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축 두산중공업, 그룹 변화에 버팀목 역할 주목

▲ 두산은 최근 주력 계열사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면세점 특허권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했다. 이로써 두산은 ‘중공업 중심의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20년 만에 다시 유통업에 진출하게 됐다. 사진/시사포커스DB
두산그룹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주력 계열사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면세점 특허권으로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두산은 ‘중공업 중심의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20년 만에 다시 유통업에 진출하게 됐다. 두산의 이번 변신에는 그간 그룹의 중심축이었던 두산중공업의 역할도 기대된다. 그룹의 안정적인 변신을 위해서는 수년 간 지속된 유동성 위기의 부담을 덜어야 하는 상황인데, 두산중공업이 그 버팀목이 돼줄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두산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지난 14일 롯데와 신세계, 두산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했다.
 
서울시내 대표 관광허브인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면세점은 두산타워 7층에서 11층에 들어서게 되며, 두산은 내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면세점 운영에 나서게 된다.
 
◆새 먹거리 위해 면세점 사업 진출
 
이로써 두산그룹은 중공업과 건설, 기계 중심의 사업에서 유통으로의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두산의 이번 사업구조 재편은 주력분야의 업황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면세점 사업권 획득은 그룹의 사기진작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과감한 결정과 변신은 두산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유통업 진출은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겠다고 선언한 지 20년 만의 변화다. 올해 창업 120주년인 두산은, 지난 1995년 창업 100주년을 맞아 소비재 사업을 정리하고 중공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듬해 한국네슬레, 한국3M 매각을 시작으로 코카콜라와 두산씨그램, OB맥주, 종가집김치, 처음처럼, KFC 등 소비재 사업을 차례로 팔아 중공업을 두산의 중심축으로 뒀다. 그러나 수주사업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였고, 두산은 결국 사업구조 탈바꿈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동대문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관광지이기 때문에 면세점이 들어서면 동대문 상권 부활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의 경험부족은 우려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구나 그룹 내 유통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두산은 이런 우려에 대해 동대문 상인들로부터 부족한 사업 노하우를 도움 받겠다는 계획이다.
 
박용만 회장은 “동대문은 상공업의 역사가 100년 이상 이어진 곳으로 상품의 유통, 판매, 배송 노하우와 철학이 다른 어떤 곳보다 깊게 배어있다”며 “1999년 동대문 한복판에 두타를 세운 후 집무실에서 매일 치열한 삶의 현장을 지켜봤다. 동대문에 다시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겠다”고 자신했다.
 
◆두산重, 그룹 변화에 큰 역할할까

 
▲ 두산의 이번 변신에는 그룹의 중심축인 두산중공업의 역할도 기대된다. 그룹의 안정적 변신을 위해서는 수년 간 지속된 유동성 위기의 부담을 덜어야 하는 상황인데, 잇단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될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20년 간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두산중공업이 이번 변화에 탄력을 불어넣어줄지도 관심사다. 두산중공업은 장기화되는 업황부진에 계열사에 대한 잠재적 지원부담까지 떠안고 있어, 사업구조 재편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7일 터키의 석탄화력발전소 성능개선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한국남동발전이 발주한 영동화력발전 1호기 연료전환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베트남, 인도 등 주력시장에서도 2∼3개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올해 수주액은 1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과 방위산업 부문인 두산DST 매각 추진으로 그룹 유동성 리스크가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두산중공업의 3분기 성적표가 다소 아쉽지만, 실적 하락 요인은 대부분 제거됐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수주여건 개선과 구조조정 효과 등 전반적인 이익구조는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멜레온식 경영 구설수는 ‘옥에 티’
 
이같은 두산의 변신이 업계의 큰 기대를 받는 반면, 잦은 변화에 대한 ‘카멜레온식 경영’이 구설수에 오른 건 옥에 티다.
 
‘박승직 상점’을 시작으로 그룹의 모태가 됐던 소비재 사업을 걷어내고 수출 중심의 중공업에 집중해오다가, 업황 부진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중공업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한편 다시 소비재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업 경험도 전무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들면서 두산의 변신보다는 ‘변심’을 꼬집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유통 DNA를 보유했다고 주장하지만 면세점 사업과는 다르지 않느냐”면서 “(재심사하는)5년 뒤 다시 중공업 중심으로 돌아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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