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발표에 제주도 “협의도 안 끝났는데” 반발

▲ 애경그룹이 그룹 이미지 강화를 위해 상호를 ‘AK제주항공’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다가 제주 지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항공
저비용 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소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그룹 이미지 강화를 위해 상호를 ‘AK제주항공’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다가 제주 지역과 갈등을 빚고 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이라는 상호를 ㈜AK제주항공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주도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상장을 앞두고 있는 제주항공이 애경그룹 주력 계열사임을 인식시키고 임직원의 소속감 고취 및 그룹의 경영이념을 담아내기 위해 9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상호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고 상호 변경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애경그룹 계열사는 AK플라자, AK홀딩스, AK글로벌 등 애경의 영문 이니셜인 AK를 앞에 붙이고 있다.
 
2005년 제주항공이 출범하던 당시 제주도는 자본금 200억원 중 50억원을 출자해 지분율 25%를 확보했지만 자본금 증자에 불참하면서 제주항공 지분율은 4.54%까지 떨어진 상태다. AK홀딩스가 68.37%를 보유하고 있고 애경유지공업이 16.32%로 뒤를 이으면서 애경그룹의 지분율이 84.69%에 달한다.
 
하지만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은 이 같은 발표가 애경그룹의 ‘언론플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도 측은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보도자료를 배포해 상호변경을 기정사실화한 것을 문제삼았다. 제주도는 제주도민들의 항공요금 절감 효과를 위해 제주항공에 출연한 바 있으며 2005년 제주항공 출범 당시 맺은 협약서에 따르면 상호 변경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맺은 협약서의 제10조에는 상호와 상표, 주사무소 등에 관해 ‘상호·상표를 제주도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하며 제주도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주도의 지분율이 아무리 적더라도 협의가 필수인 셈이다.
 
더구나 제주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지난 10일 제주도에 ‘제주항공 상호 변경 추진에 따른 협의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 협의의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항공이 AK제주항공으로 상호를 바꾼 후에 다시 AK항공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일방적인 상호 변경 추진에 반발했다.
 
결국 질타가 이어지자 제주항공 측은 고개를 숙였다. 제주항공은 “법인명만 바꾸는 것이며 항공기와 홍보물 등 고객이 실제 접하는 상표명인 제주항공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히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던 날이 공시상 실적보고 기한이라 상호 변경 내용을 추가하다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한 발 물러났다.
 
한편 제주항공의 상호 변경과 관련된 논란은 내달 임시 주주총회 이후 도민사회 여론의 향방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내부 논의를 거친 후 제주도가 요구한 자료를 작성해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AK제주항공명을 어떤 곳에 사용할 예정이고, 또 기존 제주항공 브랜드를 어떤 곳에 쓸 것인지 사용처를 구분해서 설명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