해 ‘당의 이미지 쇄신’을 내세워 쉽게 물갈이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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