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초·재선 “문·안·박 지지” - 호남의원 “‘문·안·박’ 미흡”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지도체제’ 제안을 두고 주승용 최고위원을 위시한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 또다시 당 내홍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지도체제’ 제안을 두고 당내 의견이 양분돼 또다시 지난번 내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안으로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일시적으로 정의당 심상정·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손잡고 야권 공동대응에 나섰던 새정치연합은 해당 쟁점이 잦아든 뒤 다시금 내분 양상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문 대표의 지지율이 지극히 낮다는 점을 들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재선 의원과 시도당 지역위원장들은 27일 ‘문·안·박 체제’ 지지성명을 발표해 ‘공동지도체제’가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의 또 다른 전조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野 ‘문·안·박’ 지지 성명 이어져
 
27일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를 지지한다는 성명이 새정치연합 내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초·재선 의원 48명이 공동성명을 내고 ‘문·안·박 연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원외 시도당 지역위원장들의 80명도 ‘3인 공동지도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성명들이 발표된 저의는 조금씩 다를 것이란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29일로 예고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문·안·박 공동지도체제’에 대한 입장 발표에 앞서 문 대표 측이 당력을 동원해 당내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는 반면 YS 서거 이후 조성된 ‘통합’ 기조에 발맞춰 ‘당내 화합’에 방점을 둔 대승적 결단 차원의 지지 성명이란 시각도 있다.
 
먼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문·안·박 체제’ 지지 성명을 발표한 초·재선 의원들은 당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을 ‘당내의 끊임없는 갈등·대립·충돌’ 때문인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갈등·대립·충돌을 극복하고 단합하는 길은 여러 갈래일 수 있지만 그 길은 현실적이어야 하고, 구성원 대다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문·안·박 체제가 그 조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하고, 지지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또 ‘3인 공동체제’의 당사자인 문재인·안철수·박원순에 대해 각각 다른 주문을 했는데 문재인 대표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온갖 실정과 이로 인한 민심이반에도 (새정연) 지지율은 20% 초중반대에서 요지부동이고 그 책임의 중심엔 문 대표가 있다”고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다만 이를 문 대표만의 책임이 아니라 “원내대표의 책임도 무겁고, 최고위원들의 책임도 가볍다 할 수 없다”며 일부 희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또 문 대표에 대해 “지금 상황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다 내려놓을 수 있단 심정으로 이 상황에 임해야 한다”며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의 내용과 방향에 동의하고 그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안 전 대표를 향해선 “안 전 대표의 문·안·박 체제 참여가 혁신안 실현의 길이자 당 단합으로 가는 길”이라며 “안 전 대표는 당을 위해, 나라를 위해 대승적 결정을 해달라”고 종용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당원과 지지자들은 안 전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본인이 제안한 혁신안이 전적으로 수용되고, 실천되는 것은 안 전 대표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미 ‘3인 공동지도체제’ 참여 의사를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선 “현역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참여에 한계가 있고, 물리적으로 애로도 있을 것이지만 관련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달라”며 “계파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표를 비판하는 한편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이 성명 내용에 비춰보면 당내 단합을 위해 초·재선 의원들이 계파를 초월한 일치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날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비노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친노 일색에 일부 범친노가 섞인 수준이어서 사실상 문 대표의 제안을 지지해온 기존 의원들만으로 구성된 성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또 같은 날 연이어 발표된 새정치연합의 시도당·지역위원장 80명의 ‘문·안·박 지지’ 성명은 한층 더 노골적으로 현재의 위기 상황만을 내세워 단합의 당위성만을 역설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는데 “우리는 당의 혁신과 단합, 총선승리를 위한 문 대표의 제안이 매우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 취지에 공감했다”며 “문 대표의 제안은 국민에 희망을 주기 위한 고심 끝의 결단”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민생을 지켜야 한다. 친일, 유신으로 회귀하는 정부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모든 당원들이 ‘문·안·박 임시지도부’로 기꺼이 단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이 같은 지지성명이 나온 것을 두고 안 전 대표의 입장 발표에 앞서 ‘3인 지도체제 출범’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범친노를 아우른 친노계의 여론조성이란 시각이 다른 견해보다 우세한 이유는 해당 지지성명의 내용과 구성원을 보면 성명의 저의를 파악할 수 있다.

