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식과 생활 변화 틈타 갖가지 신조어 속속 등장

직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40ㆍ50대는 이제 신조어 시장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오륙도, 사오정은 더 이상 신조어 축에도 못 끼고 있으며 삼팔선은 조만간 신선도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년층 실업이 극심해지면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까지 일하면 선선히 물러난다)이란 신조어가 세대별 유행어의 바톤을 이어받고 이와 함께 '얼짱' '몸짱' '웰빙' '귀차니즘' 등 의식 및 생활의 변화를 반영하는 신조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 해 생겨나는 신조어는 이제 수 백가지에 이를 정도다. '얼짱'에서 '웰빙'까지 올 한해를 풍미했던 신조어 중 최고의 히트작은 '얼짱' 이다. 얼굴짱의 준말인 얼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삼성에서는 '얼짱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삶의 풍요를 추구하면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몸에 좋은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는 등 '잘먹고 잘살자'는 트렌드를 표현한 '웰빙'이라는 말이 최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달라진 풍속도이다. 평균생명이 길어지면서 넉넉한 노년의 삶을 지칭하는 '오팔족', 올드 피플 위드 액티브 라이프(Old People with Active Life)란 말도 등장했다. 무서운줄 모르고 쏟아지는 '~파라치족' 정부가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내 걸자 포상금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났다.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신고해 돈을 버는 이른바 '카파라치'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포상금을 주지 않기로 해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처럼 잊혀진 존재이다. 하지만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작은 슈퍼마켓을 돌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찾아내 신고하는 '슈파라치(슈퍼마켓+파파라치)'에서부터 불법 설치된 자판기를 신고하는 '자파라치' 등 20여 개의 새로운 포상금 전문가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요즘은 총선을 앞두고 대선 기간에 선거 범죄를 신고하는 '표파라치'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원지 부근 음식점들의 무허가 토지 형질 변경을 신고해 포상금을 타가는 '땅파라치'를 비롯, 증권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신고하는 '주파라치'(주식+파파라치)들도 등장했다. 이처럼 포상꾼 사냥꾼들은 분야에 따라 다양한 속칭으로 불리며 그것이 곧 신조어로 자리 매김하게 됐다. 신조어는 다사다난한 사회를 풍자하는 말 이밖에 취업 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학가에서도 신조어들이 판치고 있다. 졸업하고 갈 곳이 없는 취업 재수생은 '모라토리엄족'으로 불리며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er)'를 합성한 '프리터'족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2~3가지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말로 최근에는 '투잡스' 라는 말과 상통한다. 부인과 자식들을 해외로 유학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도 있다. 또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표현하는 인터넷 채팅 용어 '아햏햏하다'와 같이 우리말의 어법에 맞지 않거나 부자연스러운 용어가 대거 만들어지는 등 다사다난했던 사회 모습을 풍자하는 신조어들이 있었다. 부동산 열풍을 반영, 재개발예정지역에 미리 땅을 조금 사 놓고 개발을 방해하며 많은 돈을 받고 파는 '알박기',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아파스텔' 등 부동산과 관련된 말도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와 유린될 수 없다"며 "언어는 사회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에 따라 같이 변하는데 신어의 생성은 이것에 특히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심 기자 ls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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