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새정치연합과는 어떤 연대도 안 해”

▲ 안철수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인사들과 함께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안철수 의원이 21일 사실상 창당을 선언하며 독자세력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그간 안 의원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신당을 창당할지 혹은 천정배, 박주선 등 이미 창당을 준비하는 세력 내로 들어가 활동할 것인지 등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많은 분석과 추측이 오갔지만 이날 발표에서 보듯 결국 신당 창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의원은 호남 신당과 연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으면서도 새정치연합과는 그 어떤 것도 연대하지 않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즉 선거가 가까워지며 당장 한 표가 급해지더라도 새정치연합과는 확실히 선을 긋겠단 것인데 이 같은 결정이 향후 총선에서 야권에 어떤 결과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또 여론조사 지표를 통해 볼 때 안 의원의 창당이 새누리당의 지지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안철수, ‘정권 교체’ 목표로 ‘신당 창당’ 나서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현역 국회의원 4인과 함께 안 의원은 21일 창당 의지를 드러내며 대략적인 창당 준비 일정을 전한 것은 물론 이날 창당의 이유와 목표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날 “신당을 통해 두 가지를 이루겠다”며 “첫째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다. 둘째로,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창당 목표를 설정했다.
 
이 같은 창당 목표는 물론이고 예전 새정치연합 내에서조차 문재인 대표에게 수권정당이 돼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을 만큼 안 의원에게 ‘정권교체’는 그동안 지상 명제로 인식돼 왔다.
 
그런 의미에선지 과거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던 식의 일견 모호한 표현에서 벗어나 이날 회견에선 “이명박 정권은 국민 성공시대를 약속했고, 박근혜 정권은 국민행복시대를 약속했었는데 이를 지켰느냐”며 대적할 상대를 명확히 하는 특징을 보였다.
 
하지만 대선승리라는 ‘정권교체’를 위한 최종단계에 이르기 전 안 의원 앞엔 당장 20대 총선이라는 첫 시험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는 우선 총선에서 최소한 개헌저지선을 확보해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것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안 의원은 총선까지 감안하면 상당히 촉박한 일정을 고려해 당장 “이번 주부터 창당실무준비단을 가동, 내년 초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가급적 2월 설 전에 신당의 구체적 모습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겠다”고 창당 추진 일정을 알렸다.
 
이번 주부터 가동된다는 창당실무준비단과 관련해서도 “실무준비단의 책임은 이태규 현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에게 맡기고 곧 준비사무실 확보와 실무인력 배치를 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렸다.
 
이날 언급된 이태규 ‘정책 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의)진심캠프’에서 미래기획실장을 지낸 인물로 안 의원의 대선전략을 거의 전담했던 최측근으로 꼽히는데, 그는 내년 총선에서 경기 고양 덕양을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안 의원의 과거 대선캠프 대외협력실 부실장을 지냈던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을 비롯해 안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 등 ‘진심캠프’ 관련 인사들 서너명도 이태규 부소장과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안 의원은 또 대명제로 세운 ‘정권교체’의 방향과 관련, “생각이 다른 사람도 머리를 맞대는 정권교체여야 하고 문제만 말하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내놓고 문제를 풀어가는 정권교체여야 한다”고 밝혀 기존 야당이 보여 온 행태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아울러 그는 “부패에 단호하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 모이는 정당, 젊은 세대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 정당,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수구적 생각을 갖지 않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신당의 모습을 미리 그려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신당은 안철수 개인 당이 아니라 낡은 정치 청산과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범국민적 연합체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강정책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정강정책에 대한 집중토론이 오는 일요일로 계획돼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새정치연합의 정강정책은 실제 구성원들이 알지 못하고, 실천과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우린 반드시 참여자 모두의 뜻을 모으고 동의를 받은 후 숙지하고 실천하겠다”고 새정치연합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 안 의원은 당이 중점을 두는 최우선 정책으로 ‘경제’ 부문을 꼽아 좌우 이념논쟁과 진영 담론에 갇힌 기존 정당과 달리 민생을 우선하겠단 측면을 부각시켰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은 경제정책이고 그 중심에는 공정성장론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해 지난 2013년 당시 창당 선언 때와 달리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안 의원이 강조해 온 ‘공정성장론’은 공정한 제도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가 이뤄지는 경제시스템으로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이론인데 궁극적으로 ‘경제구조 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가장 주목된 주제 중 하나였던 ‘야권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천정배 등 호남 신당 세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열려있다”고 피력한 반면 새정치연합에 대해선 후보 단일화든 선거연대든 그 어떤 것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청산해야 할 사람들과는 연대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못 박았다.
 