◆ 호남·비노 “문·안·박 체제 미흡…절차상 사전 협의도 없어”
 
이런 친노의 ‘기획 아닌 기획’에 맞서 비노계에서도 맞대응에 나섰는데 특히 그간 당내에서 홀대받던 호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새정치연합 내 호남권 의원 18명은 같은 날(27일) 공동성명을 내고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체제로선 미흡해 보완돼야 한다”며 “우리는 호남 민심이 당과 멀어진 엄중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깊이 공유하고 호남 민심 복원이 우리 당의 최우선 과제라는데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런 입장을 낸 이유는 차기 지도체제인 ‘문·안·박 지도체제’ 중 호남권 인사는 정작 아무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탈당한 호남 인사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으로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권에서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 내년 총선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은 그런 차원에서 당 지도부를 비판한 자신들을 문 대표가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 특강 중 ‘공천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매도한 데 대한 사과까지 요구하며 “당의 혁신과 통합에 호남 의원들이 적극 앞장설 것”이라고 밝혀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체제’가 아닌 호남권 인사를 포함하는 제3의 지도부 구성안을 내놓을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은 이미 하루 전인 26일 주승용 최고위원의 주최로 호남의원 22명이 참석한 오찬 회동을 갖고 문 대표 사퇴까지 거론하며 현 지도부에 대한 성토의 장을 열었는데 특히 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인 자신들과의 상의조차 없이 문 대표 독단으로 ‘3인 지도체제’ 방침을 차기 지도부 구성안으로 내놓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7일 성명에서도 ‘문·안·박 체제’에 대해 “통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절차에 있어서 지도부와의 협의가 없었다”며 절차적 문제를 언급한 부분은 문 대표 독단으로 이뤄지는 데 대한 최고위원들의 불만을 반영한 문구로 보인다.
 
▲ 오영식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뒤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오 최고위원은 과거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선언한 당시에도 최고위원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런 불만이 누적되었기 때문인지 정세균계 범친노로 분류되면서도 사실상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 온 오영식 최고위원의 경우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돌연 불참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오 최고위원은 과거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선언한 당시에도 최고위원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이날 사퇴 의사를 발표한 오 최고위원은 “제 사퇴를 문 대표의 거취와 연관시키지 말아달라”면서도 지난 18일 문 대표의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 제안 뒤 “또다시 최고위원들과 어떤 협의도 없이 이뤄졌다”며 유감을 표한 바 있어 이번 사퇴 선언에 어느 정도는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오 최고위원은 범친노마저 ‘문·안·박 체제’ 구성에 힘을 실어준 것 때문인지 “문·안·박 연대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문 대표가 안 전 대표를 만나 담판 짓고, 문·안·박 연대가 당을 어떻게 혁신하고 통합하겠다는 것인지 비전과 역할에 대해 국민과 당원께 밝히고 당내의 정치적 동의를 구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문·안·박 체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안·박 연대가 ‘분점’과 ‘배제’의 논리가 아닌 ‘비전’과 ‘역할’로서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더 나아가 문·안·박을 넘어 당의 새로운 세대교체형 리더십을 창출해 낼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해 문·안·박 체제에 대한 기대보다 향후 현 3인과 다른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길 희망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주 최고위원 뿐 아니라 오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3인 지도체제’가 출범하게 되면 현재 최고위원들은 모두 퇴진해야 되는데 이런 사안을 당사자들과 상의 없이 문 대표 본인은 지도부에서 완전히 사퇴도 안 하면서 독단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개관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표는 기득권의 3분의 1을 가지면서 최고위원들을 물러나라는 것은 초법적 요구”라고 ‘문·안·박 체제’를 내놓은 문 대표를 비판한 건 이런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문재인 “호남 보완, 공동 선대위 등으로 할 것”
 
▲ ‘문안박 체제’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중진의원인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당이 살아야 문(문재인)도 있고 안(안철수)도 있고 박(박원순)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최근 당내 분열 조짐이 보이는 데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문 대표는 당내에서 호남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온 이 같은 불만에 대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문·안·박 지도체제 구성’에 대해선 물러설 수 없단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저를 흔들고 끊임없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분들도 실제론 자기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이날 “공천과 관련된 일부 표현은 당 안팎에 자성과 언론의 지적을 토대로 한 원론적인 언급이었지 특정인이나 세력을 겨냥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안·박 연대 필요성과 연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니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사전 협의없이 이뤄진 ‘문·안·박 연대 제안’에 대해서도 “사전에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단 지적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과한다”며 특히 호남 출신이 없는 지도체제에 불만을 갖는 것과 관련, “호남 보완문제는 공동 선대위 등으로 보완이 될 것이다. 당 내에서 국민들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다보니 그리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안박 체제’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중진의원인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당이 살아야 문(문재인)도 있고 안(안철수)도 있고 박(박원순)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최근 당내 분열 조짐이 보이는 데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현재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체제’에 대해 호남권 비주류와 민집모 소속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과반이 넘게 당내 의원들이 지지하고 있는 만큼 주 최고위원 등의 불만에도 문 대표는 ‘문·안·박 체제’ 외에 다른 지도부 복안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3인 체제’ 출범 여부는 사실상 마지막 남은 안 전 대표의 수락 의사에 좌우되는 만큼 오는 29일 안 전 대표의 입장 발표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차기 지도부 구상에 어떤 파장이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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