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일본 롯데 꿰찼지만…지분 구조 차이 없어 불씨 여전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의 경영권까지 꿰차면서 승계구도에서 사실상 낙점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지분 구조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큰 차이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롯데그룹

고령의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와신상담중인 장남 신동주(61)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승계구도 스토리가 요동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롯데의 지주사로, 한국 롯데를 장악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의 경영권까지 손에 넣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1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이사 전원 찬성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국 롯데에 이어 일본 롯데의 사업도 책임지게 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에서 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6개월 만에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의 경영권까지 손에 넣으면서 사실상 승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 이후 그간 일본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을 받드는 전문경영인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 맡아 왔다.

이에 따라 연일 언론은 신동빈 회장이 승계 구도를 사실상 굳혔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정키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짓수를 자랑하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이미 악명이 높을 정도로 지나치게 복잡하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회장과 롯데 계열사들 보유지분 면에서도 사실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맞지만 신동빈 회장이 공식적으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아우르는 신호탄을 쏜 것이 오히려 이제부터 승계구도가 본격적으로 요동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잇다. 

◆핵심은 일본 롯데홀딩스…지름길은 광윤사
현재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 광윤사가 최상위 지배회사다. 포장자재 판매기업인 광윤사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27.65% 소유하고 있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사실상 지주사인 호텔롯데 지분을 19.07% 보유한 대주주다. 따라서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는 것은 한국 롯데까지 지배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셈이다.

그간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맡아 왔다. 하지만 2013년 기준 한국 롯데가 74개 계열사에 8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는 37개 계열사에 매출도 5조7000억원 수준을 기록, 초라한 실적을 기록하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가 돌았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거머쥔 것이 의미심장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승계 구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최상위 지배회사인 광윤사 지분을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넘겨받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아직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신격호 회장의 광윤사 지분은 50%로 알려져 있으며, 호텔롯데 지분은 형제 모두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이번에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게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신동빈 회장도 이날 한국롯데 주요계열사 사장단회의를 통해 “앞으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임을 강조했다. 

▲ 왼쪽부터 신격호 총괄회장(94),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결국 최종전은 신동주 움직임에 달렸다
즉, 일련의 흐름을 보면 그간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장남과 차남의 경영 능력을 지켜본 신격호 총괄회장이 올해 들어서 신동빈 회장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신동빈 회장이 최종 낙점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고 한국과 일본을 모두 아우르게 한 뒤 지켜볼 것이라는 ‘최종 관문’설이 조금 더 우세한 상태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둘다 20% 정도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비상장사라 지분구조가 명확히 드러난 상태는 아니지만, 일본 롯데를 오래 이끌어 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보다 조금 더 많이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28%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롯데의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도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는 계열사끼리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구조이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전 부회장 한 명이 지분 구조의 절대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13.45%로 0.01%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밖에 롯데제과 신동빈 5.34%-신동주 3.95%, 롯데칠성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 신동빈 1.96%-신동주 1.96%, 롯데건설 신동빈 0.59%-신동주 0.37% 등이다.

이처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효자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에 따라 잠시 와신상담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지 형제가 지난 2013년처럼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지난 2013년 신동빈 회장은 100억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4.88%에서 5.34%로 늘린 바 있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643주를 10억원에 매입, 롯데제과 지분을 3.48%에서 3.52%로 늘렸다. 두 형제의 계열사 지분 매입은 10년 만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지분 매입 경쟁은 화제를 모았다. 향후 언제든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롯데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광윤사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자칫 경영은 동생이, 소유는 형이 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가 하면 “하지만 형제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고,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동생인 신유미씨의 지분 등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후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승계 구도는 결국 신동주 전 부회장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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