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당 대표와는 반대성향 후보 당선될 듯

한나라당 7.11 당 대표 전당대회에 이은 또 하나의 관전 거리가 있다. 전당대회 이틀 후에 치러지는 바로 7.13 원내대표 경선이다. 김형오 의원이 가장먼저 출마선언을 하며 첫 테이프를 끊자 김무성, 안택수 의원도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전당대회 결과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 내에서는 전대에서 선출될 당 대표와 성향이 반대되는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인은 신임 당 대표와 경쟁했던 이들의 견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123명의 의원들 스스로도 당 대표와 반대 성향의 원내대표를 찍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에서이다. 그렇기에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아직 예측하기 불가능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당 대표가 선출되고 난 이후에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 관심은 전당대회로까지 확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형오, 내가 먼저 출마한다 한나라당 내 의원들은 현재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서 “전대 결과를 보고 원내대표를 가릴 것이다. 이들 스스로가 그것을(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성향이 반대되는 것을) 대선을 앞두고 합리적인 구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들이 확산되고 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당권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의 반영인 것이다. 가장 먼저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부산 영도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으며 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형오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으로 밝히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전대에서 누가 대표최고위원이 되든 서로 신뢰하면서 당을 이끌어 갈 자신이 있다”며 “당내 중진과 소장, 보수와 진보, 지역과 지역, 후보와 후보 간 다리가 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또, 김 의원은 그동안 “천막을 붙들고 당을 지킨 투혼으로 대선 승리에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이 한 몸 불태워 대장정의 거름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이어서 김 의원은 “2007년 또 다시 한나라당이 정권을 찾는데 실패한다면 당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지시형, 군림형이 아닌 섬기는 리더십으로 원내를 하나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자신이 원내대표에 당선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천막당사 시절을 언급하며 “천막정신은 지금 한나라당을 지탱하는 양대 지주다. 4선 의원이 되는 동안 정치적 지조와 소신을 지켜왔다”고 강조한 뒤 “과거형 정치가 아닌 미래형 정치로 정권교체를 확실히 준비하겠다. 말이 아닌 온몸으로 해내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김 의원의 이날 출마 의사 발표는 일각에서 제기 됐던 같은 부산 출신의 김무성 의원과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사실상 무산 시키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기도 해 관심이 모아졌다. 애초 김형오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지역기반과 당내 계파가 겹쳐 후보 단일화 논의가 있었지만 둘 다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아 실패, 각자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4일 부산지역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좀더 의원님들의 고심어린 충고를 듣고 김무성 의원과 더 많은 논의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김무성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접고 원내대표 출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김무성 의원과 세 번을 만나 여러 각도에서 단일화의 타당성을 논의하고 조율해 봤지만 원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북 미사일 발사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막상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며 “북한이 대한민국을 침략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희망사항에 노무현 정부는 젖어 있다”고 비난하며 당과의 정체성에 있어서 같은 맥을 유지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미사일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데, 이렇게 느긋하다면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며 “대통령은 국민을 지키는 헌법적으로 1차적 의무로 돌아와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안택수, “나는 호박 세력이다” 양 김 체제의 가족 싸움이 될 것으로 보였던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안택수 의원 또한 4일 “나는 친박(親朴) 측근은 아니지만 박근혜 전 대표를 좋아하는 호박(好朴)세력에 포함 된다”고 밝히며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나에 대해 반박(反朴) 운운하는 기사는 음해성 유언비어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일 한 언론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 중 김형오 김무성 의원을 친박 계열로, 자신을 반박 계열로 분류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안 의원의 입장은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 후보 간 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반박 세력으로 낙인찍힌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되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안 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선과 관련해 나를 음해하고 고의적으로 흑색 선전하는 비열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발언이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안 의원의 경선 참여 의지로 원내대표 경선은 3강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재오에게는 졌지만, 이번에는... 김무성 의원의 경우 김형오 의원과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수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서로 “이번만큼은 내가 해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오 의원의 핵심 측근은 “당의 미래를 위해 김무성 의원이 양보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전하며 김무성 의원이 대표적 ‘친박’ 인사인 점을 지적하며 “특정 계파 사람이 원내대표가 되면 원내의 화합과 결속을 저해한다. 지금은 화합형 전략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답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선배인 김형오 의원과 단일화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지만 위기 속에서 누가 당을 잘 이끌어 갈 것인가, 누가 적임자인가를 고려해 볼 때 양보하기가 어려웠다”며 “의원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응대했다. 또, 김무성 의원은 “단일화가 안됐다고 부산정치권이 분열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치인대 정치인의 경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두 의원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간 것이 아닌가하는 주변의 우려를 잠식시켰다. 한편,김무성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형오 의원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다”면서 “대선을 앞둔 정권 말기에는 파란이 많으므로 야당생활을 오래 한 ‘강한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당권 도전의 필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 4의 후보 김형오, 안택수, 김무성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을 향한 경쟁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군의 윤곽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는데, 주요 3인 외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중도개혁성향의 미래모임 측에서 거론되고 있는 남경필 의원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 남 의원의 출마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당의 지도부에 최대한 많은 인물이 포진되어야만 하는 입장의 미래모임으로서는 남 의원을 전면에 배치할 공산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래모임 측의 한 인사는 남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여부와 관련해 “지금은 전당대회에 전념하고 이후에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모임에서 후보를 내세울 경우 당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출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미래모임 측의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당내 지도부 내에서 대선주자 진영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근거가 되어주고 있다. 따라서 당 대표에 따라 원내대표에 대한 선택의 기준이 바뀔 수 있고, 결국 미래모임이 큰 영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부지리격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당의 한 초선 의원은 “예를 들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친 박근혜 성향의 김무성 의원이나 김형오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원내대표와 당 대표는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인물로, 한 쪽 대선주자 진영으로 힘이 쏠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원내대표 경선이 당 대표 경선보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처럼 출마 예상 후보들이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당 대표 경선에 당내 유력 인사들이 대거 출마한데다 3선 이상 대부분 중진 의원들이 국회 상임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후보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당권을 잡기 위한 예비 후보들의 행보에 관심이 조금씩 집중되는 까닭은 모두가 한나라당이 차기 정권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이 튼튼해야 집 밖에서도 힘을 낼 수 있다”는 말처럼 현재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건실해지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분위기다. 이재오 원내대표에 이은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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