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든 천정배, 제3신당 본격화…추석 전·후 주목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야권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천정배 의원은 정동영 전 장관에게도 러브콜을 보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야권재편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본격적으로 신당의 그림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천정배 의원에게 신당은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절반의 가능성을 품은 구상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다르다. 그가 처음으로 “신당 창당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 천 의원에게 신당 창당은 이제 가능성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천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이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지, 또 그와 함께하는 인사들은 누구인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당의 밑그림은 빠르면 이달 말께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千 “신당 만들기 위해 구슬땀”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과 관련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 4일 전북을 찾은 자리에서다. 4.29재보선 이후, 공식적으로 전북을 처음 방문한 천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신당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천 의원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을 통해서는 신당 창당에 사실상 결심이 선 것으로 풀이됐다. 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여야 정당이 독과점과 기득권에 취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며 “총체적 무기력과 무능함, 기득권 구조를 전면 재구성하기 위해 신당 창당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또,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과 자산 불평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문제 등에 걸려 선진국 문턱에서 더 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득 3만불 시대를 넘어 국민의 삶을 한층 더 편안하게 하려면 새로운 정치개혁 세력의 등장이 절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풍요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든다는 가치와 비전이 있는 야당, 중용의 길을 가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야당을 독점함으로써 비전을 상실했고 오히려 새누리당 같은 기득권 세력을 향해 가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크고 작은 선거에서의 패배로 국민의 지지를 상실했으면서도 성찰과 소통하고 반성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대로 간다면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대참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야당의 참사만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균형이 무너져 국가적 대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천 의원은 이 때문에 “현재 국민은 새누리당의 역주행에 맞짱 뜰 수 있는 강하고 비전 있고 용감한 야당을 필요로 한다”며 “새로운 가치-비전 제시와 함께 새로운 인물을 모아 내년 선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사실상 신당 창당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천 의원은 “신당은 전국적 개혁정당이 돼야 하며 당연히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수권정당을 목표로 한다”며 “온건하고 합리적인 노선을 표방한 대화와 타협, 소통이 가능한 신당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당과 관련한 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불과 수일 만에 급격히 진전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천 의원은 지난달 말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도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제가 신당을 만든다는 결심을 최종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8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야권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야권의 신당파에게 때가 왔다는 의미다.

◆밖에선 천정배, 안에선 조경태
같은 맥락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내 대표적 비노 인사인 조경태 의원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천정배 의원이 당 밖에서 ‘신당 작업’을 사실상 공식화 했다면, 조경태 의원은 당 내부에서 드러내놓고 ‘작업’에 나서기 시작한 것. 당 안팎에서 본격적 신당창당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 관련, 조경태 의원은 최근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 신당 창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경태 의원은 최근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 “(문재인 대표 체제로 가면) 당이 곧 깨질 텐데,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필패한다”며 신당 창당을 제안했다.

천정배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간다면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대참사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조경태 의원은 그러면서 “많은 정치인이 신당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안 전 대표에게 신당 합류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당 혁신위가 만들고 있는 혁신안을 지켜봐야 할 때”라면서 “지금 신당 이야기는 부적절하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언론과 통화에서 “여야의 많은 정치인들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당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의향을 비롯해 안철수 의원 등 몇몇 의원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가 19대 국회 들어 국민들께 엄청난 정치적 실망을 드리고 있지 않느냐”며 “여당의 합리적 보수와 야당의 합리적 진보가 만나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안철수 전 대표가 ‘거부’한 것이 아닌 ‘유보’했다는 것이다. 신당에 아예 생각이 없다면 이런 반응이 나왔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만일, 혁신위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혁신안을 다 내놓았는데도 당이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안 전 대표 또한 신당행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점은 당내 ‘민집모’ 소속 의원들의 입장과도 상통한다. 따라서 당 혁신위 활동 기한이 종료되는 8월 말~9월 초가 신당파의 집단 탈당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천정배 의원은 최근 시민들과 함께하는 2시 데이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천 의원 스스로 밝히듯, 신당 창당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 / 유재영 기자

◆신당 로드맵 예상해보니…
신당의 대체적 로드맵을 예상해 본다면, 9월 초 혁신위 활동 종료에 맞춰 탈당 결심을 굳힌 후 9월 26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전후해 탈당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명절 연휴를 거치며 지역구 여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시점은 9월 말에서 10월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늦는다면, 신당은 내년 총선 준비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생긴다. 데드라인은 10월 초라는 얘기다.

