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5실점, 6승 달성 실패

샌디에이고 불펜은 8회까지 비어 있었다. 박찬호는 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홈런 3개 포함 7안타를 맞고 5실점(4자책)한 뒤 4-5로 뒤진 8회 타석에서 마크 벨혼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9회 샌디에이고가 6-5로 승부를 뒤집어 박찬호는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났다. 시즌 성적은 5승4패를 그대로 유지했고 평균자책점은 4.31에서 4.32로 약간 올랐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벤치는 박찬호를 끝까지 믿었다. 작년 텍사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박찬호가 3회까지 홈런 두 방 등 4실점으로 흔들렸어도, 8회 투구수 100개가 넘어갔어도 투수코치가 한 번 올라오지 않았다. 브루스 보치 감독을 위시한 샌디에이고 벤치가 박찬호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발투수의 몫을 다한 박찬호는 전날 오클랜드와 연장 14회까지 가느라 7명의 볼팬투수를 허용했다. 또한 샌디에이고는 2일 샌프란시스코와 더블헤더를 펼친다. 8이닝을 던진 박찬호 덕분에 샌디에이고 볼펜은 하루를 쉬고 다음날 더블헤더를 치를 수 있게 됐다. 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이날 8이닝을 던져 시즌 100이닝을 넘어섰다. 이전까지 박찬호는 94이닝을 투구했다. 에이스 제이크 피비(100이닝)에 이어 샌디에이고 투수로는 2번째로 3자릿수 이닝을 돌파했다. 메이저 리그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 가운데 박찬호는 개인적으로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3자릿수 이닝을 돌파했다. 선발투수로서 3자리 이닝은 각별하다. 물론 승이나 방어율, 탈삼진 등도 중요하지만 이닝수는 선발투수의 꾸준함과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다저스를 떠나면서 한번도 3자리수 이닝을 기록하지 못했다. 거기에 규정이닝도 모자란 경우도 허다했다. 이날 박찬호는 3회까지만 해도 투구수가 52개에 달했다. 홈런 2방에다 야수들의 실책성 수비가 겹친 탓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4회 10구, 5회 10구, 6회 11구로 마친 데 이어 7회를 공 6개로 끝냈다. 덕분에 107구 투구로 8회까지 마칠 수 없었다. 이날 박찬호의 피안타 7개 중에 홈런이 3개였고 2루타와 3루타도 1개씩 있었다. 여기다 3회까지 실점은 4점에 달했다. 그럼에도 박찬호는 역으로 공격성을 강화해 투구수를 줄여나갔다. 볼넷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박찬호의 천적인 배리 본즈를 만나서도 오히려 더 과감했다. 삼진 두 개를 뺐음과 동시에 한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올 첫 무4사구 선발 경기였다. 또한 타자로서 6회 중전안타를 뽑아내는 등 강한 투지를 보여줬다. 주자로 나가서도 박찬호는 파울 타구가 나올 때나 풀 카운트 상황에서 전력 질주를 감행했다. 비록 6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이닝이터로서 샌디에이고 벤치와 동료들의 신뢰를 더욱 두둑히 쌓을 수 있던 샌프란시스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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