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대대적 광고전, 오히려 반감 결집 조짐 감지돼

▲ 지난 13일부터 삼성물산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메인 화면에 내보내고 있는 배너 광고 중 일부. ⓒ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를 이틀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소액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광고 등의 여론전 전략이 오히려 반(反)삼성 정서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15일 언론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운명의 날이 될 오는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삼성물산은 지난 13일부터 전국 100개 이상의 신문과 8개의 증권방송, 4개의 종편 채널, 2개의 보도 전문 채널, 네이버·다음 등 포털 메인 등에 일제히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주총회와 관련돼 TV 및 포털 배너 광고가 게재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다가 규모 면에서도 가히 물량폭탄이라고 부를 만하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그만큼 삼성이 최근 돌아가는 판세가 심상치 않다는 절박함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광고는 소액 주주들에게 삼성물산의 주주 총회 일정을 알리는 동시에 합병 비율에 문제를 제기하고 합병 결의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로부터 이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는 내용으로 돼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도 ‘먹튀’ 우려를 거론하며 마치 국가 경제와 삼성의 안위를 동일시하는 듯한 ‘애국심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뜩이나 이미 각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란에는 엘리엇 측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이번 합병이 삼성가의 개인적인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대대적인 광고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합병 무산되면 국익 훼손?…‘국익 프레임’ 역효과 조짐
구체적으로 각 광고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교묘하게 합병과 애국심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 발견된다.

신문광고의 내용을 보면 “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면서 “안타깝게도 엘리엇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미래가 방해받아서야 되겠느냐”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엘리엇이 합병을 무산시키게 되면 한국의 대표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돼 국가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논리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TV광고의 경우는 더욱 노골적이다.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일정을 알리는 멘트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7월 9일자 조선일보 지면 기사를 삽입하고, “경영권 흔들던 헤지펀드, 수천억원씩 챙겨 떠나…대기업들 ‘골병’”이라는 제목을 노란 색으로 강조했다. 국부 유출 논란을 낳으며 ‘먹튀’로 악명높았던 소버린, 칼 아이칸, 론스타 등의 사례를 들며 엘리엇 역시 이들과 같은 부류가 될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엘리엇은 승계나 합병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합병 비율만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함께 묶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광고에서는 마치 엘리엇이 합병 비율을 문제삼는 것이 ‘먹튀’를 통해 국부를 유출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 같은 이분법적인 ‘국익 프레임’은 전혀 먹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애국심을 강조하는 대대적인 광고전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찬성하면 애국, 반대하면 매국?”
삼성이 이처럼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고 “광고 이후 위임 문의가 크게 늘었다”거나 “소액 주주들의 많은 동참이 예상된다”는 식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여론은 지나친 애국심 마케팅에 오히려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삼성물산의 이익은 국민의 이익이 아니다”라면서 “현 상황은 많은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 이재용 부회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도 적지 않은 민간 기관들 및 시민단체들이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과 삼성의 국익 프레임을 비판하고 합병 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의 결집세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에서 활동중인 한 소액주주는 “소액 주주들은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예산 내에서 투자를 한 사람들인데, ‘당장은 손해를 입겠지만 5년 후 미래를 위해 합병에 찬성하라’고 요청하면 누가 찬성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합병에 찬성하면 애국이고 반대하면 매국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 역시 “삼성은 합병으로 어떠한 이익이 구체적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돌아오는지, 제일모직이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 관련사업의 경우 어떠한 제품에 대한 특허권과 판매권을 소유하고 있는지, 자금조달계획에 차질은 없는지 등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 대다수다. 특히 이번 합병을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통한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댓글란을 가득 메우고 있다.

많은 소액주주들은  오히려 엘리엇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한 소액주주와 노조원들을 감시하고 미행하던 삼성물산이 이제 와서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엘리엇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엘리엇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위기감을 느낀 삼성물산은 연일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긴급 기업설명회를 열고 합병 법인의 배당 성향을 30% 수준으로 확대하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주주 가치 제고 방안도 내놨다.

더구나 엘리엇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과도한 경영 간섭이나 경영권 분쟁, 나아가 삼성그룹의 승계 구도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소액주주들로서는 삼성의 희생 요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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