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불법채용에 동료 폭행해도 징계처분 없어

▲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현직 노조위원장이 부인을 불법채용하고, 맥주잔으로 동료를 가격해 상해를 입혔음에도 아무런 징계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서울시설관리공단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현직 노조위원장이 자기 부인을 불법채용하고, 맥주잔으로 동료를 가격해 23바늘을 꿰매게 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음에도 아무런 징계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서울시설관리공단 내부고발자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노조위원장은 관련절차를 지키지 않고 자신의 부인 A씨를 불법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했으며 동료 조합원의 이마를 호프잔으로 가격해 상해를 입혔다.
 
◆ 노조위원장 부인, 다른 후보자 제치고 합격 ‘의문’

 
앞서 지난 2013년 6월 26일 서울시설관리공단은 교통시설관리처에 근무할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당시 채용인원은 예비 20명을 제외하고 총 26명이었다. 한 달 후 최종합격자가 발표됐는데, 공고된 대로 최종합격자는 26명으로 추려졌지만 예비합격자의 경우 계획보다 4명이 늘어난 24명으로 발표됐다. 추가된 4명에 B씨가 포함됐고, 가장 마지막 예비번호인 24번을 받았다.
 
당시 공단은 공고를 통해 “예비합격자는 최종 합격자 본인포기 등 충원사유 발생 시 순차적으로 채용된다”면서 최종 합격자가 발표됐던 2013년 7월 8일 이후 6개월간 효력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B씨는 이미 유효기간을 두 달이나 넘긴 2014년 3월 초에 앞 번호 예비합격자를 모두 제치고 채용됐다.
 
공단 감사팀은 A씨가 불법채용 됐다는 제기된 것과 관련해 인사담당자들을 조사한 뒤 징계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당사자인 노조위원장과 B씨에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의원이 밝힌 공단 내부고발자의 말을 빌리면, 감사팀장에게 왜 노조위원장과 A씨를 조사하지 않았냐고 묻자 “윗선에서 정리할 사안”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 23바늘 꿰매는 상해 입혔어도 무징계
 
또 노조위원장은 동료 조합원의 이마를 호프잔으로 내리쳐 해당 조합원이 응급실로 실려가 23바늘을 꿰매는 상해를 입혔음에도 공단으로부터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공단 인사규정 시행내규 ‘징계양정에 관한 개별기준’에 따르면 폭력은 감봉 이상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된다. 그러나 공단은 노조위원장에 대해 징계 의결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서울시 출자‧출연가관인 공단이 대내외적으로 유지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의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 기관의 적정한 운영 등 모든 면에서 부합하지 않는 총체적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면서 “현직 노조위원장에 대한 가족채용 비리문제 제기에도 당사자를 조사하지 않은 시설관리공단 감사실의 문제와 현직 노조위원장의 폭력 행사는 감봉 이상의 징계를 내려야 하는 사안임에도 징계의결 요구도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정식으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고 말했다.
▲ 불법채용의 경우 이미 서울시설관리공단 내에서 만연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채용비리 어제 오늘 일 아냐
 
한편, 노조위원장 갑질 논란으로 불거져 나온 불법채용 문제의 경우 이미 서울시설관리공단 내에서 만연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27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공단에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주는 대가로 76명으로부터 1인당 5~600만원 씩 총 2억5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브로커와 면접심사 평가표를 임의로 조작해 직원을 채용한 공단 직원 등 총 5명을 적발해 수사 중”이라며 “공단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심사위원 등은 인사담당이 청탁받은 구직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심사 시 작성된 타 심사위원들의 평가 점수를 모두 100점으로 고치는 방법으로 채용평가서를 위조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부정한 방법으로 구직자 총 30여명이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돼 근무하게 되었다”면서 “채용된 구직자들의 대부분이 공단직원들과 친인척 관계인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서울시설관리공단에 통보한 채용비리 사항에 대한 조치를 봐도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불법채용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9일 서울시가 서울시설관리공단에 통보한 내용을 보면 공단 직원 이모씨는 지난 2011년 5월 공개채용 합격자 또는 예비합격자가 아님에도 별도 채용 방침 없이 임의로 7명을 추가 채용했고, 2013년 6월 27일 계약만료 예정이던 기간제 근로자 정모씨를 타부서 분야에 추가 채용해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때 정모씨를 타부서로 부당배치 하도록 관련 방침을 수립해준 책임으로 공단 직원 허모씨는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외 공단 직원 유모씨는 2013년 4월 공개채용 합격자 또는 예비합격자가 아님에도 별도 채용없이 1명을 임의로 추가채용 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전에도 서울시는 2012년 9월 18일 서울시설관리공단에 가족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몇 차례 조치를 내렸다. 공단 직원 홍모씨는 자신의 아들의 이력서를 인사담당 5급 정모씨에게 직접 전달하며 “놀고 있으니 용돈이나 벌게 해달라”고 사정한 혐의로 주의 조치를 받았고, 직원 김모씨는 일용직 채용부서 팀장 재직 중 자신의 아들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경고 조치를 받았다. 직원 권모씨는 기간제 근로자 125명을 공고절차 없이 채용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 같이 몇 해째 불법채용 비리가 횡행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 역시 문제를 일으킨 직원에게 주의 또는 경고 처분만을 내린 것으로 확인돼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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