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2주 가량의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나선 재향군인회 조남풍 회장의 얘기다. 관리 감독 기관인 국가보훈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남풍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강행하면서 사방에서 국정감사 회피 의혹을 제기했지만, 결국 그는 13일 귀국했다. 일단 나가면 해외 출장을 연장하는 식으로 국정감사를 피할 것이라는 의혹을 비웃듯 18일 당당히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다.
 
예상했지만, 동시에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랬지만 조남풍 회장의 당당함은 여전한 듯하다. 지난 4월 취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재향군인회를 감돌고 있는 전운의 장본인인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당당하게 모든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사퇴를 거부했다. 일종의 정면돌파인 셈이다. 대한민국을 한 때 좌지우지했던 하나회 출신의 기개가 엿보이는 대목이랄까.
 
이날 조남풍 회장은 대의원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해서는 “대의원들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일축했고 캠프 관계자가 대의원에게 돈을 준 것을 기록한 메모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재향군인회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던 인물의 측근을 경영본부장에 앉힌 것에 대한 질타에는 “캠프에 경영을 해 본 사람이 그 사람 뿐이었다”고 대답했다.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은 그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었다.
 
조남풍 회장은 국정감사장에 당당히 출석해 의혹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이 본인의 소신이었을 것이다. 조남풍 회장은 이날 “현역에 있을 때나 예비역이 됐을 때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은 스스로 용서하지 않았다”고 출석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 조남풍 회장이 해야할 일은 당당한 자세로 목을 꼿꼿이 세우고 불리한 말에는 모른다와 아니다는 말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더 사과하고 한 번이라도 더 내부를 챙기겠다는 발언을 해야 하는 것이 조남풍 회장이 이 국면을 헤쳐나가는 길이다.
 
재향군인회는 창설 이래 처음으로 노조까지 결성될 정도로 쑥대밭이 됐다.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현 상황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감독기관인 보훈처까지 함께 질타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상황 파악을 조금 다시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한 해명들이 거짓말로 판명날 경우 그 역풍은 상상하기 어렵다.
 
재향군인회가 비록 공기업은 아니지만 1조원대의 자산과 여러 알짜 계열사 및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관리·감독 기관이 국가보훈처라는 정부 부처라는 점에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 수장들의 수난사들도 함께 떠오른다.
 
올해만 해도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취임 전 대표로 있던 업체로부터 3억원 상당의 뇌물과 30억원 상당의 장비 등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해임됐다. 최근 장석효 사장은 해임이 부당하다며 해임 취소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인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 역시 건설사들로부터 수 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 영향력이 막대한 KT&G 민영진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던 정정택 전 이사장은 지난해 3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에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해외 자원 개발 비리에 연루된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도 최근 기소됐다. 과거 서울지하철공사 및 서울메트로 사장과 코레일 사장을 지냈던 강경호 전 사장은 2008년 강원랜드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사임해야 했다. 김진 전 주택공사 사장은 2004년 하도급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결국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김진 전 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라는 점에서 더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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