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종인 맹비난하며 ‘긴장감’ 드러내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당 지도부와 함께 나와 선대위원장직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인재 영입을 내세워 당내 탈당 기류를 저지하는 데 부심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삼고초려’ 끝에 김종인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끌어들이며 경쟁 정당들을 긴장시켰다.
 
특히 과거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한 만큼 보수진영 인사로 꼽히면서도 비대위 활동 기간 동안 늘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개혁적 인물로도 알려져 있어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경제민주화 프레임’을 앞세운 김종인의 덕을 본 바 있는 새누리당 측은 더욱 당황하는 분위기다.
 
그간 야권 분열을 통해 ‘어부지리’를 노리면서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잇따른 인재영입 경쟁에 대해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새누리당은 끝내 이 같은 불안감이 적중했다는 듯 태세전환에 들어가는 한편 김종인 전 의원에 맹비난을 퍼붓는 것으로 스스로 위기감을 내비쳤다.
 
또 더민주 내부적으로 앞서 탈당을 예고했던 인사들의 이탈은 이날 역시 이어지고 있었지만 전북 지역 의원들이 “더 이상의 탈당은 없다”며 잔류를 결의하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김종인 전 의원이 현재 더민주 탈당행렬의 수도권 확산 가능성과 관련해 키를 쥐고 있는 박영선 의원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을 통해 박 의원의 탈당을 저지하고 당내 탈당 기류를 차단할 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비쳐 문재인 대표가 내놓은 ‘김종인 영입’ 카드가 과연 새누리당 견제와 당 내분 수습을 동시에 해결할 ‘일석이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종인 “경제민주화 구현 정당이 국민 선택 받아”
 
지난 14일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한 더민주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 전 의원의 입당을 공식화하는 한편 선거대책위원장에 전격 임명하면서 이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정치권을 한바탕 뒤흔들었다.
 
김 전 의원은 과거 안철수 의원의 멘토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경선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한 적이 있어 그의 더민주행은 모두에게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으로 비쳐졌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과거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도 끝내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뤄내지 못한 과거를 떠올렸는지 “말의 기억을 지우고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잘못된 정치”라며 “이번만큼은 기필코 정직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국가의 목표는 자유 신장이며 자유 신장의 기본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라며 “이번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경제민주화 이행’을 천명했다.
 
또 그동안 주요 당직을 친노 주류가 장악해오면서 당 공천 심사 등에 있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것은 물론 탈당 행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으나 친노와 전혀 ‘색’을 달리하는 김 전 의원이 이날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탈당을 준비하던 비주류들의 ‘불신’이 담긴 시각도 한층 누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김 전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입당 결심을 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대표 권한이 일단 선대위원장에게 전체적으로 이양된다는 걸 전제하고 시작했다”며 “문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 믿는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선대위원장직에 대해서도 “공동선대위원장 얘기가 어떻게 나온 지 모르겠지만 단독선대위원장으로 한다는 전제 하에 수락했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호남을 대표하는 인사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호남을 볼모로 잡아 ‘내가 호남을 대표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면서 “그 문제에 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을 내세우고 (이들과) 함께 만든 비전과 정책을 집행할 의지를 세우겠다”고 일축했다.
 
이날 김 전 의원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일각에선 전날 문 대표가 ‘선대위원장 영입 기자회견’ 자리에서 “광주와 전남을 대표할 수 있는 공동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내용과 배치된다면서 사전 조율조차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일단 김종인 전 의원을 ‘원톱’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나며 ‘소통’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진화하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편 김 전 의원은 또 야권 통합에 대해서도 “야당이 통합되는 게 간절한 희망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생각했을 것 같으면 이렇게 분열됐겠나”라며 “당이 싫다고 박차고 나간 사람들에게 정력을 쏟아 부으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향후 탈당 기류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인 박영선 의원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대단히 회의적”이라며 “어느 한 사람(문재인 대표)이 싫어서 당을 떠난다는 것이 과연 명분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자신의 비전과 정책 방향에 대해선 “시급한 과제는 새로운 경제 환경을 조성해 심화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더불어 잘 사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앞으로도 이 길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야당에서의 첫 데뷔무대인 이 자리에서 그는 사안마다 거침없이 분명한 의사를 밝히는 강렬한 인상을 드러내며 이를 바라보는 새누리당을 착잡하게 만들었는데 더민주가 ‘경제민주화 프레임’으로 재무장하면서 그간 야권 분열에 마음 놓고 있던 여권에 깊은 고민을 불러왔다.
 
