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진행을 되돌릴 수 있는 개념’

▲ 파면제어기는 거울로 입사하는 빛의 모양에 맞춰 거울의 표면을 변경시켜 평행상태로 만드는 원리로 작동하며, 이 거울에 빛을 비추면 입사각에 따라 다른 곳으로 반사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카이스트
국내 연구진이 어떠한 매개체를 통과하면서 산란한 빛을 다시 집약시켜 그 빛이 산란하기 전 모습을 보여주는 원리로 시간 역행 거울을 개발했다.
 
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강성모)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1천 여 개의 움직이는 미세거울로 이루어진 장치를 이용해 거울에 입사된 빛이 거쳐 온 과거의 모습을 되살려 보여주는 시간 역행거울(위상공액거울)을 개발했다고 알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대해 빛의 시간 역행성은 녹화된 비디오를 되감기 하듯 빛의 진행을 되돌릴 수 있는 개념이라며 이는 마치 쏟은 물을 주워담는 것과 같이 흩뿌려진 빛을 다시 집약시켜 산란 전의 영상을 복구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빛의 시간 역행을 실현하려면 특별한 거울이 필요한데, 이론상으로만 제안되었던 이 시간 역행거울은 빛이 거울에 부딪혔을 때 부딪쳐 온 방향으로 빛이 반사돼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비선형 레이저 광학 지식을 이용해 시간 역행 거울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이 특수한 현상의 실현을 위해선 일반적인 거울과 다르게 추가적인 입사 레이저광이 필요하고 주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복잡한 시도와 달리 일반 거울에서의 반사를 재해석해 활용했다. 연구팀은 1천 14개의 파면제어기(spatial light modulator)라는 움직이는 미세거울들을 이용해 복잡한 물리현상 도입 없이 빛의 시간 역행을 구현하는 거울을 만들었다.
 
파면제어기는 거울로 입사하는 빛의 모양에 맞춰 거울의 표면을 변경시켜 평행상태로 만드는 원리로 작동하며, 이 거울에 빛을 비추면 입사각에 따라 다른 곳으로 반사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연구팀은 이 시간 역행거울을 활용해 모의 생체조직 샘플, 생닭 가슴살 등에 의해 심하게 산란한 빛을 집약시켜 산란 전의 모양을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 거울은 장비가 단순하고 시간도 적게 소요될 뿐 아니라 주변환경의 영향도 받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실제 응용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대해 박 교수는 “이 기술을 생체 조직 내의 암세포 등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빛뿐 아니라 소리, 전자파, 라디오 등 일반적인 파동에서도 성립하는 개념으로 향후 레이저 및 광통신 기술을 포함한 물리학, 광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물리학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 10월 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시사포커스 / 김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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