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그 속에 정계개편 시나리오 담겨 있어

해마다 8.15광복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이다. 정치, 경제 사범 뿐 아니라 민생 사범까지 사면의 범위가 폭넓은 이유로 일반인도 정치권도 모두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고유 권한을 행사하여 특별사면 대상자들을 선별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여느 해보다 올해는 특히나 사면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사범들과 정치권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8.15광복절을 기대, 또는 우려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별 사면과 정계개편의 함수관계 여느 해보다 올해 더욱 특별사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정계개편 시기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이다. 지방선거에서 예측 이상의 참패를 당한 여당과 그 후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청와대, 그리고 최근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로 인한 노 대통령의 레임덕 문제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사면 대상자들에 대한 초점조차 맞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노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하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듯이 사면 또한 측근 챙기기의 모습으로 일관하게 될지, 그렇지 않다면 주고받기 식의 사면을 통해 지난해 제기했던 대연정의 일환으로 야당들과 화해의 무드를 만들고자 사면을 준비할지. 아직까지 그 심중은 누구도 알 수 없으나 정치권에 떠도는 시나리오는 분분한 이상으로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사범 중 8.15 특별사면 대상자로 예측되는 핵심 인물들은 크게 4명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안희정, 서청원, 권노갑, 박지원 등이 그들이다. 그 첫째는 바로 노 대통령의 최 측근 중의 최 측근인 안희정 씨이다. 안 씨의 사면 문제를 두고는 여권에서조차 정치적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사면이 가능할 것이라는 데 더 큰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 여당은 “사면복권에 정치인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었으나, “애초에는 사면복권 대상에 정치인은 없었지만, 정치인 포함 여부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는 입장을 덧붙여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들은 하나같이 이 같은 안희정 씨 등 노무현 대통령 핵심 측근 인사들을 사면에 포함시킨다는 설에 ‘대통령 측근비리 정치인 끼워 넣기’, ‘코드사면’, ‘막판 떨이 사면’ 등 거친 표현으로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코드인사에 이은 코드사면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응인 것이다.
◈사면을 통해 민주당과 손 잡겠다? 야당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코드, 코드, 코드로 모든 것을 해결해오던 대통령의 모습에 일찌감치 입에는 욕설을 준비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여당 내부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제 식구라도 심한 것은 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야당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조치인지. 여권에서는 형평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안 씨와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 등을 일종의 패키지로 묶어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각 당에 최고 권력자들이었던 사범들을 동시에 사면시켜 ‘주고받자’는 공산인 것이다. 더욱이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의 경우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에게 범여권 통합론을 위해서라도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선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최근 “박지원 전 장관을 사면해 호남과 화해의 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 권노갑, 박지원 등 민주당 핵심 세력의 사면과 함께 노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화해의 다리를 마련하고, 그 김에 안희정 씨를 동시 사면해 여권의 힘도 같이 키워보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한나라당에도 서청원 전 대표를 사면시켜줌으로써 극 반발 현상은 어느 정도 예방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같은 사면 시나리오대로 권노갑, 박지원, 안희정 등이 사면된다면 8.15 광복절 이후 정계개편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도 있다. 물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어느 정도 화해의 무드를 타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이 치명타를 입을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권노갑, 박지원만으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맞서기는 힘에 부칠 것으로 판단된다. ◈8.15 이후의 민주당을 주시하라 더욱이 박지원 전 장관에 대한 사면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사면 시나리오에 조금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박 전 장관의 경우 대북송금사건으로 기소돼 지난 5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검찰과 본인 양측 모두 상고를 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면은 너무 이른 얘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서는 사면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같은 민주당 핵심 인사들에 대한 사면 문제에 대해 정작 민주당의 반응은 태연하다는 것이다. 당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지만, 조순형 민주당 고문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정권의 임기 내에 사법 처리된 사건을 그 정권 임기 내에 다시 사면한다면 그건 자기부정이고 모순”이라며 “꼭 사면해야 한다면 다음 정권에서 해야 되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 고문의 발언 등에 대해 “민주당 부활론이 확산되자 벌써부터 목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들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민주당으로서는 현재 아쉬울 것 전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박지원, 권노갑을 사면시킨다 하더라도 여권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그들을 제외하고 안희정만을 사면시킨다 하더라도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8.15광복절 특별 사면을 맞아 이루어질 정계개편 역시도 현재로써는 민주당에 가장 유리한 분위기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정계개편을 위한 특별 사면이 될 것인지, 노 대통령 측근 챙기기의 일환으로 특별 사면이 될 것인지 8.15광복절을 기다리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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