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건설 VS 입주자대표회의' 법정까지 치달은 ‘여의도금호리첸시아’ 사연 전모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금호리첸시아 외벽에는 시공사 금호건설과 시행사 군인공제회를 비난 하는 대형 현수막 4개가 걸려있었다. 금호건설은 지난 2000년 국내에 본격적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붐이 일 때, 주상복합아파트 전용브랜드로 ‘리첸시아(Richnsia) ’를 채택했다. ‘리첸시아’란 ‘부유한’이란 의미를 지닌 영어 ‘Rich’와 지식인을 이야기 하는 러시아어 ‘인텔리겐시아(Intelligentsia)’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라면 ‘부유하고 풍요로운 지식인이 사는 곳’이 바로 ‘금호 리첸시아’인 셈이다. 이처럼 부유와 풍요만 있어야 할 여의도 금호 리첸시아에서는 완공 이후 2년여가 지난 2006년 6월 현재까지도 입주자들의 불만은 팽배하기만 한 실정이다. 지상 40층,지하 5층, 아파트 평당 단가 2천500만원∼3천만원.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3년 11월 영등포구 여의도동 61번지. 63빌딩 바로 옆에 들어선 ‘부유하고 풍요로운 지식인이 사는 곳’ 여의도 금호 리첸시아의 규모와 현재 시가이다. ‘금호건설 VS 입주자대표회의’ 금호건설은 2001년 여의도 리첸시아를 분양하면서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 브랜드로 채택했고, 준공과 함께 국내 언론사의 ‘하우징 파워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여의도 리첸시아는 분양당시 평당 1천300만원이라는 국내 최고분양가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의 대명사 강남의 타워팰리스, 광진구의 스타시티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여의도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금호여의도리첸시아’가 최근 입주민들과 법정공방까지 치르며 곤혹을 겪고 있다.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입주민간 갈등은 입주 초기부터 시작돼 2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하자보수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 배수로, 환기시설 등의 시정을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시행사인 군인공제회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금호건설과 군인공제회가 ‘허위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양측은 지난 5월 19일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된 시공사와 시행사를 비난하는 대형 현수막이 ‘금호여의도리첸시아’ 외벽에 내걸리면서 본격적인 법정공방에 들어갔다. 당초 ‘금호여의도리첸시아’ 공사는 ‘턴키베이스 방식(설계, 시공, 감리, 분양을 시공사가 한꺼번에 맡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즉, 시행사인 군인공제회는 시행만을 맡고, 시공부터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금호건설측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셈이다. 따라서 분양, 완공과 함께 입주 이후 발생하는 각종 하자 및 보수 문제는 금호건설 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군인공제회 측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군인공제회 한 관계자는 “시행사로서의 도의적인 책임을 다 하는 것은 사업적 측면에서 기본적인 것 아니냐”라며 “리첸시아의 내부적인 문제와 금호건설측과의 분쟁 등이 원활하게 가라앉을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금호건설 관계자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하자 및 보수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조치하는 등 시공사로서의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은 아니다”라며 “계속 늘어나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요구가 곤혹스러울 뿐이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 생활지원센터 센터장 A씨는 “(금호여의도리첸시아)분양 이후 2년이 넘게 크게 달라진 사안은 없다”라며 “지하주차장은 물론 환기시설, 63빌딩과의 지하통로 문제 등 많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입주를 마치고 평당 분양가가 1천300만원에서 2천500~3천만원을 호가하며 여의도의 주상복합시대를 열고 있는 ‘금호여의도리첸시아’ 입주민들이 꼽는 대표적인 문제로는 하자보수문제와 허위광고 문제다. ‘하자보수, 허위광고’ 주장 대두 돼 입주자대표회의가 지적하고 있는 하자는 모두 11곳. 특히 A씨는 “지하주차장 배수로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지상과 지하1층을 오가는 각 출입구 램프 중간과 끝부분에만 트렌치 시설(배수로)이 되어있지만 지하2층부터 지하 5층까지는 배수로가 한곳도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외부 빗물 유입이나 하수 유입에 의한 문제보다는 급탕과 난방배관 파열시 엄청난 ‘물 사태’가 날것”이라며 “만약 지하주차장 출입구 램프를 통해 지하5층 하부에 있는 기계실 및 전기실(공급전압 22,900V)과 집수정으로 유입되어 커다란 사고를 유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하주차장 진출입로