◆ 與 ‘김종인 바람’ 불식시키려 총공세 나서
 
새누리당은 전날 김 전 의원 임명에 대해 신의진 대변인 논평에서 “더민주는 탈당 사태로 심각한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상처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낡은 처방을 하는 모양이 참 안쓰럽다”며 애써 외면하는 듯한 첫 반응을 내놓았지만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이날 기자들에게 “더민주가 훌륭한 분을 모셔갔다. 대어를 가져갔다”고 비교적 솔직한 반응을 내놨다.
 
이런 고민이 담겼는지 김 대표는 이날 과거 총선 목표를 180석이라 발언한 데 대해서도 “제가 180석을 얘기한 건 야당 분열로 이번 선거에 새누리당이 180석 얻는단 의미가 아니고,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가 없기에 국민들께 이를 무력화시킬 180석을 달라는 호소였다”고 해명하는 등 이전과 다른 긴장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긴장’된 모습에 그치지 않고 김종인 전 의원을 향해 매섭게 맹비난을 퍼부으며 국면 전환에 나섰는데 이장우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더민주가 김 전 의원을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철새가 방앗간 기웃거리듯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행보로 정치권을 혼란에 빠뜨리는 구태 정치의 민낯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김 전 의원을 겨냥해 “때만 되면 이당 저당,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역대 정권에서 부귀영화를 누렸다”며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더민주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지난 대선에서 호남에 안착하지 못하는 문재인을 도와준 사람이 권노갑인데, 정치가 냉정해도 탈당 직후 김종인을 영입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은 김 전 의원을 영입한 더민주측에도 날을 세웠는데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호남에 안착하지 못하는 문재인을 도와준 사람이 권노갑인데, 정치가 냉정해도 탈당 직후 김종인을 영입했다”며 “대통령 후보, 야당 대표의 모습이 아닌 초선의원의 모습”이라고 문 대표를 비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렇게 깜짝쇼같은 인재 영입은 정치에선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더민주의 김 전 의원 영입을 폄하하고 나섰다.
 
다만 이 최고위원은 김 전 의원을 가리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최고 브레인 아니었나”라며 “자기만의 정치도 아니고 국민을 보고하는 정치인데 그런 분이 왜 그런 이동을 하게 됐는지 지금이라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김 전 의원의 더민주행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 더민주, 당 내분 수습 국면 접어드나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날 정대철 상임고문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달리 더민주는 기나긴 ‘탈당 국면’에 대한 돌파 가능성을 열게 됐다.
 
먼저 전북 지역 의원들 중 이미 탈당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오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것으로 이날 전해진 데 이어 김종인 전 의원과 친분이 깊은 박영선 의원 역시 김 전 의원의 입당을 계기로 탈당할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또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 역시 더민주를 탈당해 신당에 합류했단 이유만으로 공천을 주진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내주 탈당할 것으로 점쳐졌던 박지원 의원 등 탈당 의사를 예고했던 의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14일까지 사흘간 갤럽이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가 8명의 대권주자 중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까지 나오면서 더민주 측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대선주자 선두를 탈환했다는 점에서 분위기 반전의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더민주가 ‘김종인 영입’ 카드를 통해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로 뒤바뀌면서 이 같은 변화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어떤 여파를 몰고 올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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