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역시 앞으로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될 전망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콜금리를 연 4.50%로 인상한 것으로 연말로 예상되는 물가 상승에 대한 선제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경기 둔화세가 점차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금리 인상 기조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수 있다는 인식도 현실적인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가 및 환율이 불안해지고 있는 데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악화 신호를 보내고 있어 한은 역시 앞으로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한은 "경기 상승 모멘텀 유지" 한은은 이날 배포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고 있으나 경기상승의 모멘텀은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수요부문별로는 건설투자를 제외한 수출.소비.설비투자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생산활동면에서도 제조업 및 서비스업 모두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유가의 영향이 공업제품 가격 상승으로 가시화되는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 요인도 있어 오름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이성태 총재 역시 연말에는 물가가 3%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경기가 둔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상승곡선이 유지되고 있고 물가는 점차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선제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올렸다는 것이다. '기회 놓칠 수 없다' 심리 크게 작용한 듯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한 가장 큰 배경으로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정서를 꼽고 있다. 각종 경기 지표들이 점차 둔화세가 완연해지고 있어 연말로 접근할수록 금리를 올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은은 금리 정책 차원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이성태 총재는 6월말 국회 업무보고 때 "올해 말에 경기가 악화돼 연 4.25%가 콜금리의 정점이 된다면 한국의 펀더멘털에 비해 높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감안하면 연 4.25%에서 몇 차례 정도는 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발언이다. 여유있을 때 충분히 정책금리를 올려놓아야만 훗날 불황을 맞아 탄력적으로 금리를 낮춰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기본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위원은 "유가 환율 및 여타 경제지표들이 악화되면서 이달 금통위의 결정이 어려웠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이번이 아니면 점점 어려워진다는 정서가 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경기 둔화시 부담 커질 듯 경기 지표가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과감하게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은 감당해야 할 부담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물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한은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은이 애초 연간 5%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론의 전제였던 '유가 및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가정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바이유를 비롯한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달러화 약세도 다시 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연초에 한국 경제를 곤경으로 몰아넣었던 `유가.환율 유령'이 재등장했다는 것이다. 불안한 경제지표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선행지수가 다섯달째 하락함으로써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7월 제조업 업황실사지수도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소비자기대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8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마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는 등 최근 발표되는 각종 지표들은 모두 어두운 양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경기 낙관론을 주장하던 몇 안 되는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7월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경기상승 속도의 둔화 추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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