천정배 의원 등 선도 탈당파들이 준비하는 신당 또한, 중앙당 포함 최소 5개 시·도당을 창당하는 일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10월 초까지 타임스케줄을 역순으로 따져본다면, 지금 시작해도 빡빡하다. 이미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지만, 기획정당이 아닌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그렇게 일부 전략가들에 의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국민과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야권 지지층만을 대상으로라도 신당의 붐을 조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민주당(대표 강신성, 동교동계 막내 김민석 전 의원 관여)으로의 합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신당을 만들 시간적, 자본적 여유가 넉넉지 못하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그렇게 10월께 신당이 만들어지거나 혹은 민주당으로 합류를 하거나, 야권에 생겨난 제3당은 첫 시험대로 10월 28일 예정돼 있는 재보궐선거부터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10월 재보선을 통해 첫 국민적 평가를 받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진짜 대안야당으로 부상하는 플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故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라는 민심의 압력이 크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있으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그러면서 “어느 정도 그림이 완성됐느냐”는 질문에 “신당을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이 충실하게 준비돼야 한다”며 “나름대로 열심히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가 광주에서 만난 10명 중 9명은 빨리 신당을 만들라고 하더라”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정동영 포함 신당파 하나로 가나?
한편,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정동영 전 장관도 함께하게 될지 급격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천 의원이 사실상 정 전 장관에 러브콜을 보낸 것. 천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전 장관에 대해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특히 야당 정치인 중에서 정 전 의원만한 사람도 없다”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정치 입문을 같이해서 오랜 동지이고 개인적으로도 친구 같은 분”이라며 “정 전 의장만큼 사람들이 고통 받는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용감하게 담대한 진보의 길을 걸어온 분도 없다”고 거듭 추켜세웠다.

특히, 천 의원은 “(정 전 장관과)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재보선이 끝난 지 얼마 안 지났기 때문에 정 전 의원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치를 재개할지 궁금하다”고 깊은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정 전 장관과 당장의 연대설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서로 정치이념이 달라 선뜻 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모임 하신 분들이 재보선에서 함께 하자고 했는데, 당시 나는 그 길은 아니라고 봤다”며 강력한 진보 노선인 국민모임과는 이념노선적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천 의원은 “재보선이 끝난 지 얼마 안 지났기 때문에 정 의장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치를 재개할지 보고 저도 그때 가서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정 전 장관과 국민모임의 관계가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진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정동영 배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고, 정 전 장관 개인적으로도 4.29재보선 패배 이후 국민모임 활동은 물론이고 정치적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 전 장관이 국민모임과 지속적으로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또, 국민모임 측에 따르면 4.29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정동영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국민모임으로부터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모임 창준위 해체시한이 9월 말까지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이 국민모임 신당 발기인으로도 참여해 있는 상태라 지금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9월 말, 천정배 신당과 절묘하게 딱 들어맞는 타이밍인 셈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5일 <시민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천정배 의원의 신당 합류 제안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으로 소문이 도는 정동영 전 장관의 경우, ‘국민모임’ 창준위의 해체시한인 9월 말까지 움직일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며 “실제로는 전북의 맹주로 천 의원과 함께 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밖에도 “동교동계가 박지원 의원을 대표선수로 해서 천정배 신당에 합류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조직 없는 천정배로서는 이희호 여사가 민주당 적통임을 인정하며 힘을 실어준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와 박주선 의원도 천정배 의원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