이런 결정과 관련,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겨냥해 “이미 국민들이 낡은 정치를 바꿔달라고 저희들에게 요구했고, 저는 혁신을 거부한 세력과의 통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하면서,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신당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새정치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고, ‘협력’은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야권 연대에 대해 이런 입장을 내놓은 것은 총선에 급급해 야권 통합에만 매몰되다가 ‘정치적 야합’ 이미지로 퇴색되는 것보단 우선 내실을 다지고 추후 새정치연합에서의 추가 탈당자 합류까지 고려해 서두르지 않겠단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호남지역에서 문 대표에 비해 강세인 자신의 지지율을 고려한다면 다른 호남 신당과의 통합도 자신이 원하는 때에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이런 판단을 내린 밑바탕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 與野 ‘安 신당’ 파급력에 불안한 눈길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탈당 인사들이 ‘창조적 파괴론’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 “창조적 파괴는 결국 파괴일 뿐”이라며 “어떤 논리와 명분이어도 분열은 분열이다. 힘을 모아야 할 때 분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질타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날 오전 안 의원의 신당 선언 회견에 앞서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연쇄탈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한편으로 노심초사 우려하는 새정치연합은 물론 ‘안 의원 신당’ 출범으로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조사된 새누리당 역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에 대해 비난일색의 논조를 띠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탈당 인사들이 ‘창조적 파괴론’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 “창조적 파괴는 결국 파괴일 뿐”이라며 “어떤 논리와 명분이어도 분열은 분열이다. 힘을 모아야 할 때 분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질타했다.
 
당내 범주류로 분류되는 전 최고위원은 “야당에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은 진리의 상황”이라며 “야권의 분열에 대해 박수치는 국민이 많지 않다. 박수치는 국민은 새누리당 지지자일 뿐이란 것을 스스로 자각해야 할 때”라고 안 의원 측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당세력이 안 의원 등 인물 중심으로 정당이 결성된 것에 대해서도 “정치학원론과 정당론에선 인물 중심, 명망가 중심 정당을 낙후된 정치문화이자 가장 전근대적 정당으로 지적한다”고 혹평했다.
 
특히 전 최고위원은 최근 차기 야권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문 대표보다 안 의원을 꼽은 응답자가 더 많았다는 일부 결과와 관련, “야권의 대선후보 지지도를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물어 포함시켜 발표한다는 것은 역선택”이라며 “잘못된 설계로 여론조사를 하고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야권의 입장을 이간시키고 야권분열을 촉진시키려는 교활한 분열책”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가 항의한 조사결과는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에서의 야권 후보 적합도에 대해 질문해 응답자의 41%가 안 의원을, 33%가 문 대표를 선택했다는 발표를 지칭한 것인데, 당시 응답자 중 새누리당 지지층의 50%가 안 의원을 야권 대선 후보로 꼽았다는 점이 주목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21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14~18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의원의 탈당 여파로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안 의원 지지도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크게 제치고 급상승한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는 결과를 야기했단 부분인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 새누리당에서도 야권의 이합집산을 그저 남의 일처럼 보진 않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이 같은 경계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는데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최근 야권 양상에 대해 “조만간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뒤죽박죽 야당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의 통합 가능성을 예견하며 “천정배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연합해 친노 세력을 낡은 진보로 몰아 도태하려고 했는데 김동철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안철수 당에 간다고 하니 적잖이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정체성이 모호한 정당이 낡은 진보를 몰아낼지, 중도보수를 잡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은 각자도생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체성을 갖고 해야 한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다”고 충고했는데, 이는 신당세력을 정체성 없는 야합집단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내놓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안 전 의원을 뒤따라 탈당한 4인방 중 한 명인 황주홍 의원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최소요건인 20명 이상의 의원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며 내주 추가 탈당이 있을 것이라고 확언하고 있어 이날 ‘안 의원 신당 창당 선언’을 계기로 애써 탈당 분위기를 진화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또다시 뒤흔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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