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황제와 황태자’ 소환 이후 구속 … 초강수 둔다(?)

“이번엔 이건희 회장이다(?).” 지난달 28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이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재계의 관심이 온통 삼성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3차 공판을 마친 삼성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에 대한 4차 공판이 이번 달 20일 예정돼 있는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의 소환여부가 수면으로 급부상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과 이재용 상무 등 부자가 함께 검찰에 공개소환 될 경우 이는 곧장 구속을 위한 수순 밟기로 해석될 수도 있기에 이 회장 일가의 소환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비자금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세간의 시선이 ‘삼성家’에 쏠리고 있다. 특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예외를 둘 수 없다’라는 쪽으로 가닥을 정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검찰 소환과 그 이후 과정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최후의 보루 ‘구속’ 비껴갈까? 검찰이 과연 ‘부자’를 소환할 것 인가하는 의문에 “필요하다면…”이란 단서를 달고 있긴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부자 소환이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실정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검찰소환에 이어 구속이라는 삼성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져 내릴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 중앙지검 금융조사부(박성재 부장검사)가 지난 1996년 당시 삼성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재소환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관측은 신빙성을 얻고 있다. 현 전 회장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제주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직후 지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달 26일 이미 한차례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96년11월 주당 8만5천원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125만4천700여주를 이재용씨 남매 4명에게 헐값에 배정해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뒤 수사를 전면 확대해왔었다. 검찰은 또 지난달 22일 96년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가격이 7천700원(에버랜드 산정가)이 아닌 22만원에 달했다는 평가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난달 26일 현 전 회장을 소환, 한차례 조사를 벌인 검찰이 현 전 회장에 대한 재소환조사를 벌인다는 것은 결국 이건희 삼성회장 등 사주 일가의 소환조사 및 구속수사를 앞둔 준비단계라는 것이 재계와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현 전 회장의 소환조사에서 96년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훨씬 싸게 확보할 수 있는 데도, 스스로 구매 권리를 포기한 배경에 그룹 비서실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전 회장은 검찰에서 CB 헐값 배정 과정의 사주일가와의 연관성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그룹 주인이 바뀌는 일을 머슴이나 마름격인 그룹 실무진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겠느냐”라며 “간접증거로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결국 검찰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검찰 주변에서는 CB 헐값배정 과정에 삼성그룹 비서실이 개입한 정황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현 전 회장의 재소환은 이건희?재용 부자의 소환을 앞둔 수순밞기 이며 나아가 삼성가의 구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해외 장기체류를 끝내고 귀국한 이건희 회장은 3월 전자계열사 사장단과의 첫 경영전략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그룹경영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현 전 회장 검찰 소환이 있은 다음날 이 회장은 한남동 승지원에서 상반기 경영활동을 마무리 하는 차원에서 독립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갖기도 했다.
현명관 재소환 배경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이처럼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전념하는 것은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검찰의 날카로운 칼날을 비껴가자는 의도가 내재돼 있지 않겠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즉, 현대?기아차 정 회장 구속 직후 사회 전반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 만큼 ‘일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현재 회장님의 해외일정은 아직 잡힌 것이 없다”고 말해 이 회장의 검찰소환 이전 해외시찰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정 회장의 경우에 비춰볼 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를 만들지 않겠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회장의 경우 검찰 소환을 앞두고 해외지사 출장길에 나서 여론의 혹독한 심판을 겪은 바 있다. 결국 재계가 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삼성측은 이와같은 전철을 밞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 회장과 삼성그룹의 최근 행보는 불과 두 세달 전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검찰에 구속될 당시만 하더라도 삼성의 분위기는 “검찰과 언론사이에서만 이 회장 소환이 거론 될 뿐 현실화 될 여지는 없다”는 쪽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현 전 회장은 물론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 등 소위 ‘삼성일가’의 줄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자 삼성그룹은 현재 초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전례에 비춰볼 때 검찰의 그룹 총수 주변 소환조사는 곧장 ‘총수 구속’이라는 수순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징후는 검찰은 물론 정계 등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당인사들을 중심으로 “(검찰수사에)예외는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5월 지방선거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 정가 일각의 시각이다. 즉, 현 전 회장이 여당을 뒤로 한 채 야당 행을 선택했고, 여론이 좋지 않던 정가에 현 전 회장의 행보가 ‘불 속에 기름 끼얹기’ 역할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천정배 법무장관 역시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과 관련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들은 예외없이 기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검찰소환은 물론 구속까지 이뤄질 것이란 성급한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천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원칙을 강조한 말”이라는 원칙론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검찰이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에 강력한 의지를 비춰온 만큼 “또 다시 대형사고(?)가 터질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이 속속 표출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의 배경에는 그동안 검찰이 수 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건이라는 점과 무엇보다도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삼성을 둘러싸고 이 회장의 ‘호텔방 소환’ 등의 여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자체가 정 회장의 케이스에 비추어 볼 때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시선 또한 검찰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운명의 날’ 다가온다 결국 3차 공판까지 마친 에버랜드 CB 사건은 이건희 회장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홍라희 삼성리움박물관 관장 등 이른바 ‘황제 일가’에 대한 검찰의 줄소환은 물론 구속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높아 가고 있다. 정 회장 구속으로 한차례 고된 홍역을 치른 재계에 또 다른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소환과 구속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CB의혹... 1심에선 ‘삼성아웃’ 삼성은 정점인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3%,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 46.85%,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4%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재용 상무 등 이건희 회장의 네 자녀가 에버랜드를 장악하고 있는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에버랜드는 순환출자 구조상 지주회사 한 곳의 대주주로 올라서면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1996년 10월 100억원대의 CB 125만여주를 발행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주식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절했고 이건희 회장도 자신에게 배당된 13억원의 CB 인수를 포기했다. 에버랜드는 인수 포기가 이어지자 청약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사회를 열어 실권된 CB를 이재용씨에게 배정해 후계자로 등극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줬고 나중에 검찰은 이를 문제삼았다. 삼성측은 경영진이 경영권 승계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검찰 논리를 반박했지만 1심 법원은 "적은 자금으로 에버랜드 지배권을 이전하기 위해 에버랜드 창사 이래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는 CB를 발행했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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