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안대희’ 최고위원직 임명까지…불공정경선 우려 확산

▲ 지난 17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여의도의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갑 당협위원장이 이를 항의하기 위해 지지자들과 회견장을 방문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총선이 머지않은 가운데 마포갑 지역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미래는 점점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간 국회의원부터 지자체장까지 야권이 장악한 마포갑에서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을 맡아 당 조직 재건에 힘써왔던 강승규 예비후보는 현 지역구 의원인 노웅래 의원을 상대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승리했던 전적과 여러 차례 지역민심탐방에 나섰던 경험을 바탕으로 마포갑의 유일 여권 주자로서 일찌감치 그 기반을 닦은 바 있다.
 
특히 강 예비후보는 이 같은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박계의 공천학살에 휘말려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4년 뒤인 20대 총선을 바라보고 묵묵하게 와신상담해왔다.
 
그러던 중 새누리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해 20대 총선에서 서울 출마키로 가닥을 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난 17일 돌연 마포갑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이 소식을 접한 강 예비후보 측은 자연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안 전 대법관이 이날 마포갑 출마를 공식선언한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강 예비후보 측은 “당원이나 주민들에게 험지니, 영입인사니 이런 부분에 대해 한 번이라도 물어보셨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에 안 전 대법관이 신속히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등 여권 후보 자리를 놓고 장차 일전이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
 
강 예비후보가 터를 닦고 있던 지역에 안 전 대법관도 뛰어들면서 양측 갈등이 점차 격화되고 있음에도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사태 진화에 부심하기는커녕 21일 안 전 대법관을 지명직 최고위원에까지 임명하면서 공공연히 안 전 대법관 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강 예비후보 측은 연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 경선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는 등 당 지도부를 향해 거듭 호소했음에도 요지부동인 상황이어서 이러다가 마포갑 여권 지지자들의 표심마저 갈라지는 것 아닌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의 마포갑 출마 결정 이래 지금껏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마포갑을 험지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문제였는데 안 전 대법관 측은 앞서 17일 마포갑이 진정한 험지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치른 선거에선 (득표수가) 11% 차이가 났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22% 차이가 났다”며 “노웅래 의원이 선대부터 터를 닦아둬 아무도 이기지 못한데다 마포의 중요성을 생각해 총선 승리를 위해 마포에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강 예비후보 측은 지난 14일 “지난 2월 경선에서 (강 예비후보가) 당협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이미 승기를 잡은 대표적인 지역”이라며 마포갑이 절대 험지가 아니란 입장을 내놨다.
 
그는 “마포갑의 현 의원은 야당의 대표인사라기보다 부친 후광에 힘입어 마포를 야당 텃밭으로 만든 데다 더불어민주당의 탈당파로 분류돼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안 전 대법관이 마포갑에 출마할 게 아니라 동작갑 전병헌의원과 광진을 추미애의원, 광진갑 김한길의원 등 ‘진정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차는 이에 그치지 않고 경선 룰에 있어서도 미묘한 속내를 내비쳤는데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출마 지역에 대한 연고가 깊지 못하고 뒤늦게 마포갑 출마를 표명한 안 전 대법관은 신규 영입 인재 등 특수사례에 적용하는 100% 여론조사 방식을 원하는 반면 당협위원장직을 맡으며 우선 당원들을 우군으로 확보한 강 예비후보 측은 현재 새누리당의 경선 룰인 국민 70%·당원30% 방식으로 치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우선 누구든 예외 없이 경선은 치르게 될 것임을 천명했지만 안 전 대법관이 공천 룰 결정권을 쥔 최고위원직까지 김 대표에 의해 임명된 상황이어서 사실상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강 예비후보 측은 21일 “경기에 출전할 선수를 심판 위원 중 하나인 최고위원에 지명한 김 대표에게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경기가 이미 진행되는 엄중한 시기에 특정 후보를 지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험지출마론으로 안대희 후보를 마포갑에 출마시키고 또 다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불공정경선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최종 판단은 마포갑 당원들과 주민들이 할 것”이라면서도 당 지도부가 암묵적으로 지지 의사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깊게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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