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진화법 단행에 野 ‘3+3 회동’ 보이콧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국회선진화법은 야당결재법이자 소수독재법으로, 국회를 식물국회로 전락시킨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꼬집으며 법안 개정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여전히 선거구 획정 및 쟁점법안 처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18일 이 같은 정체현상의 원인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하며 단독으로라도 선진화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뜻을 밝히면서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을 확대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오는 22일까지 본회의에 부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야당은 물론 그간 현행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직권상정에 난색을 표해온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3 회동’에 불참해 여당의 강행 처리 의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는 한편 더 이상 새누리당과 국회의사일정을 논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쳐 국회 파행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김무성 “국회선진화법, 악법 중의 악법”
 
그간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절치부심하던 새누리당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김무성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법안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혁 완수를 위해 국회선진화법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선진화법이 ‘국가시스템의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대한민국은 거북이걸음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국민들은 지금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이 국가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이 되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국회선진화법은 야당결재법이자 소수독재법으로, 국회를 식물국회로 전락시킨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재차 규정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구하고자 여러 법을 내놨는데 서비스산업발전법은 3년6개월동안 방치됐다”며 “그 이유는 야당이 반대해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처럼 심각한 국가위기를 초래하는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개정안 직권상정을 국회의장에게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과거 국회선진화법을 새누리당이 주도해 제정했던 법안이란 점을 의식했는지 “4년 전 새누리당의 젊은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이 더 이상 폭력국회에 참여할 수 없다, 싸우는 모습을 더 못 보여드리겠다고 해서 선진화법을 만든 것”이라며 “저희가 주도해서 만든 건 사실인데 당내 반대도 많았다. 적용해본 결과 실패한 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을 수용할 만한 국회 수준이 못 됐다. 4년 전 선진화법을 내놓은 것에 사과한다”고 사과를 전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우리 국회가 잘못 만든 선진화법은 망국법이다. 위헌요소도 많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내놨다”며 “이 망국법을 바꿔야 한다.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이 180석이니 반드시 이를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與 국회 운영회 단독 소집…선진화법 개정안 처리 박차

 
이 같은 당 분위기가 반영됐는지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1시 운영위 소속 의원들을 전격 소집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본 개정안에는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직권상정) 요건을 확대하기 위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했는데 기존 국회법엔 천재지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등에만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그 조건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
 
이 같은 개정안 내용에 비췄을 때 향후 어떤 법안이든 야당의 동의를 전혀 요하지 않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만으로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 이날 운영위는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국회법 87조에 근거해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한 직후 법안을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하는 ‘부결’ 절차에 들어가 운영위를 개의한지 5분도 안 돼 처리했다.
 
이렇게 하면 운영위와 법사위 논의가 필요 없어지고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운영위와 법사위란 절차를 사실상 ‘의도적으로 거르는’ 편법적 측면도 있어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 野 ‘3+3 회동 불참’ 강수 두며 與 질타
 
▲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새누리당이 운영위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부결 절차를 단독 진행한 것과 관련해“단독 운영위 의결은 적법절차를 전면 부정한 위법행위”라며 “법 통과를 위해 법을 부결시킨 극단적 꼼수이자 향후 국회절차를 모두 부정한 의회 파괴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간 회동(‘3+3 회동’)에 불참하겠다고 맞불을 놓는 한편 회동이 시작된 시간에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직접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운영위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은 “단독 운영위 의결은 적법절차를 전면 부정한 위법행위”라며 “법 통과를 위해 법을 부결시킨 극단적 꼼수이자 향후 국회절차를 모두 부정한 의회 파괴행위”라고 새누리당을 맹비난했다.
 
이 원내수석은 이어 “새누리당이 법에 근거된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3선 개헌하듯 날치기했다”며 “오늘 새누리당의 공작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법은 국회 운영의 룰을 정하는 법률로, 여당 일방의 날치기로 바뀐 전례가 없다”며 “우리 당은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날치기를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당의 사활을 걸고 당력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강력 대응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또 이 원내수석은 이날 운영위에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것은 개회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국회법 제49조제2항은 ‘위원장은 위원회의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한다’고 돼있다”며 “저는 야당 운영위 간사로서 운영위 소집과 의사일정에 대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 운영위는 안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열렸고, 새누리당은 회의 시작 뒤 갑자기 안건을 변경했다”며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의원 연서나 교섭단체 간 협의가 없는 의사일정 변경은 불가능한데도 오늘은 연서도 없었고 협의도 없어 명백한 위법이다. 어떤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회의는 그 자체로 법적 흠결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폐기절차도 준수되지 않았다”며 “국회법 58조엔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무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및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고 돼 있는데도 (이번 운영위에선) 전문위원 검토보고도 없었고,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찬반토론 중 어떤 것도 제대로 논의를 거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수석은 “새누리당의 명백한 사과와, 의결 무효화가 없는 한 회동에 응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새누리당과 국회의사일정을 논의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與 “법적 하자 없어…사전 통지했는데도 野 불참”

이 같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회 소집부터 법안 가결까지의 전 과정을 설명하며 이 원내수석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우선 그는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 소집과 관련, “재적의원 4분의1 이상 요구가 있을 경우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국회법 제52조에 의거, 저를 비롯한 의원 11명의 요구로 오늘 전체회의를 소집했고 요건에 하자가 없다”며 “1월15일 오후 여야 위원 모두에게 ‘안건 미정’으로 운영위 전체회의 소집을 통지했다는 것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조 원내수석은 안건 미정에서 국회법 개정안 심의로 의사일정을 급거 변경한 것을 놓고도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국회법 제71조에 따라 지난 11일 권성동 의원이 제출한 선진화법 개정안을 오늘 전체회의에서 의제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국회법 제71조에 따르면 동의자 외 1인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이 의제로 상정될 수 있고 이를 거수로 표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통상 회부된 안건은 제59조에 근거해 일정 숙려기간이 지난 뒤 상정될 수 있으나 원유철 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참석 위원들은 ‘국회의 입법 마비사태’가 동 조항에 명시된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당일 상정키로 절차에 따라 의결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울러 조 원내수석은 “축조심사나 찬반토론도 (참석 위원들이) 다 맞다 했고, 이 안건에 대해 이견 있는 사람은 손들어달라고 물어도 답이 없어 생략했다.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데 이의 있는가 보니 없어서 ‘이의없음’으로 가결됐다”고 ‘부결 과정’을 전했다.
 
그는 “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한 절차는 전혀 하자가 없고 국회법에 따랐다”며 “야당이 출석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든 그렇지 않으면 안건심사지정 요청을 했어야 한다. 15일 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야당 의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야당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이렇게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국회선진화법을 들어 그간 직권상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의 ‘3+3 회동’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국회 선진화법 강행 처리에 대해 “그건 의장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법의 과정이 그렇게 가도록 돼 있는 것”이라면서도 “마음속으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조 원내수석은 “국회의장은 국회법을 따르는 분이니 국회법에 하자가 없는 안을 따랐다”며 “이제 의장이 판단해야 한다”고 직권상정에 대한 압박을 넣는 한편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에 대해서도 “여당이 본회의를 요청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의장이 안 열 수는 없다”고 단독 진행 의사까지 표명하고 있어 만일 통과가 되더라도 야권의 반발 등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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