입주민들은 이 밖에도 복도 방화문, 허술한 조경시설, 용량이 보족한 환기시설, 저가 사양의 무인카메라 설치 등 많은 부분의 하자 및 보수를 금호건설측에 요구하고 있다. A씨는 “그동안 금호건설 측에서 이러한 하주․보수를 안 해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금호건설측이 시정해 준 사안들은 매우 미미한 사안이며 적장 입주민들에게 절실한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이러한 하자․보수 요구에 대해 “그동안 시공사로서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은 아니다”라며 “입주자 대표회의와 5억여원이 들어가는 시설보수에 합의했지만 주민들이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어 곤혹스럽다”라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리첸시아’라는 브랜드는 금호건설이 2000년대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내세운 브랜드, 즉 이미지이다. 하지만 현재 ‘여의도금호리첸시아’의 옥상 외벽에는 ‘리첸시아’라는 영문 브랜드가 아닌 ‘금호’라는 회사 브랜드가 걸려있다. ‘리첸시아’라는 건물을 상징하는 간판은 상가건물 위쪽에 걸려있는 것. A씨는 이에 대해 “금호건설측에서 일방적으로 건물 옥상에 설치 된 영문 ‘리첸시아’ 대형 전광판을 떼어내고 자사 홍보를 위해 영문 ‘금호’ 간판을 달았다”라며 이의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2003년 11월 준공된 ‘금호여의도리첸시아’는 아파트 등기를 마치고 입주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옥상에 ‘RICHENSIA'라는 대형 전광판이 올림픽대로변에서 볼 수 있도록 부착되어 있었다는 것. 또한 야간에 조명이 들어와 뚜렷히 ’리첸시아‘ 아파트를 홍보하고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 8층 정원의 조경 모습.
하지만 시공사인 금호건설에서 ‘KUMHO'라는 전광판으로 교체를 해 수 개월간 ’금호‘를 홍보하는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대납해 왔다고 입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수십회에 걸친 원상복구 요청에도 불구하고 철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이같은 금호측의 행태는 한마디로 건설회사가 집을 지어 팔아놓고 이미 등기를 마친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불법으로 집주인의 간판과 문패를 철거하고 건설회사의 간판과 문패를 달아놓은 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3년 금호건설은 ‘여의도금호리첸시아’ 완공과 함께 ‘fn하우징 파워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금호건설측은 수상소감에서 “우리 금호건설이 짓는 ‘리첸시아’는 말 그대로 부유하고 풍요로운 지식인이 사는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며 “리첸시아 브랜드가 첫 도입된 서울 여의도 63빌딩 옆 주상복합은 여의도의 랜드마크화된 아파트로 발돋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금호건설측은 또 “‘리첸시아’는 이처럼 입지여건이 양호한 것을 골라 그 입지적 장점을 살리고 입주자들이 원스톱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고급 아파트로 자리매김 할 것임을 약속한다”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리첸시아’의 브랜드 파워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도록 평면 및 단지개발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었다. 금호건설은 특히 다른 건설사처럼 브랜드 뒤에 Ⅰ,Ⅱ,Ⅲ 등의 순번을 달지 않고 브랜드 앞에 지역명을 써 ‘금호○○동리첸시아’ 등으로 사용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치열한 법정공방, 귀결은? 하지만 일각에서는 ‘리첸시아’ 브랜드의 효시격인 ‘여의도금호리첸시아’ 입주민들과 시공사인 금호건설과의 2년 넘게 지속돼 온 하자․보수 논쟁이 자칫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투영되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분출되고 있다. 또한 법정공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훈 기자> ☆ 다음호에는 ‘여의도금호리첸시아’ 두 번째 이야기 허위광고 부분에 대한 기사가 개제 됩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