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1일 3국회의 이어 2일 한‧일 정상회담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다음 날인 내달 2일 서울에서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청와대
내달 1일 열릴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 이어 다음날인 2일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하기로 확정되면서 긴장수위가 높아지는 동아시아에서 3국간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한‧일 간 과거사 문제 등 아직 풀리지 않은 현안이 산적해 있고,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일본과 연계해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중‧일 관계도 전망이 밝지 않아 이번 회담이 지난 3년 반 동안 단절됐던 만남을 ‘재개’했다는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하며 뚜렷한 합의안 등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3년 반 만의 3국 회담, 성과 있을까
 
내달 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자리를 함께 한다.
 
이번 회의는 지난 2013년 중‧일간 센카쿠 열도 영토 분쟁으로 서울 회의가 개최되지 못하면서 5차 회의 이후 3년 반 만에야 개최된 셈인데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8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이 정상적으로 복원되고, 이에 따라 3국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사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한·일·중 3국은 지난 1999년 아세안+3(ASEAN+한·중·일) 회의 도중 첫 3국 정상회의를 실시한 것을 계기로 2008년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회의부터 매년 3국 간 정상회의를 별도 개최해 왔는데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의 5차 회의를 끝으로 지금까지 중단돼 왔다.
 
한·일·중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3국 협력의 현주소를 살피는 한편 경제·사회, 지속가능한 개발, 인적·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북한 문제 등 동북아 안보 정세부터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남사군도 문제와 같은 사안을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협력 현안과 국제경제 동향 등에 관련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3국 정상은 이번 회의 뒤 북핵 문제에 대해선 공동선언을 채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수석은 이날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항상 공동선언이 채택돼 왔다”며 “이번에도 3국 정상회의 결과로 공동선언을 채택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 충돌 우려까지 낳고 있는 중국의 남사군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서도 3국회의 안건으로 다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미 우리 정부엔 지난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그에 실패하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발언하며 입장 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압박에 청와대는 이날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할 것을 국제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 강하게 촉구해오고 있다.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는데 미‧중 간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우리 외교라인으로선 남사군도 문제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외교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 한‧일‧중 정상회담이 장기간 중단된 이유가 중‧일 간 영토분쟁에서 비롯된 만큼 남사군도와 같은 영토분쟁 사안을 의제화해 중국을 또다시 자극하게 되면 향후 회의가 지속되기 어려워질 수 있어 오랜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 이처럼 심각한 사안을 다룰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모처럼 열린 3국 회담에서 그간 쌓인 다양한 주제의 현안들을 다룰 것으로 보이나 안보 부문에 있어선 북핵문제 등 3국간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에 집중될 전망이고, 경제협력 등 상호 교류 관련 분야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3국 정상은 회담 당일 오후엔 ‘한·일·중 3국 비즈니스 서밋(Business Summit)’에도 참석해 3국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저녁에는 환영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 성사까지 굴곡 많던 한‧일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다음 날인 내달 2일 서울에서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전망인데 지난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를 이룬지 반세기를 기한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회담’ 자체만으로도 한일관계의 전환점으로써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각각 2013년 2월, 2012년 12월 취임한 이후 여태 단 한 번도 양국 간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이와 관련해 김 수석은 이날 “11월2일 오전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관계 발전방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번 회담은 지난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함께 한 것을 끝으로 3개월 뒤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2013년 12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양국관계가 악화돼 무려 3년 반 가까이 단절된 끝에 성사됐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박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뒤에도 그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이유는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반응을 내놓지 않은 데 기인한 바가 큰데, 일본이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내비쳐왔음에도 우리가 거부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3월 윤병세 장관이 외교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일본의 태도를 비판했고, 같은 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의 한일정상간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조치’를 전제로 이를 일축한 바 있다.
 
▲ 한‧일관계 악화가 미국의 대아시아 안보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면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란 형태로 그나마 외형적 봉합 수순에 이르는 것으로 보였다. ⓒ뉴시스
하지만 한‧일관계 악화가 미국의 대아시아 안보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면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란 형태로 그나마 외형적 봉합 수순에 이르는 것으로 보였다.
 
당시 청와대에선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담화를 계승하고,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4월 중순에 우리 측과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한일 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드러냈으나 이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는커녕 오히려 지난해 9~10월경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까지 검증하겠다고 나서면서 양국관계가 파국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광복70주년이자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엔 한‧일 양국이 더는 관계 회복을 미룰 수 없다는 데에 공감하면서 우리 정부도 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관계 개선에 나섰고 일본도 일부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6월 박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발언하며 한일 정상회담의 길을 열어놓은 데 이어 아베 총리도 8월 14일 ‘전후 70년 담화’에서 형식적으로나마 ‘과거 아시아에 손해와 고통을 준 점을 사죄, 반성하는 역대 내각의 뜻을 잇겠다’고 발표하면서 양 정상 회담 가능성이 더 커졌다.
 
◆ 한‧일 정상회담, 양국 해빙 단초 될까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른 현 시점에도 아베 총리는 여전히 한·일 정상외교와 과거사를 분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부분인데, 김 수석은 “두 정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비롯해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선 얼마 전까지 과거사 문제 외에도 얼마 전까지 독도 영유권 문제처럼 전통적 의제부터 최근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포함한 안보법 통과와 더불어 일본 방위상의 ‘우리 정부 동의 없는 북한 진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자위대 한반도 진입’이란 안보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후쿠시마 방사능에 따른 일본산 수산물 수입제한 문제와 미‧일을 중심으로 출범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우리 정부가 가입하는 문제 등 경제현안을 두고도 상당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아베 총리의 공식방문 형태가 아니라 한‧일‧중 정상회담 도중 이뤄지는데다 별도의 오찬이나 기자회견 등 일정 없이 진행된단 점에서 깊이 있는 대화나 쟁점에 대한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긴 힘들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이번 회담이 양국 간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에 그치고, 그저 양국관계가 외견상 정상화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에 머물 것으로 보여 일각에선 역대 가장 실속 없는 회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 하루 전인 이달 31일 리커창 총리와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과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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