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전쟁…수성·쟁탈 동시에

▲ 올해 말로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는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신세계에 맞서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두산까지 이번 면세점 전쟁이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가져오기 위한 하반기 ‘면세점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는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신세계에 맞서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두산까지 이번 면세점 전쟁은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된다.
 
◆ 지키려는 자, 신동빈 롯데 회장 “상생”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시내 면세점 특허권의 비전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제시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흔들리지 않고 경영활동에 집중 하겠다”며 단호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시내 면세점 특허권의 비전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제시하면서 온화한 태도로 일관했다.
 
신 회장은 12일 개최된 ‘상생 2020’선포식에서 “한국 관광산업 발전과 면세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결과 롯데면세점은 세계 3위의 면세 사업자로 성장했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면세점으로서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생 2020’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면세점 특허권을 지켜내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키워드는 ‘상생’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소 중견 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가 핵심 추진 과제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2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들을 돕기로 했다. 현재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 내에 있는 중소기업 매장면적은 각각 1505㎡, 1318㎡지만, 내년 12월까지 각각 2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동반성장팀을 신설해 사회적기업과 청년벤처기업들을 도와 롯데면세점 해외점 입점 기회와 브랜드 홍보를 지원한다. 현재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매출규모는 3600억원 수준이고, 향후 2020년 4배가 늘어난 1조3500억원까지 키워나갈 계획이다. 눈여겨 볼 것은 중소브랜드 매출이 차지하게 될 매출비율이 본점과 월드타워점에서 각각 2014년 14%→2020년 20%, 2014년 17%→2020년 35%로 추산되고 있는 점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면세점 운영 특허권을 신청하기 위해 나선 자리에 문근숙 롯데면세점 노조위원장을 대동하고 “무엇보다 노사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롯데면세점의 ‘상생’키워드에 대한 실천의지를 분명히 했다.
 
◆ 지키려는 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외사촌과 손’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번 면세점 전쟁을 위해 외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손을 잡았다. 신세계는 CJ E&M과 ‘상생 협약식’을 맺고 국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남대문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7월 서울시내 면세점 쟁탈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 역시 기존의 부산 조선호텔 면세점을 지키면서 동시에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도 가져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신세계는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강북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제시했다. 7월에 제시했던 후보지가 본점 본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세한 조정이 있었다.
 
부산 면세점의 경우 면세점 운영 장소를 기존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로 확장 이전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신세계 부산 면세점 규모는 기존 파라다이스 호텔 매장 규모 6940㎡(2100평)에서 8600㎡(2600평)로 확장되게 된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번 면세점 전쟁을 위해 외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손을 잡았다. 범삼성가가 면세점 사업을 위해 결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세계는 CJ E&M과 ‘상생 협약식’을 맺고 국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남대문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
 
◆ 지키고 빼앗고, 최태원 SK 회장
▲ 광장동 워커힐면세점 수성과 동시에 쟁탈전에도 칼을 뽑은 SK네트웍스 역시 면세점 특허권을 위해 다각도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사진 / 시사포커스DB

 올해 말로 운영권이 만료되는 광장동 워커힐면세점 수성과 동시에 쟁탈전에도 칼을 뽑은 SK네트웍스 역시 다각도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워커힐 면세점의 매출은 2630억원으로 전년도 1880억원에 비해 40%나 오른 수준을 기록했다. SK쪽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놓칠 수 없는 ‘황금알’ 인데, 이번에는 신규 면세점 입점까지 노리면서 집중적으로 공략 태세를 갖췄다. 기존 면세점 외에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신규 입지로 제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정부정책과 관련해 평창올림픽을 지원하고 전역연기 장병 특별채용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특허권 수성과 쟁탈전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그룹차원에서 면세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 빼앗으려는 자, 박용만 두산 회장
▲ 두산은 역시 면세점 운영의 청사진으로 ‘상생’을 강조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기존에 면세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기업들에 뒤질세라 두산그룹도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두산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면세점 운영의 청사진으로 ‘상생’을 강조했다. 롯데와 두산 모두 최근 사회이슈로 자리 잡은 갑질논란과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박용만 두산그룹회장이 특허권을 가져오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박 회장은 기존 면세점들과 차별을 둔 ‘지역 상생형 면세점 모델’을 주문하면서 당초 사회환원 비율을 5%로 정했던 것을 재검토한 뒤 2배를 끌어올려 10%로 조정했다.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순수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두산이 특허기간 5년 동안 목표로 하고 있는 누적 영업이익이 5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말이 된다. 챙겨가는 이익금을 줄여가며 면세점 쟁탈에 사활을 걸고 있는 두산의 행보에는 박 회장의 강력한 의사가 반영됐다.
 
특히 두산은 상생모델에 부합하기 위해 기존 면세 사업자가 고용했던 인력과 거래 협력사들을 최대한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면세사업부 직원 전원을 정규직화 할 것”이라며 “사업자로 선정되면 기존 사업자와 거래하던 협력사와 최대한 이어서 거래를 함으로써 협력사들의 비즈니스 손실을 최소화하고 기존 물류 사업자의 설비와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는 쪽으로 사업 계획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11월초 면접 형식의 사업계획 설명을 들은 다음 최종적으로 면세점 운영특허권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은 기존 사업권에 대한 재승인이긴 하지만, 신규 사업자 선정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심사평가 기준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으로 1000점 만점으로 평가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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