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安 -朴과 대표 권한 공유 제안” 진화 나서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18일 오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30여명의 창당 추진위원 및 500여명의 지지자와 함께 신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천정배 신당’이 18일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기점으로 신당 창당 작업에 본격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신당발 야권 재편 분위기가 어디까지 미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런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려는지 그간 당내 여러 모임에서 제기돼 온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대해 이날 문 대표는 3인 공동 지도체제를 받아들인다며 안 전 공동대표와 박 시장 측에도 이를 받아들일 것을 전격 제안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당내 주류-비주류 간 통합이 여전히 쉽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문 대표는 이날 ‘3인 공동체제’란 갑작스런 제안을 하면서도 “가장 이상적으론 천정배 의원과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언급해 같은 날 있었던 천 의원의 신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적지 않게 의식하고 있다는 모습을 숨기지 않아 천 의원의 신당이 본격 창당된다면 향후 새정치연합에 어떤 식으로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천정배 “새로운 국민정당 향해 민심 타올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18일 오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30여명의 창당 추진위원 및 500여명의 지지자와 함께 신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창당을 향한 노정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천 의원은 이 자리에서 그간 밝혀온 자신의 포부를 재차 드러냈는데 “민심은 새로운 국민정당을 향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는 국민의 희망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고, 내후년 대선에서 우리는 상생과 협력의 새 세상을 열어갈 새로운 정부를 만드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즉, 그는 그저 현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야권의 대안정당에 그치려는 게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 바라보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이 같은 꿈을 반영하듯 추진위원직 역시 기성 정치인보단 다양한 계층에서 선발해 ‘새로운 국민정당’이란 면모를 보여주려 애썼다.
 
이날 창추위 출범식에서는 천정배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3명의 고문단과 32명의 창당추진위원단을 발표했는데,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전홍준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대표가 고문으로 참가했다.
 
▲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식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좌로부터 김두관 전 지사, 무소속 천정배 의원,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한상진 명예교수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 등은 이날 축사를 통해 창당 축하 의사를 직접 전했고,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마찬가지로 신당 창당을 숙고 중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도 화환을 보내 ‘천정배 신당’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단 속내를 내비쳤다.
 
이날 축사 중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멘토’로 일컬어지는 한 명예교수는 천 의원의 신당에 대해 “단순한 야권 재편이 아니라 보다 더 근본적인 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 그리고 행동으로 흔들리지 않게 굳건히 나아가야 한다”며 천 의원의 포부에 부합하는 발언을 내놨다.
 
새정치연합의 대표적 영남권 인사인 김두관 전 지사 역시 “개혁적 국민정당이 반드시 국민 신뢰와 사랑을 받아 책임 있는 정당, 정책정당, 민생을 확실하게 챙기는 정당으로 성공하길 기원한다”며 자신이 속한 정당이 현재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자성했다.
 
다만 그는 이날 축사에 참석한 것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는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선 “신당에 대한 고민보다는 야권의 재구성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며 신당 참여설을 일축했다.
 
김 전 지사는 “(천 의원으로부터) 신당 참여 권유는 몇 차례 받았다”고 시인하면서도 “제가 새정치연합의 김포시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고, 또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을 이뤄내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새정치연합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날 출범식 참석 배경에 대해선 “개혁적 국민정당도 성공하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더 혁신을 해서 때로는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앞으로 ‘미래정치를 열어가야 한다’는 열린 마음으로 제가 축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이어 “천정배 의원의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에 대해 야권 분열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꽤 많은데 전 오히려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재편의 몸부림’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고 창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천 의원이 창당한 개혁적 국민정당의 앞길이 마냥 순탄해보이지만은 않는데 최근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천 의원의 신당은 1.2%의 지지율을 보이는 데 그쳤단 점도 있고 전현직 정치인들 역시 어느 누구도 신당에 동참하지 않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주장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천 의원 측에선 당시 여론조사가 오직 703명만을 대상으로 한데다 모두 새정치연합 지지자로만 구성됐단 부분 등을 지적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향후 지지층 확보 전략과 관련해선 이날 출범식에서 “여권을 지지하는 고정세력은 30%다. 침묵하는 다수인 50%를 수용해 그들의 희망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개혁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친 한상진 교수의 축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었다.
 
한편 천 의원은 이날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추진위원은 기성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 중 우리가 바라는 신당의 비전과 방향을 체화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이젠 ‘국민추진위원’을 모시겠다”고 천명했는데, 추가로 영입된 2·3차 추진위원 명단은 11월 중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전국 순회 한마당과 창당 펀드를 개설하겠단 계획까지 밝혔다.
 
