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0:2로 져 조 3위로 16강 진출 실패

막판 수비 집중력 결여로 두 골 내줘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스위스전. 독일에 원정응원을 간 응원단도 그리고 한국의 국민들도 비록 경기장에는 못 가지만 새벽잠을 설쳐 가면서 태극전사를 응원했지만 끝내 스위스 골망을 흔들지 못하고 0:2로 지면서 조 3위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또한 토고전과 프랑스전을 통해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무서운 뒷심 역시 거대한 알프스 산맥에 막혀 발휘돼지 못했다. 독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 재현에 나섰던 태극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이 23일 오전4시(한국시간) 독일 하노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독일월드컵 G조 예선 스위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0-2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예선 전적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토고를 이긴 프랑스에 밀려 조3위에 그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중원에서의 힘겨운 싸움 쾨비 쿤 스위스 감독은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독일 하노버 니더작센슈타디온에서 열린 한국과의 2006년 독일월드컵 한국전에서 지금까지 와는 다른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기본 4-4-2 포메이션을 자주 사용하는 스위스. 하지만 한국전은 달랐다. 쿤 감독은 부상당한 기각스 대신 슈트렐러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하칸 야킨을 택했다. 무승부를 거둬도 16강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려 중원 싸움에서 한국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야킨이 원톱 밑에서 미드필드와 공격을 연결하는 4-4-1-1에 가까운 전형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다. 미드필더의 수적 우세는 한국 공격의 맥을 끊는 데 효과를 봤다. 특히 한국의 '키 플레이어' 박지성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뛰어났다.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그라운드를 휘젓는 박지성 특유의 움직임은 2~3명의 스위스 미드필더들에 둘러싸여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원에서의 볼 배급도 원활하지가 않았다. 한국의 중앙 미드필더 김남일과 이호는 경기 내내 빠르게 달려드는 상대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제대로 된 패스를 전달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 적절한 패스가 연결되지 않자 원톱 조재진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태극전사 중 패싱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이을용의 존재가 아쉬운 대목. 한국은 스위스전에서 이전 경기와 달리 빠른 공수전환을 보여줬으나 허리를 건너 뛴 공격 전개는 한계가 있었다. ◆수비 집중력 결여...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수비에서의 집중력 부족이 결국 탈락을 부르고 말았다. 축구대표팀은 독일 하노버에서 벌어진 2006년 독일월드컵 G조 마지막 경기 스위스전에서 전반 23분 상대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에게 결승골을 허용, 0-1로 무릎을 꿇었다. 1승 1무 1패를 기록한 축구대표팀은 결국 G조 3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탈락했다. 오심 논란을 불러일으킨 두 번째 실점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센데로스에게 허용한 첫 번째 실점 배경엔 한국 수비의 집중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시도한 하칸 야킨의 왼발 프리킥이 문전으로 향했고 장신 센데로스는 최진철 뒤에서 높이 뛰어올라 한국 골문을 흔들었다. 센데로스는 대표팀에서나 클럽에서도 세트 피스 때마다 자주 공격에 가담해 골을 넣는 수비수다. 그러나 최진철은 공중전에서 센데로스에게 밀렸다. 점프를 할 때 같이 떠주면서 헤딩을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시야를 가려줘야 했지만 힘에서 밀렸다. 또한 뒤에서 그를 따라붙으며 마크한 선수 역시 없었다. 한국은 이번대회에 임하기 전 공격 가담이 잦은 센데로스를 경계 대상으로 보고 주의했지만, 결국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이 외에도 포백으로 임한 수비진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전반 40분엔 김남일이 볼컨트롤에 실수를 범해 야킨에게 왼쪽에서 결정적인 위기를 허용했고, 전반 인저리타임엔 프라이가 문전 바로 앞에서 슈팅하는 모습을 김동진이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13일 토고전부터 계속 한국의 발목을 붙잡아왔던 수비의 집중력 및 대인마크 부족. 최종전인 스위스전에서도 이어졌다. ◆독일에서 거둔 수확 스위스에게 패하며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하지만 태극호는 토고전 승리를 통해 월드컵 원정 첫 승을 기록하며 안방호랑이로서의 불명예를 벗는 수확도 있었다. 거기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동점과 역전을 이뤄낸 점은 한국 축구가 이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얻은 수확이었다. 한국은 프랑스, 토고와의 경기에서 기습적인 공격으로 실점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곧바로 경기를 지배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도 득점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실점 후 바로 전열을 가다듬고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한국은 홈경기와 달리 원정 경기와 국제 대회에서는 선제골을 내줄 경우 선수들의 심리 상태가 불안해지며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2 월드컵 이후 많은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각종 상황에 놓였을 때 쉽게 대처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혀왔다. 이러한 것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빛을 보았고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비결이 되게 해주었다. 또한 한국 축구가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것도 강한 뒷심을 발휘하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박주영, 김동진, 김진규, 이호 등 젊고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을 통해 많은 경험과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것도 또 다른 소득이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2002 월드컵 멤버에 너무 의존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대표팀의 선수층이 엷어지게 되는 영향을 주게 되고 경기력 저하로도 이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어린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며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비록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진 못했고 잔실수도 많았지만 이들이 독일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4년뒤 대표팀의 주역으로 맹활약할 때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