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천억 사회환원 심층분석

지난 2월7일, 삼성그룹은 이른바 ‘2?7 사회공헌대책’을 발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자녀들의 편법 상속 논란과 관련 총 8천억원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용처와 운영주체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논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 5월 23일. 이 회장과 그 자녀들이 소유한 3천500억 상당의 계열사 주식을 ‘삼성이건희장학재단’과 교육부에 기부함으로써 ‘8천억 사회환원 조치’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러한 삼성의 환원조치는 오히려 사회적인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비상장 주식들의 평가가치와 문제의 에버랜드 주식 고평가 논란, 여기에 ‘삼성이건희장학재단’으로의 환원조치에 비판적인 시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서히 불거져 나오고 있는 삼성의 8천억 사회환원에 대한 면면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뛰어난 창조적 소수의 천재급 인재가 수만명, 수십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삼성이건희장학재단(www.slsf.or.kr)’의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 중 하나다. 삼성의 ‘초일류주의’의 단적인 표현인 것이다.
삼성 주요주주 된 ‘삼성이건희장학재단’ 이러한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이하 이건희장학재단)’이 삼성의 주요주주로 부상하게 됐다. 바로 삼성의 8천억 사회환원 조치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곧장 논평을 통해 “삼성그룹과 단절 없는 장학재단에의 주식기부는 단순한 명의변경일 뿐 지배구조 개선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 일가가 갖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주식이 과대평가 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여기에 총 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산을 보유하게 된 ‘이건희장학재단’의 향후 자산처리 과정에도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삼성의 환원조치로 ‘이건희 장학재단’으로 흡수된 삼성일가 주식은 삼성전자 21만주, 1천300억원규모(이건희 회장 7만9천주, 이재용 상무 12만 1천주), 삼성SDS 257만주, 삼성네트웍스 292만주, 삼성에버랜드 10만3천주 등 총 2천200억 규모(故 윤영씨 지분)다. 따라서 ‘이건희장학재단’은 본의(?) 아니게 삼성의 주요 주주로 등극하게 된 셈이다. 결국 참여연대의 ‘삼성그룹과 이건희장학재단과의 단절’ 주장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이 바로 삼성에버랜드 주식의 고평가 문제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의 장외 거래가격은 각각 2만3천원, 3천800원정도(2006년 7월 7일 기준)다. 따라서 삼성이 사회환원 조치로 내놓은 두 기업의 주식가격은 약 755억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결국 96년 발행당시 7천700원에 불과했던 에버랜드의 주가가 무려 100배나 상승한 주당 70만원정도로 산정한 셈이 되는 것이다. 이에 에버랜드 주식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당초 지난 96년 삼성측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때 주당 7천700원을 산정했다. 당시 참여연대와 검찰은 각각 8만원, 8만5천원이라는 적정가액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에버랜드 CB 저가배당 문제는 결국 현재 검찰수사는 물론 재판이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 따라서 이번 에버랜드 주식 고평가 문제는 논란을 벗어나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에버랜드 주식 고평가 논란 일어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이건희장학재단’이다. 지난 2002년 7월 설립발의를 거쳐 9월 설립인가를 받은 ‘이건희장학재단’은 지난해 8월 4기 장학생을 배출했다. ‘수십만명을 먹여 살릴 소수의 천재’를 만들기 위한 ‘이건희장학재단’의 등기이사는 모두 6명.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정계, 학계 인사들로 이뤄져 있다. 홍창선 이사장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정성기 이사는 포항공대 총장 출신, 서울대 공대 학장을 역임한 이장무 이사, 서울대 자연과학부 오세정 교수 역시 등기이사다. 문용린 이사 역시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길을 모으는 것은 바로 삼성그룹의 ‘황태자’ 이재용 상무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점이다. 결국 삼성의 8천억 사회환원은 ‘눈 가리고 아웅’ 격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 일각에서는 ‘이건희장학재단’이 이 주식들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단 주식을 매각, 현금화한 후 교육사업기금으로 사용돼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단순한 논리는 현실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 무려 8천억 규모으 주식을 송두리 채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들은 모두 비상장사 주식들이다. 결국 이 주식들을 모두 매입한다고 해도 경영참여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따라서 이 주식들이 다시 삼성계열사로 흘러들어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장학재단’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은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인수주체가 나타나면 이사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어느 기업이나 개인이 인수주채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의 ‘8천억 사회헌납’은 오히려 삼성의 ‘계열사 지분 확보’로 둔갑할 소지마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까지 결성한 삼성이 사회적 비난을 뒤로 한 채 초강수를 두기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건희장학재단’이 삼성의 그늘에서 벗어나야만 이 모든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란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첨여연대는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금융지주회사’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건희장학재단’이 삼성에버랜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삼성그룹이 재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은 “장학재단 운영은 정부와 사회의 논의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장학재단’의 독립성은 쉽게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그늘 벗어날까 이달 말 에버랜드 CB 저가발행과 관련 된 이건희 삼성회장의 검찰 소환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기에 ‘8천억 사회환원’을 무사히(?) 끝마친 삼성 일가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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