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이트 실제 도박판으로 전락, 수 천 만원 피해까지 속출...

32살 조 모씨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 집에도 못 들어간 지 벌써 두 달째이다. 밥을 시켜놓고도 먹지 않고, 게임 외에 다른 일들은 신경 쓸 여유조차 없다. 인터넷 게임을 하다 두 달만에 1000만원을 날린 장 모씨는 한 번 게임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게임중독증상까지 보인다. 그는 "실제로 돈이 오고 가니까 사람이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환전상 활개 게임을 하던 이들은 사이버머니가 다 떨어지면 인터넷 환전상에게 전화를 건다.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지만 환전상에게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보내면 그들은 계속 져주는 수법으로 사이버머니를 채워준다. 하지만 이렇게 사들인 사이버머니는 실제 게임을 하면서 5분도 안 돼 잃고 만다. 조 씨가 이런 식으로 넉 달 동안 날린 돈은 무려 3000만원이 넘는다. 그는 "노름하다 보면 또 잃고, 그러면 또 (사이버머니) 사고 그런 식으로 반복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게임 사이트가 실제 도박판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환전상들이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한 PC방 업주에 의하면 환전상은 다른 직업이 있는 게 아니라 오직 인터넷 게임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머니를 채워주는 일만 하며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머니 팔겠다' 유인해 강도짓까지 한편 일부에서는 환전상으로 위장해 게임중독자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어 또 한번 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 3일 사이버 게임머니를 팔겠다고 속여 또래 학생을 유인한 뒤 금품을 빼앗은 박모군(16.K고 1년) 등 고교생 4명을 붙잡아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 등은 지난 1월 24일 오후 5시 20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모 PC방 화장실에서 또래 고교생 정모군(16.여수시 안산동)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뒤 현금 53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이들은 인터넷게임 도중 우연히 알게된 정군을 상대로 게임머니의 일종인 '리니지 아데나'를 100만원당 2만∼3만원에 팔겠다며 헐값 매입을 제의, 정군을 범행장소로 유인한 뒤 구입비용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에 대해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게임업체와 수사당국 법적 처리 어려워 이처럼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1700만 가입자를 가진 국내 최대의 인터넷 게임 회사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인터넷 게임 업체 관계자는 "그런 매매행위를 하는 불량 이용자들을 색출해서 단호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경찰은 이같이 인터넷 게임을 통해 사실상 도박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사이버머니를 재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도박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게임업체와 수사 당국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도박중독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네티즌이 줄을 잇고 있어 그에 따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성심 기자 ls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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