또 오는 12월 13일경엔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하고, 12월 중 7~8개 권역에서 시도별 발기인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내년 1월 시도당 창당대회를 거쳐 중앙당을 공식 창당하고 총선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과 당 대표 공유 용의 있어”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8일 광주를 방문한 가운데 조선대학교 특강 중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및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총선까지 3인 공동 지도체제를 이뤄가자고 전격 제안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호남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듯 18일 호남의 중심인 광주를 찾았다.
 
현재 문 대표는 연이은 선거 패배 등으로 내부적으로는 비주류로부터 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편 외부적으로도 각종 쟁점 현안을 두고 여당에 비해 특별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내우외환의 형세에 처해 있는데다 지난 13일 한국 갤럽에서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5%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를 벼랑 끝으로 몰기에 충분했다.
 
이 조사에서 야권 내 차기 대선 경쟁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26%)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14%)는 크게 앞선 반면 그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보여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호남에서 90% 내외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시절을 무색케 했다.
 
그는 이런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당내외에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인하대 강연에서 “지금 제가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대선은 2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개인적 지지도는 중요하지 않다. 지지도 조사는 들쭉날쭉하다”고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직접 광주를 방문한 18일 문 대표는 조선대학교 특강을 하던 중 “문-안-박이 함께 모일 경우 분명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철수, 박원순 두 분과 당 대표의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전격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총선이 다가왔고, 다음 총선을 치르고 나면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토록 예정돼 있기 때문에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선거를 치를 공동선대위라든지, 선거기획단이라든지, 선거를 위한 총선 정책공약을 준비하는 그런 총선정책준비단이라든지, 인재영입이라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3명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3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다음 대선주자들이고 3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 어느 후보의 지지보다 높다”고 일단 설명했는데, 그가 얼마 전부터 통합행동이나 당내 주류-비주류 7인 모임 등에서 제기한 ‘연대설’에 갑자기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사실 문 대표 자신에 대한 지지율 급락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지지율 급락 원인 중 하나는 여당과의 정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리더십 부분도 있겠지만 안 전 공동대표 등 다른 유력주자들의 주장이나 제안에 대해서 그간 응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비주류와의 갈등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밀어붙여왔다는 부분도 크다.
 
그러면서도 선거에서는 각종 이슈에서 새누리당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된 경우라도 재보선까지 줄곧 야당이 패배하는 결과가 나와 ‘능력’ 문제로까지 비화된 점이 그의 지지율 급락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패배할 경우 돌이킬 수 없단 점을 감안해 3인 공동체제로 끌고 가 총선에 패배하더라도 공동대표인 야권 유력 대선주자 모두가 연대책임을 갖게 됨으로써 자신만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신이 당권을 여전히 (일부라도) 쥠으로써 당내 기반이 약한 나머지 두 후보를 충분히 제압하고 언제든 단독 대표로 복귀할 수 있단 자신감에 근거해 이 같은 제안을 한 걸로 관측된다.
 
또 그는 야권 3인 연대에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이 없다는 지적을 받자 곧바로 천정배 의원을 거론하며 “가장 이상적으론 천정배 의원과 통합이 이뤄지는 건데 천 의원도 함께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내심 이날 있었던 천 의원의 신당 창추위 출범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 文 주장에 ‘떨떠름’한 安·朴·千
 
하지만 이런 문 대표의 제안에 정작 당사자인 3인 어느 누구도 수락하겠단 반응을 내놓지 않았는데 안 전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그간 당내 7인 모임 등으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았을 때처럼 ‘유보적’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시장으로서 나설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전했다.
 
박 시장은 그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중심이 돼 통합과 혁신의 노력을 열심히 한다면 뒤에서 성원하겠다”며 3인 공동체제가 ‘당권 나눠먹기’ 인상으로 비쳐지는 것이 꺼려졌는지 주류-비주류 갈등이 이어지는 당 내부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박 시장은 문 대표를 겨냥해 “당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며 “혁신위원회가 혁신을 추진했는데 국민들이 내용을 자세히 모른다. 안 대표가 요구하는 혁신의 여러 방향을 잘 협의해 나간다면 손을 못 잡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대선후보로서 자신이 ‘혁신’을 주도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서로의 혁신안에 대해 여전히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통합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문 대표 측이 주도한 당 혁신위의 ‘혁신안’을 일부 포기하고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받아들일 경우 자칫 문 대표 스스로 당내 헤게모니를 안 전 대표에 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한 치도 서로 양보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외 인사인 천정배 의원은 문 대표의 갑작스런 제안에 “신경 쓰지 않고 우리 길을 가겠다”며 별 고려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놔 ‘공동체제’라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어떤 식으로든 당권에 걸쳐있으려는 모습이 아니라 문 대표의 사퇴와 같은 비주류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현 국면에선 ‘공동체제’가 현실화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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