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성 빅딜로 3강구도 형성…‘패권 경쟁’

▲ 롯데와 삼성의 빅딜이 성사되면서 화학업계에 패권을 둔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롯데와 삼성의 빅딜이 성사되면서 화학업계에 패권을 둔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이번 빅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3강 체제가 형성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각 사 별로 집중하고 있는 사업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사업다각화와 사업구조 재편, 해외 시장 공략 등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어느 업체가 화학업계의 왕좌에 오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사업영역 확대로 성장 기대
 
롯데케미칼은 납사를 분해해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NCC(나프타분해설비) 중심의 순수 석유화학회사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부타디엔, 벤젠 등 범용 수지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총 3조2562원에 인수한다. 이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에 해당한다.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사례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내달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 신규 법인설립이 이뤄지면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범용제품에 머물렀던 사업이 정밀화학 쪽으로 발을 넓히는 한편,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은 가전 및 전기전자 제품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부분에서 국내 2위·세계 6위(생산능력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 중이다. 세계 ABS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중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삼성정밀화학의 경우 건축, 섬유, 의학 부분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정밀화학 제품군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증설과 신시장 창출, 원가절감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BP화학의 주력 제품인 초산은 국내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14조9000억원(연결)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 매출(2조7274억원)과 삼성정밀화학(1조2104억원), 삼성BP화학(4138억원) 등 매출 총 4조3516억원을 더하면 매출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롭게 진출함으로써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갖춰, 이번 계약으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연 매출 19조3000억원 규모인 한화(한화케미칼·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를 바짝 추격하게 됐고, 국내 석유화학 선두주자인 LG화학(22조5700억원)과의 간격도 크게 좁힐 수 있게 됐다.
 
▲ 이번 빅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3강 체제가 형성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각 사 별로 집중하고 있는 사업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시사포커스DB
◆LG화학 배터리 부문 집중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화학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LG화학은 최근 수처리 사업과 기저귀 등에 사용되는 고흡수성수지(SAP),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지난 2014년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LG화학은 지난 8월 해수담수화용·산업용·가정용 필터를 생산하는 ‘청주 수처리 역삼투압(RO) 필터 전용공장’을 완공했다. LG화학은 관련 제조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 중이고, 향후 생산라인 증설 및 라인당 생산성 증대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LG화학은 SAP 생산설비도 확대했다. 여수공장 증설과 함께 아크릴산 51만톤, SAP 36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30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 4월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 준공, 지난해부터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도 가동을 시작하는 등 현재 연간 전기차 20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공략을 위해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남경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화학이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친환경차 시장의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내년 이후 납품할 수백만대 규모의 배터리 물량을 이미 확보한 때문이다.
 
▲ 사업다각화와 사업구조 재편, 해외 시장 공략 등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어느 업체가 화학업계의 왕좌에 오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한화케미칼 해외시장 장악 나서
 
한화케미칼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1월 삼성종합화학과 자회사인 삼성토탈을 넘겨받은 한화는 매출 18조원(여천NCC 포함·지난해 기준)의 대형 석유화학사로 재탄생했다.
 
한화케미칼은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석유화학사의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석유화학사인 시프켐과 합작한 합성수지 공장인 IPC가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총 9억달러(약 9900억원)가 투입된 IPC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Sipchem)과 한화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케미칼오버시즈홀딩스가 각각 75대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IPC 공장은 현지 에탄가스 원료를 활용해 연간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15만t,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5만t을 생산한다. 특히 EVA는 국내외 공장과 삼성토탈까지 합쳐 총 57만t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로써 한화케미칼은 아시아지역에서 향후 성장동력이 될 3개의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중국 닝보에는 3억6000만달러가 투자된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이 지난 2011년 2월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닝보는 운송 접근성이 뛰어나고 플라스틱 가공 산업이 발달해 포장재 수요가 풍부하다. 닝보 공장의 핵심원료인 에틸렌은 여천NCC, 무수염산은 중국업체로부터 각각 공급받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중동시장 공략은 2009년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다. 해외 첫 생산기지인 태국 알칼리 수용성 수지(ASR) 공장도 순탄하게 가동 중인데, 방콕 인근 방프리 국가산업공단에 위치한 ASR 공장은 동남아 최대인 1만5000t의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ASR 수지는 수성잉크와 수성페인트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한화케미칼은 기존의 중점 추진 전략도 지속할 방침이다. 운영혁신 활동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R&D를 기반으로 특화제품의 비중을 확대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업계의 3강 구도가 새롭게 형성됐다”면서 “각 회사 별로 추진 중인 전략과 어느 회사가 선두를 차지할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